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도메인 계약 유도에 박사도 "으악~아뿔싸"

2010-01-26     차정원 기자

[소비자가만드는신문=차정원 기자] 인터넷 사이트 제작, 관리 업체가 업체 소유의 한글 도메인을 대여하면서 마치 소비자가 도메인 소유주가 되어 차후 도메인 거래로 수익을 남길 수 있는 것처럼 속여  소비자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울산시 성안동의 김 모(남.39세)씨는 지난해 12월 29일 KT돔의 영업사원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영업사원은 “대한상공회의소와 제휴 하에 (김 씨의)사업자 정보를 알아내어 연락했다"며 "월 3만원에 한글 도메인을 만들어 관리해 드리겠다"고 제안했다. 이어 "박지성.kr, 김대중.kr등 한글 도메인 선점시 수십억의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다”며 김 씨를 설득했다.

때마침  새로 골프용품 사업을 시작한 김 씨는  ‘사업 홍보를 겸해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에 다음날 골프볼.kr, 골프볼스티커.kr, 골프볼마킹.kr등 3개의 도메인을 178만2천원에 5년간 계약했다.

계약 다음날인 31일 김 씨가 계약한 도메인을 확인하기위해 검색을 해 보니 3개의 도메인 전부 소유주가 김 씨가 아닌 KT돔 앞으로 되어 있었다. 결국 영업 사원이 강조한 ‘투자’ 개념의 도메인 선점의 이익금은 김 씨가 아닌 KT돔으로 돌아가는 것. 김 씨와 같은 소비자는 자비를 들여 업체의 자산가치만 높여주는 셈.

‘속았다’는 생각에 김 씨는 그날 KT돔 측으로 계약해지를 요청했으나 담당 사원은 막무가내로 계약해지 불가를 통보했다.

더 이상 업체와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김 씨는 한국소비자원, 청와대 신문고등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소송하라'는 안내가 전부였다.  결국 김 씨는 지난 5일  울산지방법원에 소액청구 소송을 냈고  법원은 "5개월 후 처리가 된다"고 통보해 일단락됐다. 


그러나 김 씨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피해가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하지만 인터넷글은 모두 게시중지로 사라지고 국가 기관들은 소송하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며 이같은 피해가 앞으로도 계속 양산 될 것을 우려했다. 


김 씨는 컴퓨터 관련 박사 과정을 수료했고 영어 도메인 20여개를 소유하고 있기도 한 말 그대로 ‘컴퓨터 박사’. 김 씨는 "자신도 감쪽같이 속아 넘어간 마당이니 정보통신 지식이 어두운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종사자들의 피해는 불보듯 뻔하다"며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KT돔은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의 거듭된 확인 요청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개인회원도 관련 사이트 www.korchambiz.net를 통해 제한적인 사업자 정보 조회가 일정부분 가능하지만 대규모 조회에는 유료회원 가입이 필요하다. KT돔은 회원이 아니며 제휴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