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방송 "한국기업.한국인 폴포트보다 더하다" 파문

'혹독하다' 싸잡아 비난..삼성전자 광고 취소 검토

2007-05-16     뉴스관리자
헝가리의 한 FM 라디오 방송이 헝가리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한국인들을 캄보디아의 독재자 폴포트에 비유하며 싸잡아 비난, 물의를 빚고 있다.

헝가리의 FM 방송인 '슐라게르'(Slager)의 저널리스트 보츠코르 가보르는 지난 11일 아침 6시부터 10시까지 진행하는 '부메랑' 프로그램에 출연, 사회자와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한국 사람들과 기업들을 '혹독하다'고 비난한 것으로 16일 밝혀졌다.

보츠코르는 시사적인 내용을 놓고 대담을 나누는 코너에서 다국적 기업을 주제로 얘기를 나누다가 "한국 사람들은 가장 혹독한 사람들이다. 헝가리의 한국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을 알고 있는데 여기에는 한국 사람(주재원)들도 나와 있다. 멀리서 통제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들은 폴포트에 비할 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것.

폴포트는 1975-1979년 캄보디아 크메르루주 정권 수반으로, 공산 혁명의 이름 하에 이른바 '킬링 필드'라 불리는 대학살을 자행한 악명높은 독재자다.

그는 이어 한국 기업들이 혹독하게 일을 시키면서 훌륭한 제품들을 생산해 내고 있는데, 이처럼 (혹독하게) 일 시켜서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재차 한국인과 한국 기업을 '혹독하다'고 몰아붙였다.

더욱이 문제가 커진 것은 이 프로그램의 광고 스폰서 중에 삼성전자 헝가리 법인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삼성전자 측은 즉각 라디오 방송 테이프를 입수, 보츠코르의 발언들을 분석한 결과, 특정 기업의 이름이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한국 기업 전체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기업과 한국인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고 보고 지난 14일 방송사에 강력히 항의했다.

방송사 측은 뒤늦게 발언 내용이 물의를 일으키자 삼성전자에 사과 편지를 보내고 필요한 경우 법인을 직접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부메랑 프로그램 측과 계약한 3건의 광고 가운데 2건을 일단 보류 조치한 뒤 향후 광고를 전면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문제의 방송이 나간 뒤 한국 기업에 근무하는 상당수 헝가리인 근로자들로부터 방송국에 항의 전화가 걸려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 기업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으로 국가 및 기업 이미지 훼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헝가리에는 현재 삼성전자와 삼성SDI, 한국타이어[000240]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26개 한국 업체가 지.상사를 두고 활동 중이며, 지금까지 우리 기업의 대(對) 헝가리 투자는 누적규모가 3억9천억달러에 달한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