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장사 뺨치는 게임..돈 놓고 돈먹기"

"차 한대 값 쐈다"...포커.고스톱류 우후죽순 중독자 양산

2010-01-14     유성용 기자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게임 업체들이 이용자들을 ‘봉’취급하네요”

국내 유명 게임업체들이 소비자들의 사행성을 조장해 부당한 돈을 번다는 불만이 빗발치고 있다.

‘게임 내 모든 현금거래는 불법’이라 외치던 게임 업체들이 최근에는 저마다 소매를 걷어붙이고 아이템 현금 장사에 직접 뛰어들었다. 게임 이용자의 사행심을 조장해 떼돈을 벌고 있다는 지적이다.

게임 이용자들은 “원활한 게임 이용을 위해 업체가 내놓은 아이템을 현금 구매할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물등급위원회 마저 작년 11월 온라인게임에 대한 월 이용한도규제를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완화해  ‘사행성에 불을 붙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편, 지난해 엔씨소프트와 넥슨등은 6천억 이상의 매출을 올렸으며, 네오위즈게임즈와 CJ인터넷 또한 3천억과 2천억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했다.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3조원 정도로 평가된다.

<돌아온 티셔츠 페스티벌 이벤트>

#사례1= 지난해 한 게임업체가 현금 80만원 상당의 게임아이템을 한정판매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아이템은 판매를 시작한지 일주일 만에 전량 판매됐다.

피망의 온라인 야구게임 슬러거 게시판에는 소형차 한 대 가격과 필적하는 1천여만원의 현금을 아이템 구매를 위해 사용했다는 사용자의 글도 올라왔다. 이 글에 달린 댓글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거나 목격했다는 리플이 쏟아졌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를 즐겨하는 대구시 대현 2동의 손 모(남.31)씨는 최근 엔씨소프트에서 진행하는 ‘돌아온 티셔츠 페스티벌’ 이벤트에 참여했다가 160만원을 흔적도 없이 날렸다. ‘돌아온 티셔츠 페스티벌’ 이벤트를 통해 사용자들은 게임 상에선 얻을 수 없는 한정된 아이템을 홈페이지에서 직접 현금 구매할 수 있다.

문제는 더욱 강력한 아이템을 만들기 위한 리니지의 아이템 강화 시스템. 아이템 강화시스템이란 일반 아이템에 주문서를 사용 아이템을 점층적으로 강화시키는 시스템. 하지만 4번 강화된 아이템을 더욱 강하게 만들기 위해 단계를 올려갈수록 아이템 증발의 위험성 또한 커진다.

이 과정에서 손 씨는 개인 결제한도를 모두 소진, 선물하기를 이용해 가족들 명의로 총 160만원치의 아이템을 구입했다. 하지만 아이템은 강화실패로 모두 증발했다.

손 씨는 “리니지 아이템 특성상 강화를 하지 않으면 게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당 아이템은 한정판매인데다가 게임진행에 많은 도움을 주기 때문에 강화를 진행했다”면서 “엔씨소프트 측은 이 같은 특성을 악용해 사용자 사행심을 부추겼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판매되고 있는 유료아이템>


#사례2= 넥슨의 ‘메이플스토리’가 무늬만 무료일 뿐 실제로는 비싼 유료아이템을 구매해야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할 수 있으며, 게임 내 사행성 요소도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소비자 불만이 터졌다.

5년째 메이플스토리를 즐기고 있는 부산의 이 모(남.19세)씨는 최근 “처음엔 유료아이템이 필요없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각종 유료아이템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유료아이템이 없으면 제대로 된 게임을 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게임 아이템 중에 ‘피그미’라는 캐릭터를 부화시킬 때 쓰이는 ‘프리미엄부화기’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으로 부화시키면 아이템이 랜덤방식으로 결정되는 등의 사행성 요소도 지니고 있다”면서 “메이플스토리를 5년 간 즐기면서  100만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라고 전했다.

이 씨는 “유료아이템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느끼지만 게임의 중독성이 강해 수많은 이용자들이 게임을 끊지 못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넥슨 측은 “게임운영과 관련된 모든 사항은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기 때문에 사행성 요소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유료아이템은 일부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도입한 것이다. 이를 사용하지 않아도 정상적인 이용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포커 게임 장면. 기사의 특정 내용과는 무관>

#사례3= 온라인 포커·고스톱류의 게임 또한 사행성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용자들은 여가생활을 즐기기 위한 게임이 ‘도박판으로 변질된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일부 게임이 게임머니중개업자의 주도하에 수십에서 수백만 원 단위의 판돈을 형성하면서 온라인 도박 폐인을 양산하고 있기 때문. ‘한 방 터트리면 단 몇 시간, 심지어 몇 십분 만에도 수백만 원의 돈을 벌수 있다’는 허황된 꿈이 잉태되고 있다.

지난해 1천600조의 게임머니를 해킹당한 정 모(남)씨는 “한 게임업체의 포커, 하이로우, 로우바둑이 등의 게임에서 개설되는 프리미엄급 방의 한판 판돈이 50~100조에 이른다”면서 “최고 500조의 판이 만들어 질 수 있는데, 이를 현금으로 환산하면 250만원에 달한다”라고 전했다.

정 씨는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일까지 그만두고 포커에 매달려 있는 폐인들이 넘쳐나고 있다. 큰 방에서 게임을 하지 않더라도 하루에 3~10만원씩 꾸준히 잃거나 따는  이용자들 또한 부지기수다. 돈이 걸려있다 보니 분쟁도 잦고 해커들이 해외 IP를 이용해 해킹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온라인 포커게임이 여가를 위한 오락이 아니라 도박판이 되고 있다”고 탄식했다.

이처럼 큰 판은 게임머니 중개업자의 주도하에 만들어진다. 게임을 위한 머니를 중개업자로부터 구입해 전화상으로 검증을 받으면 큰 판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다.

게임 도중 돈을 다 잃게 되면 이용자는 게임머니 중개업자에게 연락해 즉시 머니를 공급받는다. N사 포커게임을 이용하는 K씨는 “중개업자와 구매자는 신뢰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외상 거래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중개업자에게 머니를 공급받는 행위는 이용자들 사이에선 ‘혈’이라 불린다. 익명을 요구한 이용자 P씨는 “중개업자에게 쌓인 빚만 2천 여 만원이 된다”고 털어놨다. ‘혈’로써 받는 게임머니는 실제 도박판의 ‘꽁지돈’과 다를 바 없다.

포커·고스톱류 게임을 서비스하는 업체들 또한 사행성을 유발한다는 책임에서 벗어날 순 없다. 해당 게임이 현금거래 게임이란 인식을 이용자들에게 심어주기 때문.

이들은 실제로 게임머니 중개업자와 비슷한 시세로 게임머니를 팔고 있다. 1~5만원상당의 가상캐릭터인 아바타를 팔고 게임머니를 충전시켜주기 때문. 게임머니중개업과 다를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