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폰 계약서 안 받으면 '피박 폰'"

계약서에 표기하지 않으면 '꽝'..당당하게 할부금 청구

2009-11-23     강민희 기자

[소비자가만드는신문=강민희 기자] 휴대전화를 구입할 때 대리점 직원의 말만 믿고 계약하면 피박쓰기 십상이다. 공짜폰으로 유혹하거나 파격저인 할인률로 계약을 유도하고는 '당당하게' 할부금을 청구한다.

구두 상으로 이루어진 각종 약속은 모두 '꽝'이 되고 남는 건 무자비한 할부금뿐이다.

이는 소비자들이 휴대전화를 구입하면서 계약서를 잘 읽지 않는 점을 악용한 상술이다. 대리점 직원들은 구두 상으로는 온갖 '당근'을 제시하고 계약서는 다르게 작성한다. 계약서는 형식상 작성하는 것이니 걱정 말라고 연막을 치기도 한다.  소비자가 나중 이를 알고 항의하지만 구두 상 약속을 증명 할 수 있는 자료는 어디에도 없어 계약 내용대로 뒤집어 쓸 수밖에 없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휴대폰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계약서에 표기하였다면 납부할 필요가 없으나 그런 내용 없이 계약서에 명의자의 서명이 있다면 동의하에 계약이 성사된 것이므로 이의제기가 어렵다. 이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판매자가 계약서는 형식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더라도 계약 조건을 모두 계약서에 표기하여 작성하도록 꼼꼼히 챙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진=SBS 방송캡처)


◆"계약서에 서명했잖아"

안동시 태화동 박 모(여.24세)씨는 지난 10월 집 인근 KT대리점에서 휴대전화를 구입했다. 당시 추석 연휴라 개통이 안 돼 계약서에만 서명을 추석연휴 뒤 개통하기로 했다. 구입당시 단말기 값과 위약금 등을 대리점에서 납부해준다는 조건으로 구입했으나 박 씨가 집에 돌아와 계약서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니 단말기 값을 할부로 납부하는 것이었다. 박 씨가 대리점에 찾아가 항의하자 직원은 "자필로 서명한 내용이다"라며 오히려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박 씨가 개통이 안됐기 때문에 바로 해지해달라고 하자 사은품으로 준 휴대폰케이스, 충전기 등의 값 3만원을 지불해야 해지를 시켜줄 수 있다고 배짱을 부렸다.

결국 3만원을 내고 해지한 박 씨는 "돈이 아까운 것보다 고압적인 태도로 고객을 우롱하는 모습에 화가 난다. 개통하기 전에 미리 알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말 따로 계약서 따로?

안양시 부흥동 오 모(여.31세)씨의 남편은 지난 9월 새로운 휴대전화를 구입했다. KT 대리점 직원이 특정 휴대전화를 권하면서 3만5천원의 정액요금제를 쓰면 단말기 값이 무료라고 했다.  평소 2만 5천원의 요금이 나오는 남편이 망설이자 직원은 다른 요금제를 추천하면서 매달 기기값으로 1만원을 2년 동안 내고, 이용요금이 3만5천원을 넘을 경우에는 기기값을 할인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해 구입을 결정했다.

그러나 한 달 뒤 요금청구서에 단말기 가격이 할인되지 않은 것을 확인한 오 씨가 대리점에 문의하자 "음성통화료만 4만원이 넘어야 5천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고 말을 바꿨다. 오 씨가 그런 사실을 들은 적이 없다고 하자 "계약서에 다 나와 있는 내용이다. 해지를 하려면 위약금을 내야한다"고 반박했다.

오 씨는 "휴대전화를 구입할 당시 남편과 친구도 함께 자리에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도 음성통화요금으로만 할인된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그저 이용금액이 3만 5천원을 넘으면 할인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소비자들이 계약서를 꼼꼼하게 읽지 않는 것을 악용해 구두로 설명할 때와 계약서 내용을 상이하게 해 놓고 덤터기를 씌우려는 것이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개통 시 작성한 서류상에는 문제가 없다. 고객이 서류를 미확인 한 것으로 생각되지만 고객이 처음 제시받았다는 조건으로 사용요금 상관없이 매월 5천원의 금액으로 계산하여 단말기 대금 24개월분 총 12만원을 중도 완납 처리했다"고 전했다.

◆환급해준다던 약속은 어디로?

부산 신정동의 김 모(남.40세)씨는 지난 3월 휴대전화를 새로 구입했다. SK텔레콤 상담원이 전화로  휴대전화 단말기를 구입할 것을 권유하면서 단말기요금은 선납하면 할부로 단말기요금을 환불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김 씨는 공짜폰이나 다름없다는 조건에 구입을 하게 됐다.

그러나 다음 달부터 단말기 요금을 환불해준다던 약속은 온데간데없이 환불된 금액은 통장에 들어오지 않았다. 김 씨가 SK텔레콤 측에 문의하니 구입했던 조건은 특정카드를 쓰게 되면 포인트가 쌓여 그 만큼 할인받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김 씨는 구입당시 상담원으로부터 이런 내용조차 듣지 못했다.

김 씨는 "구입 한 후 8개월 동안 환급이 되지 않아 결국 제 값을 주고 휴대전화를 구입한 꼴이 됐다. 이것은 엄연히 사기"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환급과정이 누락이 됐었다"며 "10월부터 단말기 요금을 환급해주고 3월부터 못 받은 환급금액에 대해서는 약정기간이 끝날 때 일시불로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