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프리뷰] 상상과 유희의 장난감, 연극 ‘눈속을 걸어서’
또 하나의 성장 동화
2009-12-11 뉴스관리자
일본의 유명한 동화작가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를 모티브로 한 연극 ‘눈속을 걸어서’가 공연 중이다. 신코와 칸코가 숲속에 있는 여우 초등학교를 찾아가 환등회를 구경하고 온다는 동화 ‘눈길 건너기’에서 영감을 얻은 극작가 겸 연출가 기타무라 소우. 그는 1988년 ‘눈속을 걸어서-우리는 어느 날 숲에 다녀왔다’를 발표한다. 이듬해인 1989년, 기타무라 소우는 초연의 희곡을 개정해 ‘눈속을 걸어서-제2고 달의 밝기’를 공연했다. 이 작품으로 그는 제 20회 기노쿠니야연극상 개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연극 ‘눈속을 걸어서’는 김동현 연출과 극단 백수광부에 의해 2003년 12월 연우소극장에서 초연됐다. 이 작품은 일본어의 사투리와 언어유희, 영화 ‘7인의 사무라이’나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패러디 등 한국 관객으로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요소들이 가득하다. 김동현은 이를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국에 맞게 각색했다.
이 작품은 신코와 칸코 자매가 숲속에서 길을 잃으며 시작된다. 숲속을 헤매는 이들 자매 앞에 신비로운 여우가 모습을 드러낸다. 여우 콘사부로는 금기의 일곱 숲속에 있는 ‘여우 비행학교’의 ‘특별 체험입학 초대장’을 건넨다. 자매는 여우의 권유에 이끌려 빛나는 은빛 눈의 신작로로 발을 들이게 된다.
신코와 칸코 자매가 도착한 ‘여우 비행학교’는 기억의 부피만큼이나 시간과 공간이 혼재된 곳이다. 봄의 나비가 날고 한여름의 토마토나무 아래 시냇물이 흐르며 황혼 속에 가을 낙엽이 진다. 이곳에서 인간의 상식은 그저 미신에 불과할 뿐, 여우들은 인간의 시공간을 뛰어 넘는 여우의 과학, 여우의 철학을 공부하며 춤추고 노래한다.
이제 오늘 수업의 마지막 순서인 안탄퐁 포칸 알레의 특별강의가 진행된다. 안탄퐁 박사는 손 안에 담긴 달빛을 통해 우주의 신비를, 신의 마음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달빛을 미분하고 또 적분한다. 자매는 이 세계를 이루고 있는 작디작은 소립자로부터 온 우주를 가득 채우는 하모니에 이르는 강의를 듣는다. 그러던 중, 시코와 칸코는 휘몰아치는 눈보라 한가운데서 길을 잃었던 자신들의 모습을 기억해내는데…….
연극 ‘눈속을 걸어서’는 경쾌한 동화풍의 노래, 옷장처럼 생긴 무대 대도구 하나로부터 다양한 장면이 펼쳐지는 아기자기한 연출을 선보인다. 또한 과학과 동화가 결합된 보기 드문 상상력 등으로 독특한 무대를 펼쳐 보인다. 과학적 상상력과 시적 서정성이 버무려진 연극 ‘눈속을 걸어서’는 12월 31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이영경 기자]
(뉴스검색제공제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