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45억~ 미술시장에 '광풍'이 분다?

2007-05-23     뉴스관리자

    
“이건 광풍(狂風)이에요, 광풍! 모두들 미쳤어요.” “아닙니다. 당연한 수순이에요. 10여년간 막혔던 시장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그런 겁니다. 박수근 그림, 곧 100억원까지 오를 테니 두고 보세요.”

‘국민화가’ 박수근(1914~65)의 유화 ‘빨래터’가 22일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 경매에서 두 달 만에 또다시 최고가(45억2000만원)를 경신하며, 강남 최고급 아파트인 아이파크 한 채 가격에 육박하자 논란이 한창이다.

박수근 화백의 그림은 최근 들어 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잇달아 갈아치우며 미술시장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이번 작품은 가난한 화가에게 물감과 캔버스를 사주며 후원했던 한 미국인 사업가가 50년 전 고마움의 대가로 받은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은 더욱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캔버스와 물감에 45억원이라니…. 완전 로또네”(cyber1906) 등의 ‘시샘성 댓글’까지 달렸다.

    이날 경매에선 김환기(1913~74) 화백의 작품 ‘꽃과 항아리’(98×147㎝)도 30억5000만원에 팔렸고, 여타 불루칩 작가 작품들도 날개돋친듯 팔려 3시간 만에 낙찰액 202억원을 기록했다. 올 들어 국내 미술시장은 과열이 우려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이번 경매를 포함해 올 상반기에 무려 711억원에 달하는 신규 자금이 미술시장에 유입됐고, 화랑 거래액까지 합칠 경우 1000억원 이상이 유입됐을 것으로 파악된다.

게다가 금융기관이 설립한 ‘아트펀드’를 통해 올 한 해 600억~1000억원의 금융자금이 또 들어올 예정이어서, 미술시장은 이래저래 더욱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미술품 수집 열풍을 리드하는 것은 역시 박수근, 김환기 같은 슈퍼스타들이다. 특히 박수근 화백의 그림은 ‘흥행불패 신화’를 낳으며 고공행진 중이다.

1950년대 점당 10만~40만원에 불과했던 그림이 요즘 10억~50억원을 호가해 50여년 만에 1만배 이상 오른 셈. 작품 수가 250~300점(유화 기준)으로 적은 데다 소장가들이 향후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시장에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박수근뿐 아니라 일부 인기 작가의 경우 물감이 마르기도 전에 팔려 나가 과열 현상을 빚고 있다. 작품을 손에 넣기 위해 수십명씩 대기하는 작가들도 적지 않다.

또 작품도 보지도 않은 채 작가의 유명세만 믿고 무조건 손에 넣는 ‘묻지마식 투자’도 횡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요즘 미술시장이 비이성적으로 흐르고 있다”며 거품론을 우려하고 있기도 하다. “개미군단이 들어온 걸 보니 꼭짓점에 오른 것”이라는 경고도 있다.
 그러나 K옥션 김순응(54) 대표는 “지난 10여년간 저평가된 작가들의 작품 값이 회복되면서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과거 1990년대 중반 같은 폭락은 없을 것”이라며 “미술시장이 주식ㆍ부동산 등 투자자산시장에 비해 워낙 ‘덩치’가 작다 보니 조금만 자금이 몰려도 가격이 급등하며 거품 현상이 나타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광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도 “박수근, 김환기의 그림은 앞으로 문화유산이 될 것이므로 수작의 경우 점당 100억원을 상회할 것”이라며 “우리의 경제 규모, 국가경쟁력을 볼 때도 그 정도는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술품은 장기 가치투자상품이다. 또 버는 사람이 있다면 잃는 사람도 분명히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눈앞의 이익만 좇다가 낭패하는 것은 미술품 투자도 매한가지다. 시장은 냉혹한 것이다.(헤럴드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