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쌍둥이 태아 보험가입?~노 탱큐"
보험사들 쌍둥이'문전박대'.."설계사에 속고 보험사에 채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임민희 기자] 결혼연령이 높아지면서 고령출산의 증가로 태아의 선천성 질환 등을 보장하는 '태아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실상 대다수 보험사들이 가입에 제한을 두거나 보상규정이 까다로워 낭패를 보는 소비자들이 많다.
특히 최근에는 고령임신에 따른 시험관 아기 시술 등으로 다태아(쌍둥이 등) 분만율이 증가하고 있으나 쌍둥이의 보험가입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
1.22명이라는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하는 데는 미비한 태아보험제도도 한몫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저 출산 나라에 쌍둥이는 축복이 아닌, 비극적 운명을 타고난 차별받는 소수자일 뿐이다.
이름뿐인 태아보험..대다수 보험사 쌍둥이 거부
태아보험은 별도의 보험상품은 없으나 어린이보험에 '태아가입특약'이 첨부되어 있다. 출생 전 상태에서 보험가입이 가능한 상품을 실무적으로 '태아보험'으로 지칭하고 있다.
주요 담보내용은 선천성질환수술보장 특약, 출생전후기질환보장 특약, 미숙아육아비용보장특약 등이다. 주로 ▲태아의 출생 후 선천성 질환으로 인한 입원․수술, ▲출생 전후기 질환으로 인한 입원, ▲미숙아(또는 저체중아)의 인큐베이터 비용 등이 추가적으로 보장된다.
하지만 다태아의 경우 흥국생명과 동양생명 등 일부 보험사를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저체중(2.5kg 미만), 미숙아(37주 미만 출생) 등의 위험부담이 높고 정상적인 외태아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가입을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령 가입이 된다고 하더라도 첫째 아이만 보헙이 적용돼 역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쌍둥이의 미숙아 출생률은 53.3%로 외태아 3.5%에 비해 훨씬 높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인공수정, 시험관 아이 등 으로 인한 쌍둥이를 받아주는 보험사들이 많았으나 점차 가입조건이 까다로워져 이제는 거의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또 미숙아로 태어날 경우 어떤 보험이든 36개월이 지나야 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쌍둥이의 경우 정상 분만과 그렇지 않은 분만률을 비교했을 때 위험분담이 크고 일반 분만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가입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며 양해를 구했다.
금융감독원 보험계리실 관계자도 "각 보험사에서 정한 약관에 따라 보장유무가 적용될 뿐 현재로선 금융당국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정부의 출산지원 정책에 반하는 보험사들의 횡포를 지적하며 정부 주도의 쌍둥이 전용 보험 상품 개발과 정책적 지원을 촉구했다.
쌍둥이의 비애.."설계사에 속고 보험사에 채였다"
올해 5월 29일 쌍둥이를 출산한 울산 중구 반구동의 김 모(여․33세) 씨는 임신 중에 저체중, 선천성 질환 등에 대비해 태아보험을 알아보던 중 잘 알고 지내던 비(非)전속대리점(여러 보험사와 계약을 맺고 상품 판매)의 A설계사로부터 흥국생명 가입을 권유받았다.
'흥국생명이 선천성 질환에 대한 보장성이 크다'는 설계사의 말에 2008년 12월 28일 '무배당 소중한 자녀사랑보험'에 가입했다. 그는 또 2009년 3월 9일 우체국 예금보험 소속 B설계사의 권유에 따라 '꿈나무 헬스케어 보험'(만기환급형) 주보험과 선천이상특약에 가입했다. '만약 아이가 선천성 질환으로 수술을 받을 경우 5종을 적용해 입원․수술비로 500만원을 지급한다'는 설계사의 설명을 믿었다.
김 씨는 출산 후 첫째 아이의 심장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검사 결과 선천성 심장질환인 '활로씨 사징'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을 앞둔 한 달 전 흥국생명 측은 "태아보험은 2006년부터 선천성 질환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해왔다. 우체국 보험 역시 입원비 16만원과 수술비 100만원만 지급했다.
그는 "태아보험이라도 선천성 질환을 보장하는 상품은 거의 없다. 선천성 질환을 타고 나는 아기는 치료비가 얼마든 온전히 부모의 몫이 될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라고 아픈 속내를 드러냈다.
김 씨는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제보 이후 흥국생명 측이 보험금 500만원을 입금해줬다고 알려왔다.
한편 우체국 예금보험 보험심사팀 관계자는 "제보자의 민원이 접수되면 설계사의 모집과정 등 경위를 조사해 사실여부에 따라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쌍둥이 역차별..둘째 아이 생명은 덜 소중한가?
경기도 부천에 사는 김 모 씨는 쌍둥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보험상품에도 가입할 수 없었다. 그의 아내는 임신중독 증세로 8개월 만에 조산했다. 당시 쌍둥이들은 1.4kg와 1.5kg으로 저체중이었다.
아이들은 즉각 인큐베이터에 들어갔고 주치의는 "아이가 미숙아로 태어나면 폐가 덜 성숙해서 인공호흡기를 꽂는데 몇 십 초간 산소호흡이 제대로 안 됐기 때문에 저능아, 신장장애 등을 앓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아이들은 건강하게 퇴원했지만 미숙아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3년을 기다린 후에야 어린이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다.
김 씨는 보험사들의 불합리한 행태를 보고 보험설계사로 전직, 현재는 쌍둥이관련 전문 설계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매년 가입조건이 더 까다로워지고 있어 걱정"이라며 "현재 받아주고 있는 1~2군데의 보험사도 가입을 제한하게 되면 모든 쌍둥이 부모들은 태아보험에 전혀 가입을 할 수 없게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쌍둥이를 임신한 서울 구로구의 한 모 씨도 보험사에 태아보험 가입을 문의했지만 '쌍둥이'라는 이유로 모두 거절당했다. 첫째아이는 가입이 됐기에 당연히 둘째아이도 될 줄 알았지만 보험사들은 모두 고개를 저었다.
한 씨는 만약 둘째 아이가 미숙아나 선천성 질환 등을 앓고 태어날 경우 병원비 등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불안하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