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입.귀.코가 고장났어~그냥 써"
맛.소음.냄새 '하자'불만 제기하면 엉뚱한 시비꾼 대접 받아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경동 기자] 소음, 맛, 냄새 등 정서적인 하자에 명확한 보상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소비자들이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기능이나 성능에 문제가 생길 경우 법적인 규정에 따라 교환, 환불, 수리 등의 사후 서비스가 가능하지만 정서적인 하자는 업체들이 대부분 '개인차'로 여기며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아 보상받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밥솥서 시큼하고 상한 냄새"vs"이상無~그냥 써"
서울 성산2동의 채 모(여.38세)씨는 지난 5월 친정어머니로부터 22만 원대의 '쿠쿠' 전기밥솥을 선물 받았다.
하지만 3개월 후, 아침에 밥을 지어 보온상태로 두면 하루도 안 돼 시큼하고 상한 냄새가 풍겼다.
AS를 받았지만 '이상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그렇게 5~6월에만 같은 증상으로 4번의 AS를 받아야 했다. 그나마 AS를 받으면 증상은 다소 호전됐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그 타령이었다.
고쳐졌나 싶던 전기밥솥이 지난 11월 초 또 증상이 재발하자 채 씨는 교환을 요구했다.
하지만 업체는 '제품에는 이상이 없다'는 자체 결과를 내세우며 거절했다.
채 씨는 "아침에 밥을 해 놓고 저녁에 먹을라치면 심한 냄새 때문에 밥을 버리고 있다"며 "1년도 되지 않은 밥솥을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데도 보상을 받을 수 없다"며 하소연했다.
◆차 내부에 귀뚜라미 합창단, "소리 더 커지면 오세요"
충남 당진군에 거주하고 있는 이 모(남.26세)씨는 지난 해 7월 중순께 기아자동차가 생산, 판매하고 있는 로체이노베이션 LPi 고급형을 2천800여만원에 구입했다.
별 다른 이상 없이 차량을 이용해 온 이 씨.
출고 후 7개월이 지난 3월께부터 시동을 켜고 주행을 시작하면 대쉬보드 쪽에서 '띡 띡' 하는 소리가 나는 것은 물론, 운행 중 감속을 하거나 신호를 대기하면 엔진 쪽에서 '다다다' 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마치 귀뚜라미가 우는 것 같은 소리가 신경 쓰였던 이 씨는 곧바로 서비스 센터를 방문해 담당 직원에게 소리의 원인과 해결 방안마련을 요청했다.
그러자 담당직원은 "AS 기간이 남아있는 만큼 소리가 좀 더 심해지면 오라"는 말만 내뱉었다.
이후 알 수 없는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반복됐다. 그 때마다 서비스센터를 찾았지만 현재까지 대쉬보드 교체만 이뤄졌을 뿐 정확한 원인조차 파악이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 씨는 "수차례 동안 서비스센터를 찾았지만 현재까지 이뤄진 조치라곤 대쉬보드 교체 뿐 이었다"면서 "그럼에도 알 수 없는 소음은 여전하고, 이제는 서비스센터조차 '나 몰라라' 하고 있어 속이 탄다"고 하소연 했다.
◆'본드맛' 썬키스트, "무해해 괜찮아"
본드 맛이 나는 이물질 음료를 마신 소비자가 '인체에 무해한 효모균'이라는 업체의 설명에 분개했다.
부산 부산진구의 대학생 강 모(남.23세) 씨는 지난 9월 21일 학교 구내 당구장에서 해태음료의 '썬키스트 사과 드링크 240㎖' 1캔을 500원에 구입했다.
음료수 한 모금을 마신 강 씨는 역한 '본드 맛'을 느꼈지만 자신의 입맛을 의심하며 한 모금을 더 마셨다. 그러자 이번에는 말랑말랑 덩어리진 이물질이 씹혔다. 놀란 강 씨는 음료 캔을 살펴보니 음용구 주변에 강 씨가 삼키다가 만 녹색과 갈색의 곰팡이로 보이는 이물질이 남아 있었다. 순간 강 씨는 구역질을 일으켰고 2시간 동안 계속되는 구역질로 시달렸다.
화가 난 강 씨가 해태음료 본사에 연락하자 영업사원이 찾아왔다. 강 씨를 찾아온 영업사원은 "유통 과정 중에 캔 속으로 공기가 들어가 생긴 효모균이다. 인체에는 무해하니 괜찮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의 제품을 회수해가고 동일 제품 한 박스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직원의 터무니없는 설명과 불쾌한 태도에 질린 강 씨는 음료 캔 회수를 거부했다. '동일 제품 한 박스'도 거절했다.
강 씨는 "고객이 역한 냄새가 나고 불결한 이물질이 나온 제품을 마셨는데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직원의 태도에 화가 났다. 인체에 무해하다는 해명도 신뢰할 수 없다"고 심정을 밝혔다.
결국, 강 씨는 당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제품을 신고했다.
이에 대해 해태음료 관계자는 "민원이 접수된 다음날 소비자와 통화해 원만한 합의를 이뤘다. 식약청 조사와는 별개로 소비자가 건강상의 문제로 병원 치료를 받으면 병원비 전액을 지급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