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와 바가지는 동의어~우리는 이렇게 당했다"

2010-01-20     이지희 기자

▲ 젊은 여성을 노리는 무료 체험 행사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지희 기자] 무료관광, 무료통화권, 무료회원권, 무료 샘플, 무료 체험, 기기 무상제공, 할인 혜택 등 기만적 무료 '당첨' 상술이 기승을 부리면서 소비자들을 울리고 있다.

이벤트에 행사에 당첨돼 무료로 서비스나 상품을 제공하겠다고 현혹한 뒤 은근슬쩍 유료로 전환하거나 상응하는 물품을 강매하는 등이 대표적인 상술이다.


2006년부터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접수된 이벤트 당첨을 가장한 무료 상술 피해 제보는 총 252건에 달할만큼 소비자들을 멍들게 하는 대표적인 기망 상술이다..

무료 상술 피해는 ▶이동통신·인터넷서비스 ( 34.6%) ▶소액결제(28.8%), ▶콘도·리조트 회원권 (17.3%), ▶무료 마사지 (9.6%), ▶무료여행 (5.76%), ▶기타 (3.8%) 등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이같은 피해에 대해 “대표적인 기만 상술의 하나다. 우선 응모한 적 없는 이벤트라면 일단 경계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 온라인상의 이벤트에 참여할 때는 약관을 꼼꼼히 확인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인터넷을 자주 사용하는 젊은 층의 경우, 음원 사이트나 게임 사이트 이용 시 무심코 이벤트에 참여하는데 개인정보가 유출되면 당첨 상술의 타깃이 될 수 있어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또, “고령 소비자들을 사은품이나 식사, 무료 온천관광 등으로 현혹해 고가의 건강보조제 등을 강매하는 사업자가 많은데 이렇게 구매한 제품은 환불도 어려울뿐더러 제품의 품질도 신뢰할 수 없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사례 1=전주시 대성동의 최 모(남.35세)씨는 지난해 12월 24일 K업체로부터 “이동통신사요금을 통장자동이체에서 카드결제로 변경할 경우 무료 내비게이션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라는 안내전화를 받았다.  

최 씨가 ‘무료’라는 단어를 의심쩍게 생각하자 ‘내비게이션 가격만큼 휴대전화 무료 통화권을 주겠다“는 안내에 우선 설치를 승낙했다.


며칠 후 기기장착을 위해 방문한 영업사원은 내비게이션 가격으로 420만원을 안내했고 생각지도 못한 금액에 최 씨가 깜짝 놀라자 “어차피 매달 4만~5만원씩 휴대전화 요금을 내기 때문에 결국 ‘공짜’나 마찬가지”라고 설득했다.


판매사원은 카드한도 확인을 이유로 최 씨의 신용카드를 넘겨받아 조회를 하는 듯 했다. 최 씨는 판매원이 돌아간 뒤 단순 조회가 아닌 카드론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됐다.


뒤늦게 사기에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계약해지를 요청하자 업체는 “기기는 설치했기 때문에 환불이 불가능하다. 기기값을 제외한 무료통화권 225만원만 환불해 주겠다”며 인심 쓰듯 말했다.


구매한 내비게이션의 가격을 알아보자  최신 모델보다도 훨씬 비쌌다. 


다행히 최 씨는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의 중재로 내비게이션 일부 값을 지불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최 씨는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기사를 보니 이런 사기 상술에 대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다. 미리 알았더라면 시간적, 정신적, 금액적 피해를 입지 않았을 텐데”라며 씁쓸해 했다.

▲ 휴대폰 무료통화권을 미끼로
내비게이션을 강매하는 불법 상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례 2=지난해 12월 16일 18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부상당한 경북 경주시 관광버스 사고의 배경에 저가 온천관광을 미끼로 건강 상품을 판매하는 건강식품업자가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충격을 줬다.


문제의 온천 여행을 건강식품업자가 주선했고 이에 응한 노인들이 여행 귀가 길에 대규모 참사를 당한 것. 이 사건을 계기로 노인들을 상대로 한 낚시질 관광과 사기 판매 등이 도마에 올랐다.


실제로 노인들을 대상으로 경품 증정, 무료·저가 효도관광 등을 빙자한 건강식품업자들의 낚시질 판매 행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당시 경주 관광버스 참사 사건을 담당했던 경주경찰서는 버스운전자 권 모(56)씨, 건강보조식품 회사 대표 김 모(49)씨와 관광버스 회사 대표 조 모(54)씨를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식품업자가 판매한 건강식품의 위법성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성분감정을 의뢰했다.


유족대표 마장훈 씨는 “노인 분들이 건강식품업자의 소개로 저가 온천관광을 가게 된 것이 발단이 됐기 때문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업자의 도덕성과 부실한 건강식품 판매, 지입차량 문제 등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사진-연합뉴스) 경주시 관광버스 사고 현장


사례 3=대구 신암동 김 모(여.25세)씨는 지난해 10월 KT가 주관하는 이벤트에 당첨됐다며 휴대전화를 무료로 교체할 수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김 씨는 기존 휴대전화의 약정기간이 10개월이나 남아 있고 기존에 받아오던 쇼킹 스폰서 지원금 때문에 교체할 수 없다고 난색을 표했으나 KT직원을 자칭한 이는 지원금을 받을 수있다고 단언했다.


휴대전화를 바꿔도 기존에 사용하던 요금과 별 차이가 없기에 결국 김 씨는 요금제와 약정기간을 두고 휴대전화를 바꿨다. 며칠 후 단말기가 도착했고 지원금은 당월 청구서를 보내주면 통장으로 입금해 준다고 했다. 한 달이 지나 청구서를 확인하고 전화를 하자 청구서를 보내지 않아도 되고 몇 일 뒤 입금해 주겠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휴대폰 요금은 통장에서 빠져 나갔는 데도  약속한 날짜에 지원금 입금은 감감무소식이었다. 김 씨가 지원금 입금을 독촉하자 청구서를 보내지 않아서 입금이 안됐다고 답했다.


일관성 없는 대답에 화가 난 김 씨가 강력하게 항의하자 청구서를 보내면 바로 입금해주겠다고 했다. 김 씨가 바로 청구서를 보냈지만 입금은 여전히 무소식이었다.

김 씨는 “이후 몇 번이나 더 전화를 했지만 ‘일괄입금된다’, ‘일주일후에 입금된다’며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고 있다. 이벤트를 빙자한 사기를 당한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이벤트를 빙지한 사기 상술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국내 굴지의 통신 대기업에서 진행하는 행사라 믿고 참여했는데 이렇게 뒷통수를 맞을 줄 몰랐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에 대해 KT관계자는 “이번 경우는 본사에서 진행하는 이벤트가 아니고 대리점 자체에서 진행하는 이벤트였다. 하지만 KT의 이름으로 나가는 만큼 대리점에서 단독으로 진행할 지라도 문제가 생기면 본사에서도 함께 해결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김 씨는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제보뒤 지원금을 받고 해결이 잘 됐다”며 고마움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