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 문혜원

다듬어진 열정 뒤로 보이는 저력의 머리카락

2010-01-13     뉴스관리자

뷰렛의 공연무대는 우주를 담은 사진 한 장과 오버랩 된다. 그 사진에는 뷰티풀 바이올렛이나 뷰렛반응에 기인한 보라색이 서려있다. 군청색과 보라색이 감도는 우주에서 ‘빵!’하고 작은 폭발이 일어나는 것 같다. 그러나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문혜원은 한 그루의 물푸레나무 같다. 가지를 물에 담그면 물이 푸르스름하게 물든다는 물푸레나무. 부드러운 나뭇잎 선 속에도 그 푸른 기운이 쟁여져 있는 것 같다. 문혜원이 록을 하고, 뮤지컬을 하는 동안 그녀의 몸에는 십여 개의 나이테가 새겨졌다. 음표를 쏟아내는 오선지 같은, 그 시간 속에서 문혜원의 음악과 뮤지컬에 대한 열정을 들을 수 있다.

보컬 십여 년, 뮤지컬 배우 사오 년의 문혜원은 수많은 무대에 올랐다. 덕분에 이제 떨리는 느낌은 거의 없다는 그녀. 문혜원은 무대에서 자신이 멋있게 보이기보단, 왜 록을 하고, 뮤지컬을 하는지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한다.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정말 작은 영향이라도 줄 수 있잖아요. 관객이 제 공연을 본 뒤 좀 더 좋아져서 돌아가길 바라요.”

무대에서 혼신을 다하는 그녀는 가끔 무대에서 무아지경을 느낀다고 한다. “기타리스트 김광석 선생님이 계세요. 고인이 되신 동명의 가수 말고요. 그분이 ‘무대에서 뿅 가면 돈돈 명예도 여자도 다 필요 없다’고 하셨어요. 정말 공감해요. 저뿐만 아니라 관객, 멤버들 모두 마약 한 것처럼 뿅 갈 때가 있어요. 제가 집중이 잘 되고, 멤버들과 호흡 맞고, 관객과도 에너지를 주고받고 할 때 혼연일체가 되죠. 사랑에 빠져서 그 상대와 함께 있으면 다른 생각 안 나고 좋잖아요. 그것처럼 온 몸이 이완되면서도 적절히 긴장 되요. 그 순간 ‘이대로 멈춰 죽었으면’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이런 문혜원도 스케줄이 많을 때는 힘들어 무대에 서기 싫을 때도 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얼른 반성 한다는 그녀. “무대는 제게 성당처럼 성스러운 곳이에요. 제가 선택해서 무대에 선 것이 아니라, 선택 받아서 선 것이에요. 지금 하는 공연을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는 공연’처럼 절실하게 하려고 노력해요.” 

평소에도 음악에 대한 절실함 덕분에 문혜원은 슬럼프를 잘 겪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그 열정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라고 한다. “노력해야 되요. 먼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해야 해요. 음악에 있어서 제 목표는 명음반을 내는 거예요. 사람들에게 삶의 용기를 주고, 세월이 흐를수록 빛을 내는 명음반을요. 이 목표에 맞게 포기할 건 하고, 노력할 건 열심히 해야죠. 저는 항상 노력하기 위해 노력해요. 저는 곡을 쓰고 싶을 때 쓰지 않고, 정해 놓고 써요. 애인도 한 달, 두 달 안 보면 안 보고 싶을 수 있어요. 시간을 정해 놓고, 만나고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해요. 기념일이 되면 마음을 새롭게 가지고, 선물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해요. 잠깐 한눈을 팔더라도, 목표를 생각하면서 반성하고 첫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 필요 하고요. 결국 못사는 건 제 자신이지, 음악이 아니거든요. 음악은 저 말고도 다른 사람에게 재능을 줄 수 있어요. 그걸 잊어버리면 안 되는 것 같아요.“ 문혜원의 열정은 마구 웃자란 연약한 나뭇가지가 아니다. 정원의 화초를 가꾸듯 정성들여 다듬어지고 있는 사랑이다. ”절실하게“ 그리고 “노력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그녀의 말 뒤에 저력의 머리카락이 보인다.

얼마 전에 뮤지컬 ‘아킬라’ 공연을 마친 문혜원에게 향후 일정에 대해 물었다. “수타시에서 저희 밴드가 우승한 지 몇 달 되었어요. 저희에게 주는 혜택은 영어 앨범을 내어주고, 투어와 홍보를 해주는 거예요. 지금은 영어앨범을 준비하고 있고요. 한 일 년 정도 호주에서 체류하면서 앨범 만들고, 투어 할 예정이에요. 그동안 뮤지컬은 쉬고요. 얼마 전에 호주에서 열리는 록페스티벌에 갔었어요. 저희 밴드에 대한 반응이 상당히 좋았어요.(웃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하는 그녀에게 출항을 앞둔 배의 고동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뮤지션 문혜원, 뮤지컬 배우 문혜원의 약진을 기대해 본다.


[뉴스테이지=정은승 기자]
(뉴스검색제공제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