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가격전쟁 누굴 위해 종을 울리나?"
최근 대형마트에 식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 사장을 만났다. 얼굴이 한참 어둡다. 기자도 대형마트들이 할인전쟁임을 염두에 두고 먼저 변고가 없는지를 물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이달말 납품계약이 만료되는데 적어도 10%이상의 가격후려치기 압력이 들어올 거라며 수심이 가득했다. 다른 판로없이 마트 영업에만 의존하는 그 회사는 작년에 벌써 10억여원 매출에 1억원 안팎의 적자를 기록한 상황이었다.
올해 10%의이상의 가격 후려치기가 이루어질 경우 내년엔 생존 그자체를 장담할 수없는 상황이 된다.
최근 촉발된 대형마트 할인전쟁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경쟁업체보다 몇푼이라도 싸다는 대외명분에 눈 어두워 이판사판 벌이고 있는 가격전쟁이 곳곳에서 벌써부터 치명적 부작용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아니 그 부작용은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납품업체가 받는 타격이 가장 크다. 제조 중소기업 영업이익률이 5%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조금의 가격인하도 목숨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독소가 된다. 그다음 희생양은 동네 자영 수퍼마켓들이다. 이미 대형마트 SSM에 밀려 쪼그라지고 있는 입지가 이번 가격전쟁으로 아예 흔적도 없이 스러지고 말 것이란 공포감에 시달리고 있다.
대형마트와 동네 슈퍼와의 가격차가 이렇게 벌어질 경우 결국 대형마트가 진공청소기처럼 소비자를 빨아 들이게 되기 때문이다.
그럼 최후의 승자는 싼 가격 서비스를 받을 수있는 소비자?
앞서 만난 협력업체 사장은 대형마트에서 현재보다 더 가격을 후려친다면 원료의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국내산 원료를 줄이고 싸구려 중국산으로 대체할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세상에 망하는 장사를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가격전쟁의 당사자인 마트들이 적자 경영을 각오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납품업체들도 제살 깎아먹고서야 살수없는 일 아닌가? 결국 소비자들이 가격이 싸진 만큼 품질 저하를 감수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소비자들은 싼 가격에 따른 싸구려 서비스의 맛을 톡톡히 보았다. 싸다는 전단지에 이끌려 마트를 방문했지만 전단지에 대대적으로 광고한 상품은 대부분 품절돼 구경조차 할수없었다. 싼 가격이 엉터리 서비스를 부른셈이다.
이쯤에서 대형마트의 가격전쟁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 납품업체 동네수퍼 소비자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는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다.
이민재 기자/sto81@cs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