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CEO '1등은행' 야망..지뢰밭 건널까?

2010-01-25     임민희 기자



4개 시중은행 CEO들은 '1등 은행' 포부를 피력, M&A, 해외 공략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강정원 국민은행장, 이백순 신한은행장, 이종휘 우리은행장, 김정태 하나은행장.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4개 시중은행들의 '리딩뱅크'를 향한 기세싸움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각 은행권 CEO들의 공격적인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그간 은행들은 금융위기 여파로 내실경영에 치중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1등 은행'이 되기 위한 주도권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우리은행과 외환은행을 비롯 푸르덴셜증권 등 은행간, 비은행간의 크고 작은 인수․합병(M&A)을 앞두고 있어 주도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등 시중은행 CEO들은 M&A는 물론 그동안 주춤했던 해외진출까지 본격화하며 국제은행으로 도약하겠다는 야망을 숨기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이 '사외이사제도' 개편등 은행 지배구조에 대한 칼날을 빼들고 있어 이들 CEO의 거취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등 은행' 위한 시중은행 각축전


신한은행은 '내실있는 성장을 통한 1등 은행으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백순 은행장은 1월 16일 '2009년 종합업적평가대회'에서 "위기에 강한 신한DNA를 통해 건실한 성장, 내실있는 발전으로 1등 은행으로 도약하자"고 다짐했다.

신한은행은 타 은행과 달리 금융권 M&A에 뜻을 두고 있진 않지만 내실경영과 해외시장 공략을 통한 글로벌 은행으로의 도약을 목표하고 있다. 이를위해 올해 신한아메리카법인과 일본 현지법인인 SBJ지점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지분매각 등 M&A를 앞두고 있는 우리은행의 이종휘 행장도 지난 1월 11일 창립기념식과 2010년 경영전략회의에서 "내실성장을 통한 새로운 도약으로 1등 은행 비전을 달성하자"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지주 이팔성 회장도 지난해 12월 '2010년 경영전략회의 및 혁신비전 선포식'을 갖고 '원두(OneDo)'라는 혁신브랜드 기치 아래 "국내 1등을 넘어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도약"을 자신했다. 우리은행도 내실성장과 더불어 한미은행 인수와 인도네시아 사무소 지점화 등 해외사업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하나은행 김정태 행장은 개인부문에서는 '순신규 고객증대'를, 기업부문에서는 '핵심영역 시장점유율 확대' 를  통해 수익성 확대와 리스크 관리에 주력, 1등은행으로 도약하겠단 포부를 밝혔다.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은 지난 1월 17일 임직원과 가진 '출발 2010 행사'에서 "하나금융이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을 선도해 나가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와 우리은행 합병에 주력하는 한편, 비은행 부문을 강화를 위해 다올부동산신탁 인수(지분 43% 300억원대 인수 예정)도 추진 중이다. 해외사업에도 눈을 돌려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인 'PT 뱅크 하나' 18개분행과 지행을 만들고 현지 중견은행을 추가적으로 M&A할 계획이다. 또한 중국지린은행 인수 등 중국 IB(투자은행) 시장 개척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돌발변수 사외이사제도개편, 어떤 영향 미치나?


신한․우리․하나은행이 주도권 싸움에 적극적인  반면, KB국민은행은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 '10년 이상 1등 은행'과 금융권 M&A에 대한 포부를 밝혀온 KB국민은행과 지주는 강정원 회장 내정자직 사퇴 여파와 고강도 종합검사, 사외이사제도 개편 등으로 자신감이 한풀 꺾인 상황.

올해 10월 임기가 만료되는 강정원 은행장은 차기 회장이 선출되기까지 회장대행으로서의 역할 수행과 행장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종합검사 결과 여부에 따라 임기를 채우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영진 공백이 우려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주도한 '사외이사제도 개편안'이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3월 주주총회와 차기회장 선출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경영진 공백은 없으며 M&A 등의 사업도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현재 종합검사가 진행 중이고 사외이사 개선 등도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사안이라 지금으로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사외이사제도' 개편 여파는 다른 은행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개선안의 주요 내용이 최고경영자와 이사회 의장 분리를 원칙으로 하되 두 자리를 겸직할 경우 선임이사제도를 둬야 한다는 점에서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올해 3월 임기만료와 연임가능성이 거론되는 라응찬 회장은 20년 가까이 최고경영자 자리를 지켜왔고 김승유 회장도 13년간 수장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시중은행 CEO들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가운데 금융권 판도가 어떻게 재편될지, 마지막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