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헤드윅'

치유 받고 싶은 여린 영혼

2009-12-28     뉴스관리자

인간은 외형과 다른 내면을 숨기려 할 때가 있다. 다른 이가 알아채지 못하게 적당한 거리를 두기도 한다. 어둠이 자욱한 무대 위 붉은 입술과 과장된 메이크업을 한 그녀가 화려하게 등장한다. 그녀의 이름은 헤드윅! 어찌 보면 그도 그녀도 아닌 헤드윅은 여장을 한 채 마이크 앞에 서있다. 가발만큼이나 그녀는 여성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아니 정체성 잃은 한 인간으로 삶을 살아가려는 조명아래 그의 눈빛은 왠지 슬퍼 보인다. 아픈 과거를 가지고 사는, 사랑을 갈망하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그녀의 이름은 ‘헤드윅’ 그런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답이 없는 선택
이유는 없다. 단지 ‘헤드윅’이기에 봐야한다고 말하는 마니아들도 있다. 뮤지컬 ‘헤드윅’ 공연을 본 후 ‘헤드윅’에 더 열광 한다. 왜? 뮤지컬 ‘헤드윅’의 흥행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보수적인 성향이 짖은 한국에서 수술에 실패한 트랜스젠더의 이야기가 관객을 흥분시킬 줄은 그 누구도 몰랐다. 가발을 쓴 ‘헤드윅’의 등장에 관객들은 환호한다. 아니 즐길 준비가 되어있다. 그녀 아니 그의 목소리, 눈빛, 손동작, 행동하나에 관객은 소리친다. ‘헤드윅’을 선택하기에 충분했던 이유, 2시간이 넘는 공연에서 관객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조그마한 흐트러짐도 없다. 아니 그럴 여유가 없다. ‘헤드윅’의 카리스마를 느낀다면.

‘헤드윅’ 그이기에 가능하다
락 가수 윤도현. 그가 이번엔 ‘헤드윅’으로 돌아왔다. 유명가수 윤도현이 뮤지컬을 한다니. 혼자서 모노드라마 형식으로 진행되는 공연을 잘 소화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런 걱정은 접어 두는 게 좋다. 짖은 화장, 금발의 ‘헤드윅’ 의 등장으로 심장박수가 빨라지고 숨이 막힌다. 기타 선율이 관객의 귀를 깨운다. 그리고 뛸 준비가 한다. 눈치 볼 필요는 없다. ‘헤드윅’ 공연장에서는 말이다. 락 음악에 몸을 맡기고 ‘헤드윅’과 한 몸 한 마음이 된다. 그리고 뛴다. 공연장 어디에도 윤도현은 없다. 단지 ‘헤드윅’만 있을 뿐. 때론 남자를 유혹하는 요염한 여자로, 때론 똑 하면 터질 거 같은 남성다움으로. 그의 변신은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정체성을 없는 여정
헤어짐을 겪은 사람에게 모든 노래가 자신의 이야기로 들리는 것처럼 ‘헤드윅’의 음악은 그녀의 인생, 그녀의 이야기다. 공연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그녀는 새롭게 태어난다. 가발을 벗고 이츠학을 보내며 부르는 ‘Midnight Radio’는 더욱 슬프게 들린다. ‘변치 말고 지금처럼/ 서로 안고 끌어주고/ 모두가 하나 된 이 밤/ 넌 하늘 저 편 밝은 별/ 들려오는 소리 ‘Midnight Radio’~ 가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아려온다. 눈물이 나고 마음이 아프다. 아마 그는 관객들로 하여금 위로 받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의 아픈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된 것처럼. 그도 실패한 트랜스젠더이기 전에 우리와 같은 여린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는지 모른다.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 뉴스테이지=김지연 기자,사진_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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