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치고 장구치는 금융CEO들의 감투 거취는?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 분리, 사외이사 임기제한 등을 담은 '사외이사제도 개선안'이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4대 시중은행이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고강도 종합검사와 회장 선임 파행 여파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KB금융지주를 비롯해 CEO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는 신한․우리․하나금융지주도 고민에 빠졌다.
현재까지 알려진 개선안의 핵심내용은 단연, CEO와 이사회 의장 분리 원칙. 설령, 두 자리를 겸직한다고 하더라도 선임 사외이사를 둬야 하기 때문에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과 이팔성 우리지주 회장, 김승유 하나지주 회장의 거취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한 이번 사외이사제도 개선안이 그간 문제시된 은행권 사외이사의 독립성 상실과 경영진과의 유착 관행을 근절시키는 시금석이 될지, 관치금융 우려를 불식시키는 계기가 될지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CEO와 의장직 분리, 사외이사 임기제한
전국은행연합회는 1월 25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금융지주회사와 은행의 '사외이사제도 모범규준'을 의결, 공식발표할 계획이다. '사외이사제도 개선안'의 주요 내용은 CEO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 원칙적으로 분리하되 사정상 어려울 경우 '선임 사외이사'(사외이사들의 대표격인 인사 임명)제도를 도입하면 겸임이 가능하다.
사외이사 임기는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늘리고 연임을 허용하되 최장 5년까지만 가능토록 했다. 사외이사들의 독립성은 강화하되 집단권력화 양상이나 경영진과의 유착으로 이어지는 폐단을 막겠다는 취지다.
CEO와 임기가 겹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외이사들의 임기만료일을 연 단위로 각각 다르게 해 사외이사의 5분의 1이 매년 교체되는 '시차임기제'도 도입했다. 평가위원회 등 이사회 산하 위원회의 위원장은 매년 교체토록 했고 사외이사에 대한 상호평가와 다면평가도 실시한다.
개선안과 별도로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개정)에 따라 금융지주회사(은행지주 포함)에 속한 자회사와 거래관계에 있는 회사에 최근 2년 안에 근무한 경험이 있으면 해당 회사의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 이에 따라 4개 금융지주․은행 사외이사 62명 가운데 10여명 안팎의 교체도 전망되고 있다.
반면, 관치금융 비난을 의식한 듯 사외이사 인력뱅크를 만들어 여기에 포함된 사람만 사외이사로 뽑을 수 있게 한 '사외이사 풀' 제도는 백지화됐다.
금융당국이 정한 사외이사제도 개선안에 대해 은행권들은 "개선안이 확정되면 이를 검토해 반영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전국은행연합회 관계자는 "25일 임시이사회에서 통과되면 공식 발표될 것"이라며 "각 은행권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임시이사회는 은행연합회 회장과 부회장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9개 은행장들이 참석해 안건을 검토 후 의결한다.
사외이사제도 개선안이 확정되면 은행 및 지주회사들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새 제도를 반영해 정관개정과 사외이사 재선임 및 교체 등에 나설 계획이다.
사외이사 교체 불가피, 지주회장들 거취 고심
차기 회장선출 파행과 강정원 회장내정자 사퇴, 고강도 종합검사 등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KB금융은 이번 개선안이 통과될 경우 가장 큰 물갈이가 예상된다. 현재 KB지주 사외이사 9명 가운데 3~4명이 교체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최종안이 나오기 전이라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외부용역회사에 사외이사제도 개선에 대한 컨설팅을 맡겼고 개선안이 확정되면 이를 참고해 반영할 것"이라며 "타 지주회사와 달라 CEO와 의장이 분리되어 있고 사외이사 교체도 절차에 따라 진행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CEO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는 3개 금융지주도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지만 껄끄럽기는 마찬가지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올해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라응찬 회장의 연임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의식한 듯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구체적인 개선안이 나오면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개선안이 확정되면 3월 주주총회까지 여유가 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도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기 때문에 감독을 받는 은행권에서는 당연히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조심스런 입장을 나타냈다.
금융당국의 '사외이사 개선안'에 대해 은행권에서는 "내부경영진의 투명성과 금융지배구조 선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의견을 피력하면서도 금융당국의 지나친 개입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CEO는 매년 주주의 엄정한 감시 속에서 경영능력을 평가받는데 10년 이상 경영권을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경영성과나 리더십 면에서 주주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는 것일 뿐 '황제경영' 등으로 왜곡된 시선을 보내는 것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일련의 KB사퇴와 고강도 검사 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관치금융의 부활로 이어지지 않을까라는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은행과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의 독립성 강화와 자기권력화 방지, 도덕적 해이 문제 등 그간 제기됐던 금융권의 지배구조 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관치금융 우려에 대해서는 "일부에서 하는 얘기일 뿐"이라며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