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it] 연극 ‘바냐아저씨’

고전으로 바라본 오늘

2010-01-05     뉴스관리자

미간에 손을 얹은 채 두 눈을 꼭 감고 있는 한 남자. 뭔가 심각한 고민이라도 있는 걸까? 남자의 표정에서는 깊은 고뇌가 묻어나온다. 다른 한 쪽 팔로 품고 있는 붉은 장미는 싱싱한 붉은빛이 아닌 시들어가는 검붉은 빛을 띠고 있다. 휘날리는 바람 탓인지 시든 탓인지 장미의 꽃잎은 그의 몸 위에 살포시 떨어져있다.

넥타이는 성장 차림을 갖춰야만 하는 갑갑한 현실 속을 벗어나려는 듯 셔츠의 단추와 함께 풀어 헤쳐져 있다. 셔츠의 하얀 색과 장미의 검붉은 빛, 남자의 포즈와 포스터의 검은 색은 묘한 대조를 이루며 무게감을 부여한다. 가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품속에 앉고 있는 남자의 손목에서는 장밋빛과 같은 핏방울이 꽃잎처럼 점점이 흩날릴 것만 같다.

포스터의 검은 색조와 무광택의 금빛 문구에서는 메마르고 황량한 죽음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마모된 듯 지워지거나 긁혀나간 글씨에서는 인생의 온갖 풍파를 겪어낸 지난함이 엿보인다. 바냐아저씨라고 불리는 듯한 이 남자에게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연극 ‘바냐아저씨’는 현대인 모두가 피해갈 수 없는 삶의 실체를 가감없이 그려낸다. 갑갑한 집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엘레나와 짝사랑에 괴로워하는 소냐, 마음의 등불을 찾아 헤매는 의사와 독선과 아집에 사로잡힌 교수까지 권력과 사랑 사이에 놓인 이들의 갈등은 지금 현재 자신 앞에 놓여져 있는 삶을 반추하게 한다.

먼 과거 속 숨겨진 오늘의 이야기, 안톤 체홉의 연극 ‘바냐아저씨’는 1월 7일부터 1월 17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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