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차 드라마.영화 간접광고 ..소비자 눈 낚시질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자동차 업체들의 ‘PPL’ 경쟁이 치열하다. 각종 TV 드라마와 영화 심지어 예능프로까지 PPL 차량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특히 외제차들의 경쟁이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PPL(Product Placement)은 영화, TV, 게임 등의 오락콘텐츠 안에 기업의 제품이나 브랜드를 소품이나 배경으로 등장시켜 소비자들에게 간접적으로 광고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MBC ‘파스타’에는 ‘BMW 320d, 335i 컨버터블, X6, MINI 캠든’ 등 BMW코리아의 차량이 대거 협찬되고 있다. 지난해 종영한 KBS 2TV ‘결혼 못하는 남자’와 ‘파트너’, 그리고 장동건 주연의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에서도 BMW는 ‘뉴 MINI 컨버터블, BMW 650i 컨버터블, 520d, 뉴7시리즈’ 등이 등장했다.
닛산의 경우 MBC ‘환상의 커플’, SBS ‘쩐의전쟁’에 이어 최근엔 SBS ‘찬란한 유산’까지 차량을 PPL할 때마다 높은 드라마들이 시청률 대박을 터트려 함박웃음 짓고 있다. 최근엔 SBS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 390마력의 럭셔리 SUV ‘FX’와 ‘M35’ 그리고 스포츠 쿠페 ‘G37’ 등의 차량으로 PPL에 나서며 다시 한 번 협찬 신화 재현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혼다코리아는 지난해 MBC ‘하얀거짓말’에서 ‘어코드, 레전드, 시빅’을, KBS ‘남자이야기’와 현재 방영 중에 있는 ‘수상한 삼형제’에서 각각 스포츠 모터사이클 ‘CBR600RR’과 스포츠 크루저 ‘DN-01’을 협찬했다.
현대자동차등 자동차업체들이 PPL이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부터. 처음엔 인기배우나 유명 작가들이 포진된 드라마에서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몇몇 브랜드에 한정해 PPL이 진행됐었다.
하지만 최근엔 PPL이 뛰어난 마케팅 수단으로 각광받으면서 국산차와 수입차를 막론한 모든 업체들이 드라마 방송 및 영화 제작사 측에 접속을 시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아자동차 관계자는 “간접광고는 소품이나 브랜드가 드라마에 자연스럽게 녹아 TV를 보는 시청자들이 광고가 나오면 채널을 돌리는 ‘재핑’ 행위를 피할 수 있음을 물론 콘텐츠에 집중한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광고에 대한 거부감도 극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콘텐츠가 케이블, DMB, DVD 등의 2차 매체를 통해 전파됨으로써 추가비용 없이 도달률 확대라는 부수적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 마디로 PPL이 저비용 고효율을 얻어낼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란 것.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TV광고를 제작해 소비자들의 눈에 띄게 하기 위해선 한 달에 10억 이상의 광고비가 소모된다”면서 “국산차 업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뒤지는 수입차 업체들은 자연스레 저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PPL 방식의 광고마케팅에 중점을 두게 된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체들이 방송 제작사들에게 제공하는 PPL 비용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진 것이 없다. 다만 업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몇 년 전만 해도 단지 차량 공급이 전부였는데 최근에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천만원에서부터 1~2억원 정도의 '웃돈' 이 지불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일수록 더 많은 PPL 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PPL의 광고 파급력은 자동차 업체들로 하여금 출시되는 신차를 드라마를 통해 먼저 공개하도록 만들기도 했다.
기아차의 준대형 세단 ‘K7’은 지난해 11월 출시되기도 전에 KBS 2TV 첩보액션드라마 ‘아이리스’의 주인공 이병헌을 통해 먼저 등장했다. 이 드라마에서 기아차는 K7외에도 포르테, 포르테 쿱, 로체 이노베이션 등 다양한 차종을 드라마 전편에 등장시켰다.
아우디코리아 또한 SBS ‘미남이시네요’의 주인공 장근석을 통해 ‘S4’를 선보이며 PPL로 신차발표를 대신했다.
단순 제품 협찬을 뛰어넘은 진화한 PPL 방식도 눈에 띈다. SBS 특별기획드라마 ‘그대, 웃어요’에서 GM대우자동차는 단순 차량 노출로 끝나는 PPL이 아닌 차량 개발 과정을 통해 GM DAEWOO의 홍보까지 이뤄내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9월 출시한 마티즈 크리에이티브(극중 ‘비트’)의 개발 과정을 극중에서 주인공 현수(정경호 분)를 통해 보여주는데 이 과정에서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의 개발 배경과 특·장점을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지식과 볼거리를 제공함과 동시에 제품 홍보효과까지 거두는 1석2조 PPL인 셈.
이 외에도 폭스바겐코리아는 아침드라마와 가족드라마를 중심으로 PPL을 진행하고 있다. MBC ‘보석비빔밥’에 페이톤, CC, 파사트, 뉴 비틀 카브리올레 등의 인기 차종을 대거 협찬하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드라마 PPL이 폭스바겐 모델 인지도 확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실제로 드라마에 차량이 등장한 후에 차에 대한 고객 문의가 많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PPL 열풍에 대해 “드라마나 방송이 협찬 받은 PPL 제품을 보여주기 위해 억지 설정을 하는 등 시청자들을 기망하는 행위가 종종 벌어지고 있다”면서 우려감을 나타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