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의 '희망곡'?'장송곡'?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77일 간의 장기 파업’, ‘첨단기술 해외 유출’, ‘해외채권단의 잇따른 회생계획안 거부’ 등 어둡고 절망적인 소식만 전해지던 쌍용자동차가 최근 들어 2010년형 차량을 선보이며 부할의 날개짓을 시작했다. ‘원칙으로 다시 시작하겠습니다’라고 방송과 지면 광고가 쏟아지며 희망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기자에게 쌍용차의 희망곡이 장송곡처럼 들리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정상화를 위해 구슬땀 흘리는 노조의 노력과 정성을 무시해서가 아니다. 다만 쌍용차가 회생을 위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근래 들어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는 쌍용차의 부품 수급 지연으로 차량 정비를 받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는 소비자들의 답답한 하소연이 대거 쏟아졌다. 몇 차례 기사로 보도하긴 했지만 소비자에게 쌍용차의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쌍용차는 최근까지 법정관리에 있었던 터라 모든 거래가 현금결제로 이뤄지는 실정이었다. 부품 수급이 지연된 이유도 현금부족으로 협력업체로부터 납품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광고에 돈을 쏟고 있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회의가 드는 것이다.
이미 차를 가지고 있는 소비자들조차 서비스 받지 못해 불만을 쏟아내는 실정에 광고를 쏟는다고 과연 차를 사겠는가? 소비자들은 회사가 동원하는 광고보다 입소문에 민감하다. AS가 어려운 차를 구매할 소비자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실제로 파업이 한창이던 지난 6월 쌍용차의 판매량은 ‘단 90대’라고 전해지기도 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광고를 해야 판매가 늘고, 판매가 있어야 부품도 수급하고 신차도 출시할 수 있지 않느냐”라고 반문한다. 광고가 ‘회생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쌍용차의 광고는 굳이 돈을 들이지 않아도 방송과 언론 등에서 직·간접적으로 전하고 있다. 광고는 언론의 보도 기능에 맡겨 놓고 소비자를 위한 내부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보다 시급하지 않을까?
30억 예산의 ‘왕의 남자’는 관객들의 입소문에 힘입어 1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쌍용차는 광고로 선동하려 하지 말고 소비자의 ‘민심’을 얻어야 한다. 광고에 선동되는 어리석은 소비자는 더 이상 없다.
쌍용차에 고한다. 당장 눈앞의 성과를 만들기 위해 광고에 쏟을 열정을 고객들에게 쏟으라고. 비록 최근 쌍용차 회생계획안이 법원강제인가 됐지만 하루 이틀에 쌍용차가 살아날 것이라 생각하는 이는 없다. 완벽한 회생을 원한다면 차근차근 기초부터 다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