[인터뷰] 또 다른 낙랑공주를 꿈꾸다, 발레리나 박세은

발레 ‘왕자호동’의 주역 박세은을 만나다

2009-10-28     뉴스관리자

발레리나 박세은이 낙랑공주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박세은은 2007년 로잔국제콩쿠르 그랑프리를 수상하고 바로 ABT2에서 주역으로 활동하며 발레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드라마와 영화와는 다른, 또 다른 낙랑공주를 보여줄 박세은은 발레 ‘왕자호동’을 통해 첫 전막 주역으로 데뷔한다. 박세은을 만나 첫 주역에 대한 소감과 공연에 대해 물었다.

Q 발레 ‘왕자호동’에서 낙랑공주 역을 맡았다. 첫 주역인데 소감은?
창작발레 전막의 주연을 맡게 된 게 처음이다. 나이가 어린데 국립발레단에서 전막 주역을 세워주셔서 꿈만 같다. 아직도 잘 믿기지가 않는다.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내가 무대에서 잘 할 수 있을까? 나만의 색을 보여줄 수 있을까?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박세은 만의 색을 나타낼 수 있을까? 하는 것들 말이다.

Q 그 색이란 무엇인가, 구체적인 색에 비유하자면?
글쎄, 은빛? 진주빛? 은은하면서도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발산할 수 있는 색. 그렇게 되고 싶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내가 원하는 색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색인 것 같다. 그 색을 관객이 느끼도록 하고 싶다. 나는 발레를 잘 아는 사람이 내 춤을 보고 평가하는 것보다 발레를 잘 모르고 안 해본 일반 관객들이 나를 평가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들은 기본기와 테크닉을 떠나 춤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님이 내 춤에 대해 평가해 주시는 걸 좋아한다. 일반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고 감동을 느끼게 하는, 그 사람이 진짜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Q 창작 작품을 하는데 있어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클래식발레와는 다르게 선생님들께서 가르쳐 주시는 것 말고도 혼자 깨닫고 표현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순서와 기본적 안무를 주시지만 내가 실제로 춤을 추며 나만의 색을 넣어야 된다. 그것이 어렵다. 예를 들면 죽는 장면이 힘들다. 한 번도 죽어본 적이 없으니깐. 단순히 슬프기만 해서는 안 된다. 내가 칼을 맞고 아파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그 연기가 굉장히 어렵다.

Q 연습과 실제 무대는 어떤가, 즐기면서 공연을 하는가?
확실히 연습과 무대는 틀리다. 이번에 고양에서 흑조 그랑 파드데를 했었다. 준비를 열심히 했는데 심하게 넘어져 타박상을 당해 걷지도 못하게 됐다. 응급실에 가서 주사 맞고 침 맞고 약 먹고 얼음찜질도 하고. 어머니께서 새벽에도 세 시간에 한 번씩 얼음찜질과 마사지를 해주셔서 무대에 설 수 있었다. 이번에 다시 느낀 건데 내가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자체가 너무 감사한 것 같다. 그래서 정말 부상을 당하지 않게 항상 조심하려고 한다. 나는 미국에 서도 부상을 당 해 본 적이 없었다. 쉰 적이 없었는데 한국에 와서는 연습량이 많아서 그런지 부상이 많았다. 조심해야 될 것 같다.

Q 낭랑은 어떤 인물인 것 같나?
아직 밝혀진 바는 없지만 낙랑은 최고의 미녀였다고 한다. 호동이 그녀를 정말 좋아하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호동의 꾀에 넘어가 호동을 사랑하게 된다. 낙랑은 마음이 굉장히 여리고 솔직한 인물인 것 같다. 악의가 없고 사람을 잘 믿는 성격이라고 생각된다. 그걸 보면서 나와 성격이 굉장히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사람을 잘 믿는다. 또 그만큼 상처도 많이 받는다. 낙랑도 결국 호동에게 배신을 당하고 아버지에게 배신을 당하며 상처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 아버지에게 죽음을 당하는 등 배신의 느낌들이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Q 호동이란 인물은?
영리하고 자기가 잘났다는 걸 아는 사람이다. 왕이 되고자 하는 욕심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호동은 왕이 되기 위한 것 외에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사랑보다도 자기 일이 먼저고 부모보다도 왕이 되고 싶은 욕심을 우선시 하는 점을 보면 정이 없는 사람인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낭랑과 대조적이다. 그는 정이 없고 왕이 되기 위해서 무슨 짓도 할 수 있는 무서운 사람이다. 책을 읽어 봤는데 그 시대 최고의 미남이었다고 한다. 그러니깐 낭랑이 호동의 꾀에 넘어간 것 같기도 하다. 잘생겼으니깐!

Q 파트너 발레리노 이영철씨는 어떤가?
천사 같은 분이시다. 나는 감사하게도 항상 좋은 파트너만을 만나왔지만 이영철씨는 더욱 그렇다. 예전에 ‘백조의 호수’ 공연을 잠깐 동안 함께 했었다. 그는 여자 파트너의 마음을 안정시켜준다. 이영철씨가 특별히 나한테 잘해줘서가 아니라 사람을 참 편안하게 해주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연습을 많이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서로에게 믿는 마음이 생기게끔 해준다. 너무 감사 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영철씨는 좋은 신체 조건을 가지고 있다. 키도 크고 발레리나나 발레리노에게 가장 중요한 발등의 라인이 너무나 완벽하다. 이번 발레 ‘왕자호동’에서 호동왕자의 이미지와도 잘 맞는 것 같다.

Q 21살 박세은은 관객들에게 어떠한 모습으로 보여 지길 원하나?
21살처럼. 사실 이번 발레 ‘왕자호동’을 준비하면서 처음에는 성숙함이 묻어나는 무대를 보여드려야지 생각했었다. 지금은 21살 때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사랑을 그대로 표현하는 게 가장 옳은 방법 인 것 같다. 내가 서른 살이 됐을 때는 그 서른 살의 표현을 하면 되기 때문에 어린 나이에 너무 성숙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21살짜리가 서른 살 마흔 살까지 표현하려고 하면 그게 더 이상하게 비춰질 수 있을 것이다. 그냥 깨끗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다.

Q 연습을 할 때 무슨 생각을 가장 많이 하나?
스토리. 스토리를 생각하면서 춤을 추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알고 추는 것과 모르고 추는 것은 다르다. 춤이 오리지널이 되는 것과 카피가 되는 것 또한 다르다. 다른 사람이 추는 것을 따라 하기보다 오리지널이 되고 싶다. 내가 관객의 입장에서 공연을 봐도 딱 보인다. 아, 저 사람이 지금 자신이 무엇을 표현해야하는지도 모르고 춤을 추는구나, 혹은 저 사람은 연구를 많이 하고 이 내용을 확실히 파악하고 있구나. 그러니 나도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내용을 완전히 파악하고 춤을 추며 연기를 해야 한다.

Q 관객들에게 왕자호동의 매력에 대해 말한다면?
발레 ‘왕자호동’은 한국적인 작품이다. 그래서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사실 외국 사람들이 볼 때는 그저 단순히 예쁘고 아름답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한국 사람이라면 꼭 봐줘야 될 작품인 것 같다. 그러니 많이 관람하러 오셨으면 한다.

[뉴스테이지=이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