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주제작사,방송사에 쿠데타?

SBS '달려라 고등어' 방송 당일 '방송 보류'

2007-05-05     장의식기자
급기야 방송 당일 '방송 보류'라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간의 이런저런 갈등이 심심치 않게 표출되고 있는 시점에서 5일 SBS '달려라 고등어'가 첫방송 직전 방송이 취소되는 사태를 맞았다.


SBS는 '방송 보류'라는 단어를 사용했으나 첫방송 당일에 방송을 취소하는 결정은 제작사와의 협상 결과에 따라서는 '달려라 고등어'의 편성 자체를 없었던 것으로 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달려라 고등어'의 파행 사태는 제작사 젤리박스와 이기진미디어가 SBS에 '방송권 활용'을 요구하면서 빚어졌다. 프로그램이 경쟁력이 낮은 토요일 오후 4시40분에 편성된 것을 들어 SBS 외 타 채널에도 '달려라 고등어'를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한 것.

하지만 SBS가 이를 거부하면서 '달려라 고등어'는 시청자에 약속했던 첫방송일자를 지키지 못하게 됐다.

이번 사태는 외주제작사와 방송사간의 힘겨루기에 대한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그간 방송사의 눈치를 보며 목소리를 제대로 높이지 못했던 외주제작사가 자신들의 권리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사례이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출장 중인 젤리박스의 김광일 대표는 그간 SBS와 국제전화를 통해 '달려라 고등어'에 관한 협상을 진행해왔는데 첫방송이 미뤄지는 결과를 감수하면서도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외주제작사와 방송사 간의 마찰은 외주제작 비중이 커지는 것과 비례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거대 공룡인 방송사 앞에서 외주제작사의 불만은 말그대로 불만으로만 끝나는 것이 현실이었다. 방송사로부터 편성을 따내야하는 입장에서 제작비나 해외판권 등의 부분에서 불합리한 상황에 처해도 끝내는 방송사의 요구에 맞추게됐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외주제작사들의 움직임 달라졌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의 출범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종학프로덕션, 이관희프로덕션, 초록뱀미디어, 올리브9, 팬 엔터테인먼트, IHQ 등 31개 TV드라마제작사가 출자해 만든 협회는 "왜곡되고 있는 지상파방송사와의 계약 불공정 등 드라마 제작시장의 불균형을 바로 잡고 드라마 한류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설립 목적"이라고 밝혔다.

SBS '외과의사 봉달희'의 제작사 DSP엔터테인먼트가 방송이 끝난 후까지도 SBS와의 제작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고 제작비를 놓고 줄다리기를 했던 사례는 드라마 제작비에 대한 제작사와 방송사의 충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꼽힌다.

또 프로그램 저작권에 대한 방송사의 우월적 지위 역시 제작사들의 불만 사항이다. 얼마전 KBS와 SBS가 같은 날 '차마고도'에 대한 각기 다른 다큐멘터리를 내보낸 배경에는 저작권에 대한 충돌이 자리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6월 방영될 MBC '태왕사신기'는 국내 방영권과 미주지역 동포방송 방영권은 MBC 측에서, 나머지 외국 판매에 대한 저작권은 제작사인 TSG컴퍼니가 갖는 것으로 협의 중이다. 저작권 계약에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중요한 사례로 외주제작사들이 이를 주목하고 있다.

김종학프로덕션의 박창식 이사는 "방송사의 지금의 우월적 지위가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채널 시대에 경쟁력 있는 외주제작사의 권리찾기는 갈수록 거세질 것이며 방송사도 결국엔 이에 맞춰 변화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러한 외주제작사들의 움직임에 대해 방송사 관계자들은 "방송사도 이익을 추구해야하는 기업으로 자선 사업을 할 수는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SBS가 시청자와의 약속을 어기면서까지 '달려라 고등어'의 첫방송을 취소한 것 역시 외주제작사의 요구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강경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과연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간의 힘겨루기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