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페이스C’의 유승희 부관장
전통과 현대의 조화
2009-11-24 뉴스관리자
강남구 신사동의 ‘스페이스C’는 ㈜코리아나 화장품에서 개관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이 공간은 전통 화장유물을 전시하는 ‘코리아나 화장박물관’, 현대 미술을 전시하는 ‘코리아나 미술관’, 국내 최초의 박물관 카페 ‘카페 스페이스C’등으로 구성돼 있다. ‘스페이스C’는 코리아나 화장품 회장 유상옥 관장의 희수(喜壽)를 맞아 40여 년간 모아온 수집품과 애장품 1200여점을 선보인다. 그의 수집 철학을 조명하는 <송파松坡의 수집 이야기>전시회에 대한 이야기를 ‘스페이스C’의 유승희 부관장을 만나 들어본다.
▶전시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유상옥 회장님께서 수집을 40년 동안 해오셨는데 그동안 미술관, 박물관을 통해 회장님의 미술품과 고미술품에 대한 컬렉션은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어요. 그런데 이 외에 다른 수집품들도 많았죠. 다른 수집품들에 대해서도 수집광이셨는데 그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근데 왜 그들이 수집을 하게 되었는지, 그들의 삶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해서 전시를 하게 되었죠.
▶유상옥 회장님께서 수집을 하시는 목적은 무엇인가요?
수집하시는 분들이 최종목적을 생각하고 수집하시진 않을 거예요. 수집을 통해서 무엇을 얻고자 함이 아니니까요. 언제는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수집은 나에게 밥 먹는 것과 같다”라고요. 하루세끼를 먹는 것처럼 모든 것들을 모으고 보관하고 관련된 것을 수집하시다보니까 생활화가 50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유상옥 회장님께서 쓰셨던 수첩이 인상에 남습니다. 수첩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회장님이 회사생활을 동아제약에서 시작으로 30년을 일하셨고 그 후 창업을 하셔서 20년을 일하셨어요. 총 50년 사회생활을 하시면서 동아제약에서 나온 다이어리에 항상 일기, 메모를 쭉 기록을 해오셨어요. 그런 기록들이 동아제약 수첩만 50권 이상 되고 아침마다 조찬모임에서 외부 강사들이 좋은 말씀을 기록한 수첩도 있어요. 아마 외부에서 만난 교수님, 사회에 여러 인사분들 회사 생활하셨을 때 만났던 분들에 대한 메모들이 수첩에 남아있죠. 큰 다이어리에는 하루 일과, 정책, 올해 각오, 회사의 비전을 개인의 메모들이 수첩에 적혀있어요.
▶유상옥 회장님께서 수집을 통해서 무엇을 느끼시게 되나요?
냉정하게 보기는 쉽진 않아요. 어렸을 때는 왜 보관하실까? 집이 복잡해지고 방이 없어지고 창고로 변할 뿐인데. 근데 전시를 준비하면서 다시 아버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죠. 수첩들이나 엽서, 동전 수집하시는 걸 보면서 누구나 다 할 수 있는데 하지 않잖아요. 근데 오랜 세월이 지나니까 하나의 문화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는 너무 편하고 쉬운 것만 생각했어요. 요즘 인터넷이 발달해서 메일, 휴대폰을 통해서 의사전달을 하잖아요. 그런데 아날로그 식으로 수첩에 적거나 카드를 보내고 나중에 받은 카드를 보면 옛사람을 기억할 수 있어요. 근데 요즘에는 이런 감성이 많이 메말랐다고 생각했는데 전시회를 준비하게 되면서 아버지의 진실 된 눈으로 아버지를 모습을 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이런 점을 통해 모두가 우리 윗분들이 사셨던 아날로그적인 모습을 다시 되돌아 봤으면 해요.

▶유상옥 회장님께 있어서 서제는 어떤 상징성을 가지고 있습니까?
일반적으로 모든 작업을 할 때 책상에서 작업을 하잖아요. 회장님도 모든 작업 뿐 아니라 수필도 쓰셨어요. 책으로 묶어서 출판된 것이 5권정도 되죠. 그중에 2000년도 이전은 기업에 관련된 수필집이 대부분이에요. 2000년 이후에는 문화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시면서 문화에 관련 된 책들을 내셨고 글을 쓰시는 활동을 하셨죠. 하루 중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는 늘 글을 쓰셨던 공간이죠. 또 해외 박물관, 미술관을 다녀오시면 도록을 사가지고 오시는데 그것을 책상에서 보시고, 붓글씨도 쓰시고 서제공간이 글을 쓰시고 책도 보시는 그런 공간이라고 할 수 있죠.
▶유상옥 회장님의 좌우명이 있으시다면 무엇입니까?
회장님이 늘 하시는 말씀이 기업가 정신. 새로 신입사원이 들어올 때부터 하시는 말씀이 기업가 정신을 가지라고 하세요. 그리고 주인의식! 내가 이 회사에 주인이면 생각, 행동이 달라지겠죠? 하지만 내가 직원이라고 생각을 하면 내 회사라는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에 모든 함부로 하게 되죠. 회장님께서도 ‘나는 직원이 아니라 주인이다’라는 생각으로 일하셨어요. 내가 주인이기 때문에 사소한 것부터 하나하나 직접 알아보셨고 수첩을 보면 모두 메모해 놓으셨어요. 이런 점들이 다 기록해 놓으셨고 그것을 바탕으로 경영수필집을 쓰실 수 있었어요.
▶찾아오시는 관객들에게 관전 포인트!
우리들이 스쳐 지나가 버릴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여유를 갖고 소중하게 보면 세월이 흐른 후 역사와 문화가 될 수 있어요. 수집은 우리 모두가 다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과연 나는 어떤 물품을 수집해서 나중에 후손들에게 나를 기억해줄까’하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회장님이 해외에 나갔을 때 동전들, 포스터를 귀찮아하지 않고 다 수집을 하셨어요. 이런 것들이 지금은 다 자산이 되는 것 같아요. 후에 내 자식에게 내가 간직했던 물품을 잘 간직한 후에 물려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예술품 수집에 몰두해온 유상옥 관장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와 수집에 대한 수집가의 끊임없는 열정과 올바른 태도, 철학 등을 엿볼 수 있는 <송파松坡의 수집 이야기>전시회는 오는 12월 26일까지 열린다.
[뉴스테이지= 편집부,사진_ 강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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