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타미플루' 투약기준, 병원-환자 대혼란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민재 기자]신종플루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수시로 바뀌는 정부의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의 투약기준 때문에 돈과 시간을 낭비하고 환자를 자칫 위험한 지경에 빠트린다는 소비자 불만이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터져 나왔다.
보건당국은 지난 27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고열이나 콧물 등 호흡기 질환이 하나라도 발생하면 신종플루 확진검사를 생략하고 동네의원에서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라"고 의료계에 당부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신종플루 확진자에 대해서만 타미플루를 투약하라고 권고했다. 확산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지난 9월에는 의사의 판단에 의해 적극적으로 투약해도 좋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9월말 발병률이 감소하자 다시 신중을 기해 달라고 재차 말을 바꿨다.
이처럼 변화무쌍한 정부의 정책에 정작 혼란스러운 건 의사와 환자들.
경남 김해의 고 모(여.30)씨는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 때문에 시간과 돈을 잃고 환자인 어린 두 딸마저 위험한 지경으로 갈 뻔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고 씨는 지난 15일 새벽 큰 딸아이가 고열 등 감기증상을 보여 근처 E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다행히 신종플루가 아닌 폐렴으로 밝혀졌고 다음날 둘째 역시 폐렴으로 같은 병실에 입원해 일주일정도 치료를 받았다.
고 씨는 자녀들의 퇴원 하루 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담당의사에게 신종플루검사를 의뢰했지만 거절당했다. 폐렴이 확실하다는 소견이었다. 이어 "폐렴이 완쾌된 게 아니니 약을 먹고 다음 주 병원을 재차 방문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퇴원 후 둘째 아이가 고열증상을 보여 집근처 소아과를 찾은 고 씨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소아과에서 실시한 신종플루 간이검사에 첫째와 둘째아이 모두 양성반응이 나온 것.
곧바로 소아과의사의 소견서를 들고 E병원을 재차 방문했지만 담당의사는 "확진검사를 한 번씩 더 받아보자"며 일반감기약만 처방해줬다. 검사결과는 4일 후나 나온다고 안내했다.
할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왔지만 다음날 고 씨의 자녀들은 또 다시 고열증상을 보였고, 수소문한 끝에 간이검사 양성반응으로도 '타미플루'를 처방해주는 K병원을 찾아가 겨우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화가 난 고 씨가 E병원에 항의하자 "병원과 의사마다 기준이 다르다"는 입장을 전했다.
고 씨는 "병원마다 다른 투약기준 때문에 아이들이 위험한 상황에 빠질 뻔했다. 검사비용도 만만치 않아 결국 서민만 죽어난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에 대해 E병원 관계자는 "당시 정부의 투약기준은 의사의 소견이었다. 당시 검사 소견에 따라 신중하게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지 않았다"며 "정부의 시책이 하루가 멀다하게 들쑥날쑥 바뀌다보니 항바이러스제 투여진단을 내리지 않을 경우 환자들로부터 원망을 듣기 일쑤"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