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in] 이 시대가 원하는 지도자, 정조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

2009-11-13     뉴스관리자

영웅은 외롭다고 했던가. 한 나라의 지도자는 종종 외롭다. 여기, 조선의 왕 이산처럼. 그는 왕이기에 누군가를 부여잡고 한탄할 수도 없고 나라를 이 모양으로 만든 지도자를 욕하며 분풀이할 수도 없다. 그저 스스로를 의지한 채 외로움을 달랠 뿐이다. 그는 왕이기에 외롭다. 또한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이 외롭다.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의 정조는 500년 왕조사에서 가장 파란만장하고 굴곡진 인생을 살았던 임금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고뇌의 왕이었으며 효심을 지닌 아들이었다. 젊은 학자들을 일으키려는 친구였으며 백성을 이해하려는 또 다른 백성이었다. 우리는 뮤지컬 속 정조의 모습에서 우리가 원하는 통치자의 모습을 본다. 그가 부르는 모든 노래는 그의 고뇌이며 기쁨이고 사랑이다. 무너진 성 앞에서 직접 돌을 들고 일어나는 정조의 모습에 관객들은 전율하고 환호한다. 그리고 응원한다. 그가 무너진 우리의 자존심을 그 시간만이라도 대신 일으켜 세워주기를. 슬픔이 깃들어있는 정조의 목소리는 관객들의 마음을 흔든다. 그러니까 대한민국 국민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인물, 그가 지금 무대 위에 서있는 정조다. 그리고 그는 사랑할 줄 아는 남자였다.

작품 속 정조는 길에서 만난 한 소녀에게 이름을 지어준다. 그 이름은 장덕이. 7, 8년이 흐른 후 정조는 궁에서 장덕이를 만난다. 그리고 사랑하게 된다. ‘눈부신 햇살을 밞으며 사랑하는 여인 따라 꿈길로’ 가고 싶었던 정조. 그러나 ‘자신의 존재가 너무 무거워, 왕의 피고름을 쏟아 놓을 수 없어’ 다가가지 못했던 이산의 모습은 그가 우리와 같은 눈물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위엄 있으면서도 인간적인 정조가 우리의 비어있는 가슴 한구석을 채워준다.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의 이윤택 연출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 공연을, 인물을 만들었다. 그리고 정조 역의 배우 민영기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그 목소리에 깃든 슬픔과 한을 어찌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배우 민영기의 진가는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우리가 원하는 지도자의 모델 역시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우리는 아직도 정조를 꿈꾼다.

[뉴스테이지=이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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