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 부도나면 내구 소비재 폐품 전락

2009-11-20     이경동 기자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경동 기자] 사용하는 제품이 심각한 고장을 일으켰지만 제조업체의 부도로 수리를 받지 못해 멀쩡한 제품을 폐기처분하거나 피해보상을 받지 못하는 피해가 잇달아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선 물품을 구매할 때 회사의 안정성, 성장성 등 꼼꼼히 따져보는 주의가  필요하다.

◆최고가 냉장고 고장, "회사 폐업 했어 그냥 버려"

경상북도 예천군의 황 모(남.35세)씨는 2003년께 청호나이스 '석빙고' 김치냉장고를 150만원을 주고 구입했다. 당시 김치냉장고로는 다른 경쟁사 제품과 견줘 거의 최고가 제품이었다.

김치냉장고는 서서히 냉기가 줄더니 지난 8월에는 급기야 사용을 할 수 없게 돼 청호나이스에 AS를 의뢰했다.

그러나 "제조업체 폐업으로 수리 부품이 없어 고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청호나이스가 폐업했다는 황당한 얘기에 알아보니 청호나이스 계열사로 김치냉장고를 OEM(주문자 상표 부착생산)방식으로 만들던 청호빌텍이 파산한 것.

황 씨는 "청호나이스 브랜드를 보고 샀는데 알고 보니 빌텍이란 듣도 보지도 못한 제품을 산 셈이 됐다"며 "구매 때는 아무 언급 없이 청호나이스 브랜드를 이용해 팔고 이제와 부도난 업체 핑계만 대면서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청호빌텍은 청호나이스 계열로 김치냉장고를 생산하다 2003년 폐업했다.

◆TV업체 폐업으로 리모컨 못 고쳐 LCD TV 무용지물

서울 길1동에 김 모(여.46세)씨는 지난 10월 12일 TV를 시청하기 위해 리모컨 전원 스위치를 눌렀지만 리모컨이 고장 나 켜지지 않았다.

4년 전에 구입한 TV는 이레전자 제품 32인치 LCD TV로 구입당시 디지털 TV가 시판 된지 얼마 안 된 터라 200만원을 훌쩍 넘는 금액을 주고 구매한 것.

리모컨만 새로 교체하면 문제없이 TV시청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AS센터에 연락했다.

하지만 업체가 폐업한 상태라 AS센터를 찾을 길이 없었다. 겨우 알아낸 서비스대행업체도 전화벨만 울릴 뿐이었다.

만능 리모컨도 구해봤지만 이마저도 이레전자 제품은 지원되지 않았다.

김 씨는 "단순히 리모컨이 없어 고가의 TV를 사용 못 하는게 황당하다"며 "소비자가 업체 폐업에 따른 불편과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이레전자산업은 폐업된 상태로 서비스대행업체를 통해 AS를 제공하고 있다.

◆오래된 TV불나 집 홀랑 탔지만 제조업체 파산으로 보상 無

경남 함안군의 박 모(남.28세)씨의 가족은 지난 2월 중순경 갑작스런 화재로 모든 것을 잃어버릴 뻔한 끔찍한 사고를 겪었다.

사고현장은 부모님 소유의 2층 건물. 화재사고는 전세로 임대를 내준 2층 노래방에서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노래방 내부는 모두 불타 재만 남았다.

조사 나온 경찰 관계자가 "노래방에 설치된 오래된 대우TV(제조일자 1997년)중 2대가 폭발해 화재가 발생한 것 같다"고 말해 즉각 대우일렉트로닉스로 문의했다.

며칠 후 방문해 현장사진을 찍고 돌아간 담당직원은 1주일 후 "TV 누전으로 인한 화재라 하더라도 현재 대우전자가 파산으로 없어진 상태라 대우일렉트로닉스에서 보상해줄 책임이 없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화재로 건물 일부가 완전히 무너져 버린 상태인데 파산을 이유로 아무 책임도 질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 오래된 대우전자 제품은 모두 폐기처분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