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가 피곤 합니다… 게임을 그만 하십시오

2007-05-05     헤럴드경제제공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회장은 최근 10살 짜리 큰 딸의 컴퓨터 사용시간을 제한하고 있다는 사적인 고백을 해 화제를 모았다.

빌 게이츠 회장은 “숙제에 필요한 시간을 제외하고 딸의 컴퓨터 사용시간을 하루 45분, 주말 1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취미생활로 시작한 게임이 중독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는 아이들이 적정 나이가 될 때까지는 인터넷에서 어떤 곳을 방문하고 무엇을 보는지 부모가 살펴보고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인터넷 사용이나 게임 중독에 관한 부모들의 고민은 이미 시공을 초월한 공통 관심사가 된지 오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컴퓨터가 꺼지는 프로그램이나 이용자의 뇌파에 작용해 게임 과다 몰입을 억제하는 특수 음원이 개발됐을 정도다. 국내 게임업체들도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몇몇 게임에서 스스로 자정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CJ인터넷(대표 정영종)이 서비스하는 다중역할수행게임(MMORPG) ‘테오스온라인’에는 ‘피로도 시스템’이 있다. 게임을 하면서 캐릭터가 얻는 경험치에 비례해 ‘피로’수치가 쌓이는 것이다. 레벨(등급)에 해당하는 하루 분의 피로가 가득 차면 더 이상 경험치 획득이 불가능해진다.

그만큼 몰아서 하는 ‘광렙(미친듯이 빠른 레벨 상승)’이 시스템상 제한돼 있는 것이다. 또 그만큼 과도하고 무의미한 게임 플레이를 방지하는 역할을 해준다. 피로도는 매일 오전 5시에 초기화된다.

한게임이 서비스하는 액션대전 게임 ‘던전앤파이터’에는 ‘코인’이란 아이템이 있다. 이는 게임 중 캐릭터가 쓰러졌을 때, ‘HP(체력)’와 ‘MP(기술에 필요한 에너지)’가 가득 찬 상태로 부활시키는 아이템이다.

처음 캐릭터 생성시 10개의 코인이 주어진다. 코인을 전부 소진했을 경우 매일 아침 6시를 기점으로 접속할 때마다 하나씩 충전돼, 무리한 ‘던전(사냥공간)’ 탐험을 방지한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서비스하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휴식상태’에 사냥할 경우 경험치를 두 배로 보상해준다. 휴식상태란 캐릭터가 여관이나 스톰윈드, 오그리마 등 주요 대도시에 들어가면 자동적으로 취하는 상태.

이 때 접속을 종료한 후 재접속하기까지 걸린 시간에 비례해 경험치를 두 배로 받는 양이 정해진다. 이를 통해 게이머가 게임을 중단하고 쉴 이유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넥슨이 서비스하는 캐주얼게임 ‘마비노기’는 하루에 2시간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따로 정액요금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게임 화면 상단에 표기되는 남은 플레이 시간을 보며 일정시간만 즐길 수 있다.

CJ인터넷 관계자는 “‘테오스 온라인’의 ‘피로도 시스템’은 평균적인 게이머가 하루 3-4시간 이하로 게임을 즐긴다는 가정하에, 소수의 게이머들이 과도하게 게임에 몰입해 캐릭터간 레벨 균형이 깨지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며 “게임을 건강한 취미생활로 즐길 수 있게 게이머 스스로 수위를 조절해 게임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선영 기자(ko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