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꿀벌 실종 사건 ' ...식물들 결실 못맺을 판.

2007-05-03     뉴스관리자
미국 27개 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꿀벌 실종 사태가 계속된다면 미국인들은 장차 빵과 물 만으로 끼니를 때워야 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꿀벌은 꿀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장 맛난 식용 작물 가운데 90%의 꽃가루받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과와 견과류, 아보카도, 콩, 아스파라거스, 브로컬리, 셀러리, 호박, 오이 등 일상적인 식품의 대부분은 물론 감귤류와 복숭아, 키위, 체리, 블루베리, 딸기, 멜런 등 달콤한 과일도 꿀벌 없이는 열매를 맺지 못한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인간의 먹거리 가운데 3분의 1은 곤충이 수분을 매개하는 작물이고 꿀벌은 수분의 80%를 담당한다.

소의 주식인 자주개자리(알팔파) 역시 벌 없이는 번식하지 못하므로 벌이 사라지면 식탁에서 소고기도 사라질 수 밖에 없어 "이번 사태는 미국의 식품 공급 사상 최대의 광범위한 위협"이라는 것이 농무부 벌ㆍ수분 프로그램 책임자인 케빈 해킷의 주장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처럼 대규모의 꿀벌 폐사 사태가 전에도 있었다며 지나친 호들갑을 경계하지만 이번 사태가 유난히 큰 우려를 자아내는 것은 규모도 규모려니와 원인이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다.

지난 해 11월부터 시작된 `벌떼 폐사 장애(CCD)'란 새로운 현상으로 미국 양봉업자들은 벌의 4분의1을 잃었다. 이는 겨울철 자연감소분의 5배에 달하는 것이다.

CCD는 미국에 그치지 않고 캐나다와 브라질, 유럽 일부 지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원인 규명에 나선 피해 국가 학자들은 아무래도 무슨 질병이거나 기생충 때문이라는 쪽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벌들이 시련을 극복할 수 있을 지는 여름이 끝나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미의회는 꿀벌이 다양한 작물의 꽃가루를 옮기고 같은 식물을 거듭 찾아오며 다른 꿀벌까지 불러 모으는 등 다른 곤충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중요한 역할로 미국 식품 공급에 기여하는 가치를 약 150억달러로 평가했다.

하버드대의 곤충학자인 E.O. 윌슨 교수는 "자연계의 일꾼인 꿀벌을 우리는 너무도 당연시 해 왔다"면서 "우리는 한 가닥 실에 우리의 미래를 걸고 있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과학원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미국의 사육벌 규모는 1947년 590만 군집에서 2005년에는 240만 군집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학자들은 꿀벌들의 게놈 분석을 통해 이들이 체내에 침투한 독성을 배출하거나 많은 면역성 질환을 이겨내는 유전자를 상실한 것으로 밝혀냈다.

이에 반해 과실파리나 모기는 독성물질을 이겨내는 게놈을 2배나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이처럼 벌떼가 사라지는 현상이 새로운 것으로 보이지만 1960년대와 1970년대, 근래에는 2004년에도 비슷한 사태가 벌어졌었다면서 "문제는 누구나 단순명료한 대답을 원하지만 사실은 그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