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무계]"아가씨~강남역서 꽁초 무단투기했잖아"
2009-11-19 임민희 기자
[소비자가만드는신문=임민희 기자] 개인정보 유출 및 주민등록증 분실 등에 따른 명의도용 사례가 빈번한 가운데 주민등록증을 분실한 소비자가 불합리한 제도로 인해 억울한 행정처분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며 정부에 제도개선을 강력히 촉구했다.
서울 송파구 풍납동에 사는 이 모(여.21세) 씨는 2008년 12월 7일 서초구청으로부터 폐기물관리법 제68조에 의거해 '담배꽁초 무단투기'에 따라 과태료 3만원을 내라는 통지서를 받았다. 구청 측에 따르면 지난 10월 17일 이 씨가 강남역 근처에서 담배꽁초를 버리는 것을 구청 단속반 직원이 현장 적발해 사전통지서를 발부하고 서명을 받았다는 것.
이 씨는 지금까지 담배를 피운 적이 없고 호프집을 하는 어머니를 도와 새벽까지 일을 하고 낮에는 잠을 잤기 때문에 그 날 강남역 근처에 갈 이유도 없었다. 그는 이 사건이 자신의 주민등록증 분실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통지서가 날아오기 2주 전 집 앞에서 가방 날치기 당해 주민등록증도 함께 도난당했기 때문. 그날 바로 경찰서에 신고했지만 범인의 행방은 찾을 수 없었다.
이 씨는 어머니와 함께 서초구청을 찾아가 그런 사실이 없음을 주장하며 주민등록증 도용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구청 직원의 안내에 따라 12월 9일 팩스로 이의신청을 냈다.
그는 "단속한 지 50여 일이 지나 통지서가 날아왔는데 그 시점이 주민등록증을 분실한 날짜와 2주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점, 과태료 통지서에 단속 시간이 기재되어 있지 않는 점 등을 들어 어머니가 대신 작성해 이의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원은 기각 처분을 내렸다. 과태료 결정(약식결정)에 불복할 경우 7일 이내에 다시 이의신청서를 내도록 했다. 이의신청을 내면 해명할 기회를 있을 줄 알았던 이 씨는 법원의 결정이 황당할 뿐이었다.
그는 "다시 이의신청을 낼 경우 인지료 500원과 송달료 9천60원을 예납해야 하는 등 이의신청 절차가 복잡하고 피해자에게 너무 불리했다. 다른 사람들의 사례를 들어봐도 법원이 이의신청을 받아들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이 건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 조사관을 통해 구청 측에 당시 현장에서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도용하고 서명했던 사인 원본을 요청했지만 오히려 위조 의혹을 받는 등 의심을 받았다"고 분개했다.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일로 과태료를 물 수는 없다는 생각에 과태료를 내지 않아 1년 째 구청 측의 독촉을 받고 있다.
그러던 중 올해 10월 26일 서울북부지방검찰청으로부터 '음악산업진흥에관한법률위반'으로 기소유예 처분 통지서를 받았다. 경찰에 확인한 결과 이 씨의 주민등록증을 도용한 누군가가 노래방 도우미를 하다 단속에 적발됐던 것. 현재 검찰에서 지문을 대조 중이며 도용당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기록을 삭제키로 했다.
이 씨는 "주민등록증 도용 피해에 대해 관할구청이나 경찰에서 큰 사건이 아니면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며 "내가 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1년 째 고통 받고 있다. 나처럼 피해를 입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개선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초구청 관계자는 "제보자가 이의신청을 하지 않아 이미 법원에서 결정 난 사안으로 지금으로서는 과태료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제보자가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해 이의신청 절차를 알려줬지만 본인이 내지 않았다"며 "당시 현장 적발 시 받은 '사인 원본'이 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법원에 문의해 이의신청을 내면 구청에서 관련 서류를 법원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