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함 자동차 교환 요구하면 '촌놈'대접"

급발진.미션결함.소음 피해 봇물..무조건"고쳐 타"

2009-12-24     유성용 기자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2009년 자동차 업계는 정부의 자동차산업 지원정책과 연이어 출시된 신차 효과에 힘입어 유례없는 특수를 누렸다. 그러나 소비자의 자동차 불만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올 한해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제보된 자동차 관련 피해는 566건으로 지난해 300건에서 비해  78%나 급증했다.

주요 소비자 불만은  '엔진 시동 꺼짐'이 144건(25.4%)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차량 내·외부 소음 139건( 24.5%), 미션 결함 108건(19%)등이  뒤를 이었다. 올 한 해 가장 이슈가 됐던 자동차 급발진 관련 피해 또한 36건이나 제보됐다.

이 외에도 출고 받은 지 얼마 안 된 새 차량에서 하자 발생, 주행 중 핸들 잠김, 무책임한 정비 실태와 정비센터의 과다한 공임요구, 차량 제작결함으로 인한 리콜 요구 등의 불만이 제기됐다.

소비자들은 차량 결함이 생명과 직결됨을 주장하며  리콜 및 교환등을 요구했지만 속 시원하게 해결된 사례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힘들었다.

◆ 엔진결함

서울 화곡동의 김 모(여.34세)씨는 7월초 출고 받은 GM대우의 ‘라세티 프리미어’의 엔진결함으로 두 달간 4차례나 정비소를 들락거려야 했다.

7월부터 8월까지 ‘연료시스템’, ‘연료탱크앗세이’, ‘연료펌프’ 등 A4 한 장을 가득 메울 정도의 정비가 이어졌다.

이어 9월엔 연료게이지가 곧바로 상승하지 않는 하자발생과 함께 주행 중 차량 시동이 꺼지는 아찔한 사고까지 발생했다.

김 씨는 “다섯 번째 입고 소식을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전하며 엔진과 관련한 결함이 다섯 번이나 연이어 발생한 하자 차량을 판매하고도 회사 측은 정비만 고수하고 있다”면서 “새 차량 구입으로 이렇게 ‘골병’들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GM대우 측은 “중대 결함이 아니라고 판단 정비를 안내했다. 최근 정비를 마쳤으며 현재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 소음

지난 3월 르노삼성 SM5를 2천200여만원에 구입한 경기도 동두천의 차 모(남.26세)씨. 차를 출고 받고 일주일여 만에 뒤쪽 좌석에서 나는 ‘삐~’소리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60km도 타지 않은 차에서 소음이 발생했고, 운행을 할수록 소음은 점점 커져갔다.

차 씨는 “한 달이 넘게 연료계통 부품까지 교체하며 소음을 잡고자 노력했지만 허사였다”면서 “고음의 ‘삐~’소리가 귀에 거슬려 자칫 사고로 이어질까 두렵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지난해 5월 7천여만원 짜리  BMW 528 차량을 구입한 서울 도봉구의 김 모(남)씨 또한 구입 한 달 만에 발생한 심한 소음에 시달렸다.

게다가 경운기를 탄 것처럼 차량이 ‘덜덜덜’ 떨리기까지 했다. 소음과 진동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결국 두 달여 뒤인 7월 서비스센터를 찾은 김 씨는 몇 가지 점검과 정비를 받았지만 ‘부품엔 특별한 이상이 없다’며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소음은 여전했다.

김 씨는 “수차례 점검과 정비를 받았지만 소음을 잡지 못해 현재 그냥 타고 있다”면서 “차만 타면 소음 때문에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라고 분개했다.

◆ 미션결함

2006년 푸조의 하트탑 컨버터블인 ‘307cc’ 차량을 5천여만원에 구입한 강릉시의 김 모(남)씨. 그는 지난 8월부터 9월 사이 1주일 간격으로 고속도로에서 주행 중 기어가 빠지는 미션결함을 경험했다.

10월께 강원도에서 과천의 AS센터로 차를 옮겨 130만원의 비용으로 미션유압조절 밸브를 정비했다. 하지만 11월23일 고속도로에서 고속으로 달리던 중 또 다시 기어가 빠져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됐다.

50만원의 왕복 견인비를 부담해 다시 한 번 과천 AS센터를 찾았지만, 700만원이 넘는 미션을 ‘통으로 갈아야 한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만이 전해졌다.

