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소비자불만 결산]택배..분실 욕설이 주업?

2009-12-07     이민재 기자
<배송과정중 심하게 파손된 전기밥솥>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민재 기자] 택배와 관련된 소비자불만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올 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 2007년부터 현재까지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접수된 택배관련 소비자불만은 총 1948건으로 연 평균 65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통운, 한진택배, CJ GLS, 현대택배, 우체국택배, 로젠택배, 동부익스프레스 택배, KGB택배, 경동택배 등 주요택배업체들에 대한 소비자피해 제보는  지난해 670건보다 5%정도 증가한 774건에 달했다.

피해유형별로는 배송지연이 55%(435건)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다음은  수하물분실 20% (153건), 직원의 불친절 15%(110건), 택배물품 오배송 10% (76건) 등이 뒤를 이었다. 

업체들의 안일한 대응 또한 소비자 불만을 가중시켰다. 항상 통화중이라 있으나 마나한 고객 상담실, 기본 한 달 이상 지연돼는 민원처리,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태도 등이 소비자들의 가장 많은 원성을 샀다.

◆“김장에 묻힌 아이의 백일”

양산시 수주동의 김 모(여.47)씨는 지난 11월12일 평소 알고 지내던 필리핀 새댁 아이의 백일을 3일 앞두고 인터넷쇼핑몰에서 유아용 모빌을 구입했다.

하지만 아이의 백일까지 배송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의아하게 여긴 김 씨가 배송정보를 확인해보니 14일 김 씨의 집 근처 KGB택배 영업소에 배달돼 있었다.

화가 난 김 씨가 택배영업소에 항의했지만 사과는 커녕 “김장철이라 바빠 죽겠는데 기다리세요”라는 무책임한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김 씨의 끈질긴 요청으로  주문한지 일주일이 지난, 18일 겨우 제품을 받을 수 있었다. 이때도 한마디의 사과도 없었다. 

김 씨는 “배송지연도 모자라 사과도 없이 무작정 기다리라는 업체의 태도에 화가 난다. 사과라도 받았으면 이렇게 억울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택배사의 늑장배송 때문에 결국 아이의 100일에 맞춰 선물을 주지 못해 아쉽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이에 대해 KGB택배 관계자는 “최근 김치 및 쌀 등 중량이 무거운 배송물이 증가하며 배달이 지연된 것 같다”며 “고객에게 배송지연에 대한 해명과 진심어린 사과를 드렸다”고 덧붙였다.

◆200만원 수하물 분실 “책임 없어”

경기 화성시의 정 모(남.49세)씨는 지난달 24일 우체국 택배를 이용, 대구에서 대학에 다니는 자녀의 기숙사로 소포를 보냈다. 상자에는 자녀의 옷, 노트북, MP3 등 200만원 상당의 중요 물품이 들어있었다.

하지만 정 씨의 자녀는 소포를 받지 못했다. 택배기사가 본인 확인의 수령 사인을 받지도 않고 소포를 기숙사 현관 앞에 두고 가버렸기 때문.

뒤늦게 배송 문자메시지를 확인한 정 씨의 자녀가 서둘러 현관으로 가 봤지만 이미 분실된 이후였다.

배상책임을 묻는 정 씨에게 우체국 담당자는 "학교에 배달되는 소포는 다 그렇게 배달한다. 책임이 없다"고 답했다.

정 씨는 "수신 우체국에서는 발신 우체국에서 소포를 받을 때 잘못 받았다고 하고, 발신 우체국에서는 수신 우체국에서 분실했으니 그쪽에서 해결하라고 한다"며 "우체국이라는 공기관에서 고객의 물건을 분실해놓고 서로 책임을 미루며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이에 대해 우체국택배 관계자는 "소비자와 사실 관계 확인 후 책임이 있는 수신우체국에서 보상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고 해명했다.

◆“에이 XX, 얼어 죽을 보관”


안경가게의 직원으로 일하는 대구 대명동의 심 모(남.31세)씨는 지난 6월 택배기사의 언행에 심한 불쾌감을 느꼈다는 사업장 대표 이 씨의 심경을 전해왔다.

이 씨에 따르면 옐로우캡 택배로부터 안경을 배송받기로 한 서울 관악구 지점의 지사장이 개인적인 사유로 택배기사에게 “물품을 부천 사업소에 보관해 두면 다음날 찾으러 가겠다”는 부탁을 했다. 그러자  택배 기사는 대뜸 “에이 XX, 보관할 곳이 없다”고 욕설을 서슴지 않으며 짜증을 냈다는 것.

이 씨는 “더운 날씨에 택배기사들이 고생하는 것은 알지만, 예순이 훌쩍 넘은 수취인에게 다짜고짜 욕설을 일삼다니 도가 지나치다”며 분개했다.

이에 대해 옐로우캡 택배 관계자는 “택배기사가 부천 집하장에서 물품을 받아 서울 관악구에 배송하던 중 ‘부천 사업소에 물건을 두면 직접 찾으러 가겠다’고 수취인이 요구해오자 과실을 범한 것 같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관악지역의 택배기사가 바뀌면서 아르바이트로 2~3일 동안 대체 투입된 인력이었다. 아르바이트 인력은 배송 완료한 물품에 따라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집하장에 물품을 두라’는 말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 같다”고 해명했다.

또 “물품은 다음날 수취인이 부천지점을 방문해 인수해 갔다. 본사 차원에서 수취인과 이 씨에게 긴 근무시간과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택배기사들의 고충을 밝히며 양해를 구하고 사과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