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Spring Awakening)’

최고의 앙상블로 기억될 것

2010-01-13     뉴스관리자

“이 놀랍고 신비한 자줏빛 여름. 난 기다려 이곳에서. 이 봄이 지나가고 여름 찾아오길...”
(엔딩 넘버 ‘The Song Of Purple Summer’ 중)

2009년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며 막이 올랐던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지난 10일 마지막 공연을 갖고 6개월여의 긴 여정을 마쳤다. 19세기 독일을 배경으로 억압과 통제 속에 혹독한 사춘기를 겪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그린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2006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되어 현지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작품.

푸른빛이 붉게 변하기 위해선 반드시 자줏빛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마찬가지로 아이가 어른이 되기 위해 앓아내야만 하는 성장통의 시기가 바로 사춘기다. 자아를 깨우는 봄의 시기를 지나 성숙의 여름을 맞는 것.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엔딩 넘버인 ‘더 송 오브 퍼플 서머(자줏빛 여름의 노래)’는 이 작품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메시지라 할 수 있다.

또한 Purple(자주색)은 존엄, 정의, 고귀를 상징하는 색이며, 감정을 솔직히 표출하며 자신을 인정받고자 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색이다. 작품의 끄트머리에 모든 출연진들이 무대에 올라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관객의 마음을 다독이듯 부르는 마지막 노래 제목이 ‘자줏빛 여름의 노래’인 이유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배우들도 이 같은 ‘자줏빛 여름’을 맞지 않았을까. 남자 주인공 멜키어로 분한 주원이 과거 인터뷰에서 “멜키어를 연기하며 배우로서의 사춘기를 앓는 느낌”이라고 말했듯이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작품을 마친 모든 출연진이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하는 기회가 되었으리라.

기존의 공식을 파괴하는 쿨한 연출과 귀에 착착 감기는 강렬한 넘버 등 ‘스프링 어웨이크닝’에는 여러 장점이 있지만 내가 이 작품을 지난해 베스트 뮤지컬로 꼽는 이유는 바로 배우들이 보여준 뛰어난 앙상블(Esemble) 때문이다. 심한 뒷북이지만 15회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에서 가장 감격적인 부분은 ‘스프링 어웨이크닝’ 팀의 앙상블상 수상이었다.

김유영(벤들라 역)과 주원(멜키어 역)이 신인상에 노미네이트되었고 김무열(멜키어 역), 조정석(모리츠 역)이 주연상과 조연상을 차지한데다 작품 전체적인 조화에 점수를 주는 앙상블상까지 ‘스프링 어웨이크닝’에 돌아갔으니 작품을 보지 않은 사람도 ‘스프링 어웨이크닝’ 속 배우들의 에너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터.

치열한 오디션과 오랜 연습 기간을 통해 빚어진 배우들의 하모니는 멋진 앙상블이 얼마나 공연의 퀼리티를 높이는지를 입증한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거의 관행이 되다시피한 더블, 트리플 캐스팅에서 벗어나 대부분의 출연진이 원캐스팅으로 끝까지 무대를 지킨 것도 이 작품의 미덕이다.

상업적인 부분만 따진다면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분명 성공한 작품이 아니다. 웰메이드 작품을 어떻게 흥행과 연결시키느냐 하는 것이 초연의 숙제로 남은 것이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하반기에 100회 예정으로 앙코르 무대를 갖는다. 새로운 얼굴로 돌아올 청춘들의 이야기가 관객에게 어떤 자줏빛 여름을 선사할지 기대된다.

[뉴스테이지=조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