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폼’을 버리고 ‘진심’으로 다가가라, 쇼비보이(주) 최윤엽 대표
배려가 있는 공연,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2010-01-20 뉴스관리자
국내에서보다 국외에서 환영받는 우리공연이 있다. 뉴욕 브로드웨이, 괌 초청공연, 중국공연,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최고의 평점 등 유례없는 기록을 세우며 세계무대를 누비고 있는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가 그것. “2004, 2005년도에 뮤지컬 붐이 불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뮤지컬을 수입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었죠. 수입하기 위해 드는 돈은 어마어마했어요. 이익보기가 힘듦에도 왜 수입을 하는가, 공연업계의 보이지 않는 파워를 가져보려는 게 컸죠. 거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세계적인 작품을 만들어서 우리나라의 이름으로 수출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어떻게 해야 세계로 나아갈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런 고민 속에 탄생한 작품이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다. 최윤엽 대표는 이 작품을 기획하며 세 가지를 기억했다.
공연은 온전히 대중의 것, 그들을 향한 배려

그 결과는 놀라웠다. 관객들은 환호했다. 외국에서도 상상 이상의 반응이 나타났다. 놀라웠지만 배려가 있는 기획 및 준비과정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기도 하다.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는 현재 우리 공연을 가지고 외국에 나가 성공한 좋은 사례로 꼽히고 있다. 최윤엽 대표가 후배 창작자들에게 조언했다. “매너리즘에서 벗어나야 해요. 자기가 배운 것을 내세우면 안돼요. 관객이 어떤 이야기에 관심이 있고 어떤 것을 원하는지 알고 그들이 원하는 작품을 만들어야 해요. 너무 잘나서 대화도 안통하면서 예술 한다고 폼 잡고. 자기들만의 세계에 갇혀 있으면 안돼요. 관객에 대한 배려가 기본이죠.” 더불어 공연은 온전히 대중의 것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이미 대중의 수준은 창작자를 넘어섰다. “교수 친구에게 물어봤어요. 네 핸드폰으로 전화 걸고 받고, 문자 주고받는 것 외에 할 줄 아는 게 있냐고. 그게 다라고 하더라고요. 학생들은 핸드폰을 가지고 기본적 기능 외에 새로운 것을 더 찾아내 활용해요. 결국 지금의 생활수준이 가르치는 자의 지식, 교육 수준을 넘어선 거죠. 시대착오적인 교육이 이뤄지고 있어요. 학교에서 배운 것 중 써먹어본 게 별로 없다니까. 생활 자체는 이미 첨단이에요. 문화도 마찬가지죠. 국민들의 문화적 생각이나 욕구가 훨씬 더 높아요.”
관객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소통하는 공연

‘인간’과 접촉하기 위한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최윤엽 대표는 아픈 기억을 꺼냈다. “뉴욕에 갔을 때 1원 하나 지원받은 적이 없어요. 예기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며 공연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왔는데 그 누구 하나, 나라의 어느 기관하나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어요. 파트너와 결별하며 돈이 하나도 없었고 투자받는 데에도 어려움이 생겼죠. 그렇게 공연을 시작했어요. 그 추운 겨울에 단원들이 길거리로 쫓겨나고 밥을 굶고, 정말 고통스러웠지. 세월이 많이 흐르면 책으로 써보고 싶기도 해요. 우리나라의 문화는 대체 어떤 모습으로 있는지, 말로만 문화를 이야기하지 실질적으로 이해하거나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어요. 결국 단원들이 못 견디고 40일 만에 돌아왔어요. 반응이 아무리 좋아도 당장 먹을 것이 없고 잠잘 곳이 없는데 어떻게 버티나. 하소연해도 모른 척 하더라고요. 섭섭했죠.”
모든 과정 속에서 최윤엽 대표는 많은 것을 깨닫고 많은 것을 얻었다. 그리고 여전한 것은 관객 중심의 공연을 만들어야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잠자고 있던 불씨를 발견하길 바란다. “나도 모르게 잊고 살았던 열정 등을 느끼고 욕구를 발견하고, 또 에너지를 갖고 돌아가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인간’을 위한 공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같은 부류의 집단의 결속을 강화시키고 타 부류는 배척시키도록 만드는 것이 대부분의 문화입니다. 사회 이질감을 고착시키죠. 수많은 계층과 부류간의 대립을 융화시키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해요. 서로 하나가 되는 문화, 서로를 보호하고 배려하는 문화, 그런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뉴스테이지=이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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