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의료사고 10명중 7명은 의료인 잘못"

2007-05-23     최영숙 기자
#사례1=김 모(여ㆍ수술당시 61세)씨는 복강경으로 담낭절제술을 받던 중 의사의 부주의로 소장이 천공되었다. 소장절제술을 받고 퇴원했으나, 수술 후유증으로 탈장이 발생했다. 재입원해 수술을 받았으나, 괴사성췌장염이 발생했고 패혈증까지 진행돼 2003년 10월 사망했다.

#사례2=김 모(여ㆍ수술당시 77세ㆍ경기도 고양시)씨는 고혈압, 당뇨, 골다공증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던 환자로 2004년 9월 14일 척추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9일째 수술부위에서 피고름이 흘러나와 전신마취하에 염증제거술 및 상처 봉합술을 받았다.

병원 내 감염균(MRSA)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항생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했으나 이로 인해 신장이 나빠졌다. 병원 내 감염 외에도 척추 고정기구가 신경을 압박해 통증이 심하고 감염균이 뇌까지 확산됐으며, 결국 의식불명 상태에 이르렀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 의료사고 피해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료사고를 당한 노인 10명 중 5명은 '사망'이나 '장애'에 이르는 등 고령자의 의료사고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사고 10건 중 5건은 수술 과정에서 발생했으며, 이 중 81%는 수술 전·후 부주의한 치료, 부적절한 수술 등 의료인 잘못에 의한 피해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2004년 1월부터 2006년 말까지 접수된 60세 이상 소비자의 의료 피해구제 456건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3일 밝혔다.

◆ 고령자 의료사고 피해 매년 증가=노인 의료사고 피해는 2004년 98건, 2005년 177건, 2006년 181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료 과목별로는 내과가 23.9%(109건)로 가장 많았고, 정형외과 19.7%(90건), 외과 12.7%(58건), 신경외과 11.4%(52건), 치과 7.9%(36건) 등의 순이었다.
 
단계별로는 '수술·시술'과정에서의 사고 발생이 54.4%(248건)로 가장 많았으며, '진단단계' 19.5%(89건), '치료·처치단계' 11.6%(53건), '투약단계' 4.2%(19건), '검사단계' 3.3%(15건) 등이 뒤를 이었다.

수술·시술 과정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한 248건 중 병원측 과실에 의한 사고는 81.0%(201건)였으며, 나머지는 병원측 과실로 보기 어렵거나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경우였다.
 
과실 유형은 수술 전 검사소홀·수술 후 감염 등 '수술 전·후 부주의'가 32.3%(65건)로 가장 많았으며, '수술과정에서의 신경·혈관 등의 장기손상' 25.4%(51건), 이물질 잔존 등 '수술 잘못' 23.9%(48건), 무리한 수술·불필요한 수술 등 '부적절한 수술 진행' 12.9%(26건) 등의 순이었다.
  
◆절반 이상은 사망·장애로 이어져=의료사고 직후 발생된 1차 피해유형은, '질환 악화'가 30.0%(137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감염' 17.5%(80건), '장기손상' 9.2%(42건), '출혈' 7.2%(33건) 등이 뒤를 이었다.

2차 피해의 경우 의료사고로 '사망'에 이른 경우가 30.5%(139건), '장애'가 25.0%(114건)로 나타나, 만성 질환 등을 가지고 있는 고령자의 의료사고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인 잘못에 의한 피해가 71.9%=고령자 의료사고 피해 456건 중 의료인 잘못에 의한 사고가 71.7%(328건)에 달했다. 반면 의료인 잘못으로 보기 어려운 피해는 27.6%(126건),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건은 0.4%(2건)였다.
  
의료인 과실 유형은 '부주의'가 대부분으로 328건 중 86.6%(284건)로 나타났고, 투약이나 검사과정 등에서의 '설명 소홀'이 13.1%(43건)였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고령자 수술에 대한 '표준임상의료지침' 마련, 고령자 의료사고 예방을 위한 관리 감독 강화 등을 보건복지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아울러, 병원협회 등에는 ▲고령자의 특성을 감안한 신중한 수술 시행 ▲감염 피해에 대한 관리강화 ▲고령자에 대한 주의·설명의무 철저 준수 등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