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도서 방문판매 악덕 상술 기승..이렇게 차단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지희 기자] 아동도서 방문판매와 관련 피해가 속출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업체들의 ‘배 째라’식 사후대응으로 부모들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대부분 소비자들은 방문판매원의 화려한 말잔치에 현혹돼 전집이나 세트 등 고가의 도서를 구매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법적인 규정을 잘 알고 있는 판매원들은 제품의 포장을 '친절하게'(?) 개봉해주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지만 이 점이 함정이 된다.
제품을 구매하고 난 후 도서의 질이 떨어지거나 아이와 연령과 맞지 않아 교환 환불 요구하면 '포장훼손'으로 거절하거나 과도한 사용손해율을 적용, 소비자들의 말문을 막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방문판매 유아용 교재에 대한 민원이 빈발하고 있는 만큼 판매원의 설명에 현혹되지 말고 충동구매를 피하며 계약서를 반드시 교부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 판매원이 구두로 약속한 내용을 계약서에 기재해야 하며 현금보다는 카드로 결제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판매원이 도서와 교구의 포장재를 제거할 경우 포장박스를 버리지 말아야 하고 계약을 취소하고자 할 경우 14일 이내에 내용증명을 우편으로 보내라"고 강조했다.
◆ 반품 상태 확인도 없이 무조건 손율 50% 적용
▲ 판매사원이 포장을 제거하고 정리까지 해준 교구와 그림책.
광주 운남동의 손 모(여.32세)씨는 지난달 20일 유아교육교재 생산업체인 A사의 판매원으로부터 교구와 그림책을 127만원에 구매했다.
책과 교구를 받고 거실 한쪽에 내려놓은 손 씨가 잠시 부엌에 간 사이 판매원은 친절하게(?) 박스와 포장재를 정리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리고는 손 씨가 미처 제지하기도 전에 박스와 비닐 포장을 풀고 말았다. 심지어 직접 빈 박스를 버려주기까지 했다.
그러나 도서와 교구를 살펴본 손 씨는 금액에 비해 품질이 낮은 걸 확인하고 고민 끝에 지난 1일 환불을 요청했다. 업체 담당자는 “박스와 비닐 포장을 제거해 환불은 어렵다. 열흘이 넘었으니 이 상품은 중고나 다름없어 50%는 배상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손 씨는 “판매 당시에는 환불이나 교환, 배상해야 하는 손해비율에 대해서 전혀 안내가 없었다. 더구나 방문판매 직원이 동의 없이 포장을 뜯고 정리한 것인데 왜 그런 비용까지 내가 지불해야 하는 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A사 관계자는 “소비자 분쟁해결 기준에 따라 반환상태가 양호한 경우 20%의 손율이 적용되고 반환상태가 다소 불량한 경우 50%, 반환상태가 몹시 불량한 경우 85%의 손율이 적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환 상태에 대한 확인절차도 없이 50%의 손율을 안내한 것에 대해서는 “지사 담당자와 고객의 감정이 격해지다보니 안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반품과 환불의 권한은 지사에서 갖고 있어 본사도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 판매자가 버린 포장박스 핑계로 위약금 운운하며 환불 미뤄
성남시 산성동의 박 모(여.29세)씨는 지난 11월19일 유아용도서 판매업체인 L사 소속 방문판매사원의 권유로 ‘유아수리논술동화책’ 76권을 66만8천원에 구매했다.
그러나 아이한테 꼭 맞는 책이라던 판매사원의 설명과 달리 20개월인 박 씨의 자녀가 보기에는 지나치게 수준이 높았다.
박 씨는 다음날 바로 환불 의사를 밝히고 카드결제 취소를 요청했으나 “포장 박스에 대한 위약금 5만원을 지불해야지만 환불처리가 된다”는 황당한 안내를 받았다. 그러나 문제의 포장 박스는 판매사원이 버리겠다며 갖고 간 것이었다.
박 씨는 “바로 다음날 환불을 요청했는데 위약금 5만원을 내라니 너무 황당했다. 고객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물건을 팔아놓고 판매사원이 버린 포장박스를 핑계로 환불을 거부하고 있다”며 분개했다.
결국 박 씨는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의 중재로 10일 만에 위약금 없이 전액 환불받았다.
박 씨는 “10일 동안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제보하고 강력하게 항의한 결과다. 만약 가만히 있었으면 앉아서 당할 뻔 했다”고 안도했다.
◆ 구매취소 의사 밝혔으나 임의로 카드결제, 환불은 모르쇠
군산시 수성동의 동 모(여.31세)씨는 지난해 7월 유아용도서 판매업체인 I사 판매원의 권유로 위인전(50권), 세계명작 전집(60권), 세계창작 전집(60권)을 72만원에 구매하기로 했다.
당시 동 씨는 카드 할부 문제로 카드번호만 알려주고 결제는 2개월 뒤에 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제품도 2개월 뒤에 받기로 하고 계약했다. 그러나 아무래도 도서 카탈로그만 보고 제품을 구매한 게 마음에 걸렸고 도서의 품질도 의심스러워 2주 만에 구매취소 의사를 밝혔다.
동 씨는 판매원으로부터 카드결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답을 듣고 안심하고 있었으나 정확히 2개월 뒤 도서대금에 해당하는 72만원이 결제된 것을 확인했다.
판매원에게 항의했으나 “분명히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아래 직원들이 처리를 못 한 것 같다. 바로 환불해 드리겠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러나 말 뿐이었다. 결제 대금은 다음 달인 9월에 20만원, 3개월 뒤에 22만원이 환불됐으나 이후부터는 연락이 끊겼다.
결국 지친 동 씨는 올해 초, 남은 30만원에 해당하는 도서를 받기로 하고 전액 환불을 포기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