김 씨는 “3년 6개월간 겨우 4만6천km 밖에 타지 않은 차량의 미션이 잦은 고장에 시달리더니 통째로 갈아야 하다니…두 달 만에 미션 수리비로만 1천만원이 들게 생겼다”라고 분개했다.

또 다른 푸조 소유자 A 씨는 “AS를 총 7번 받은 끝에 미션을 통으로 갈았다. 잦은 고장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푸조 차량을 수입·판매하는 한불모터스 측은 “미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고 못 박으며, “김 씨와 관련해서는 동의하에 정확한 결함 원인을 규명코자 재조사 하겠다”라고 밝혔다.

◆ 급발진

<급발진 하는 쌍용차 체어맨>


2006년 12월 6천여만원에 렉서스 ES350을 구입한 서울 노원구의 이 모(여)씨는 지난 9월 인근 정비소에서 급발진을 경험했다.

세차를 마친 이 씨가 길을 나서기 위해 엑셀레이터에 발을 얹은 순간 차량이 담벼락으로 돌진한 것.

이 씨는 “차가 굉음을 내뿜으며 하늘로 붕 뜨는 듯한 느낌이었다”면서 “담벼락에 부딪치고 나서도 굉음이 그치지 않아 얼른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려 대피했다”라고 정황을 설명했다.

사고를 목격한 정비소 직원 김 모(남)씨는 “굉음소리를 듣고 ‘시동 꺼라’고 외치며 사무실에서 뛰쳐나갔는데 차량은 이미 담벼락을 박고 뒤로 1미터 가량 튕겨 나온 상태였다”라고 전했다.

이어 “당시 차량과 담벼락과의 거리는 6~7미터 가량으로 엑셀레이터의 반응시간이 필요한 오토차량이 범퍼와 본네트가 다 찌그러질 정도의 속도로 가속 가능한 거리가 아니었다”면서 급발진으로 인한 사고임을 피력했다.

그러나 도요타코리아 측은 “ECU전자제어장치로 차량 결함여부를 조사했지만 별다른 기계적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한민국 자동차 정비업계 1호 명장 신성대학 박병일 교수는 급발진 사고의 원인을 “차량 전자제어장치인 ECU가 순간적으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발생하는 불가항력적인 사고"라고 정의하며 “업체들이 스캔을 통해 차량 ECU를 검사하고 ‘기계적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모든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데 이는 무지한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위”라고 일갈했다.

◆ 엉터리 서비스센터

경기 시흥시의 최 모(남.41세)씨는 지난해 6천여만원에 출고 받은 쌍용자동차의 ‘체어맨W’에서 고속 주행 중 제동할 경우 핸들이 떨리는 이상 현상을 감지했다.

수차례 쌍용정비사업소에 차를 입고 시켜 정비를 받았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심지어 다른 지역에 위치한 사업소에서도 정비를 받아봤지만 오히려 썬루프와 창문 쪽의 풍절음 소음까지 중첩됐다.

최근 일산에 위치한 한 정비센터에서 핸들 떨림의 원인이 ‘브레이크 센서 역할을 하는 배선이 절단 돼 있다’라고 전해들은 최 씨는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쌍용정비사업소 각 지역을 순회하며 30여 차례나 정비를 받았음에도 정비는커녕 결함을 발견한 곳이 한 군데도 없었기 때문.

쌍용자동차 측은 “더욱 정밀한 서비스팀에 문제의 차량을 의뢰해 정비하겠다”라고 밝혔다.

◆ 핸들 잠김


지난 4월 현대자동차의 아반떼를 구입한 인천 숭의동의 안 모(여.29세)씨는 지난 8월께 주행 중 핸들이 잠기는 사고를 겪었다. 전동식 모터와 핸들 부품을 통째로 갈았지만 현상은 지속됐다.

지난해 7월 제네시스를 구입한 수원 연무동의 김 모(남.40세)씨는 지난 8월 영동고속도로에서 100km/h이상의 고속주행을 하던 중 핸들 잠김 사고를 겪었다.

김 씨는 “차량 계기판 불빛이 갑자기 깜빡거리더니 핸들이 좌우 어느 쪽으로도 움직이지 않았다”라고 설명하며 “이날에만 두 차례, 보름간 무려 다섯 차례나 이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부품 교체 등 두 차례 걸쳐 정비를 받았지만 허사였다”라고 울분을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