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찰만 좋아하는 공공요금, 카드납부 민원 폭발

2009-12-23     임민희 기자

[소비자가만드는신문=임민희 기자] 현재 카드 사용이 제한되고 있는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 등 각종 공공요금을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있게 해달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정용 전기요금과 지역건강보험료, 지역국민연금료는 신용카드 납부가 가능하지만 이외 일반용․산업용․교육용 전기요금, 도시가스요금, 직장의료보험료, 직장국민연금료, 상·하수도료, 전화료 등 대부분의 공공요금은 신용카드 납부가 불가능하다.

◇ 들끓는 민원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사는 김 모(남.51세)씨는 만만치 않은 가스사용료와 매번 현금결제로 인한 불편을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제기했다.  그는 가정과 사무실에서 도시가스를 사용하면서 언제부턴가 월 사용료가 10만원 넘게 나오는 게 이상했다.  밸브까지 잠갔지만 사용요금은 여전히 줄지 않았다. 도시가스사 측에 연락해 가스계량기를 점검한 결과 노후로 인한 누수가 문제였고 즉각 교체했다.

김 씨는 방문한 도시가스 직원에게 내친김에  '왜 유독 가스요금만 현금으로 결제해야 하느냐'고 물었지만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했다.

그는 "현금결제의 번거로움도 문제지만 서민의 입장에서 카드로 납부하면 자금 마련까지 한 달의 여유기간이 생긴다"며 "국민들의 편의와 선택권을 부정하는 불합리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많은 소비자들이 공공요금의 신용카드 결제 거부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국권위)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여론이 끓고 있다.

이 모 씨의 경우 "가스요금에 대해 신용카드 납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가 해결책을 마련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했고 숙박업 자영업자 박 모 씨는 "경기가 어려워 3개월 연체된 업소의 전기요금을 융통이 어려운 현금 대신  신용카드로 내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 공공기관들 "수수료 감당 못 한다"

국권위에 따르면 국민들의 지속적인 카드 납부 요구에도 정부와 공공기관이 신용카드 결제를 꺼리는 것은 카드 수수료 때문.  한국도시가스협회와 한국전력공사 등은 신용카드 납부 허용 시 발생하는 수수료가 결국 공공요금 인상요인이 된다며 카드 납부를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국권위는 서민과 영세사업자들의 비용 경감과 국민들의 선택권 보장을 위해 공공요금 등에 대한 신용카드 납부의 법령상 근거 마련을 권고했다.

이에 대해 사단법인 한국도시가스협회 관계자는 "카드사에서 원가공개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카드수수료 부담을 소규모 민간사업자들이 모두 떠안아아 한다는 건 너무 불합리하다"면서도 "카드결제를 전면 거부하는 것은 아니고 공공의 이익에 부합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이다"고 토로했다.  

한국도시가스협회에 따르면 도시가스 요금은  도매가격(원료비) 93.9%, 소매마진은 7.1%로 구성돼 있다. 이중 배관설치, 안전관리 소요비용 4%를 제외하면 도시가스 민간사업자들에게 돌아가는 연간 매출액 대비 순이익율은 3%에 불과하다. 이러한 요금구조 상 카드 수수료율이 1% 이상이면 경영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한전 등 공기업은 정부지원을 받기 때문에 카드사가 제시하는 1.5~1.85%수수료율에 대한 부담이 적겠지만 도시가스사들은 카드결제가 그대로 비용부담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와 특단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도시가스협회, 한국전력 등 4개 기관은 이미 '공공요금 카드납부제도 개선 실무위원회'를 구성하고 한나라당 김용구 의원이 지난 4월 20일 입법 발의한 '여신전문금융업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른 카드가맹점 공동망 이용 방식을 놓고 신용카드사와 협상을 벌여 왔으나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또한 한나라당 손범규 의원 등이 공공요금에 대한 카드 수납관련 9개 법안을 발의했으나 도시가스 민간사업자들의 반발에 부딪쳐 현재 계류된 상태다.   

가맹점 공동망 이용 방식은 공공기관(가맹점)이 자신에게 가장 낮은 수수료를 제시하는 1개의 카드사와 계약을 맺더라도 모든 카드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가 1.5%로 가장 낮기 때문에 카드결제를 받지 않고 있다"며 "현재 신용공여방식과 수수료율 인하 등 두 가지 방식이 검토되고 있는데 수수료 인하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신용공여방식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용공여방식은 공공기관 등 요금․수수료 징수기관이 카드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는 대신 요금 등의 징수를 대행하는 카드사에게 현행 2~3일에서 10~15일로 일정기간 자금운용 기간을 주어 거기에서 발생하는 이자수익으로 카드 수수료를 대체하는 방식이다. 현재 지방세 카드납부 시 서울시 등 많은 지자체에서 활용하고 있다. 

▲사진은 카드 수수료 원가공개를 요구하는 중소 가맹점들의 시위 장면(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