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너를 향해 펼친 생의 날개, 연극 ‘엘리모시너리’
하늘로 날아오른 세 모녀 이야기
2010-01-25 뉴스관리자
버석한 사막, 눈부신 태양이 내리쬐고 땅은 뜨겁다. 사막은 언제나 무료하고 나른하다. 가끔 지나가는 행인은 땀에 젖었고 지쳐있다. 지프차는 메마른 모래바람만을 날린다. 그리고 아주 작은 오아시스가 있다. 아무도 없는 이 사막, 오아시스에 꽃인지 풀인지 모를 식물 하나가 솟았다. 죽을 법 한데 황당하도록 명랑하게 꼿꼿하다. 하나의 줄기에서 세 개의 꽃이 폈다. 그 꽃의 이름은 도로시아, 아티, 에코우다. 하나의 뿌리에서 출발했으나 이 꽃들의 색과 모양은 제각각이다. 서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방법이 없다. 저들이 없으면 혼자 살아남을 자신이 없다. 이 목마른 관계, 연극 ‘엘리모시너리’의 세 여자들의 삶이다.
나는 당신의 노래를 이해하고 싶었다

도로시아에게 딸 아티가 있는 것처럼 아티에게도 딸이 있다. 그녀의 이름은 에코우다. 아티에게 버려져 할머니 도로시아의 손에 길러진 에코우는 철자에 뛰어난 감각을 보인다. 그녀는 철자를 통해 세상을 들여다본다. 그 발음, 운율, 뜻을 느끼고 사랑한다. 에코우에게 있어 철자는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증명하는 수단인 동시에 소통의 방법이다. 에코우는 엄마 아티와 전화로 철자 맞추기를 한다. 에코우는 가장 자신 있는 것, 가장 확실한 것을 엄마 아티와 나누며 슬며시 묻는다. 엄마 아티,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음악 없는 이 삶을 나에게 선물한 당신의 노래는 어떤 리듬과 빠르기를 가졌는가에 대해.
나는 당신의 노래를 이해하고 있었다

자신을 도로시아와 아티에게 부각시키기 위해 에코우는 철자 맞추기 대회에 나간다. 참석하기 힘들겠다는 아티를 협박해 관객석에 앉혀놓고는 필사적이 된다. 재미있는 놀이였던 철자 맞추기에 온 힘을 쏟고 안절부절못한다. 그 부자연스러운 상황이 코믹하면서도 슬프게 내려앉아 검은 그림자를 만든다. 에코우를 승리하게 만든 단어, 그것은 바로 ‘엘리모시너리’다. 엘리모시너리, eleemosynary, 이엘이이엠오에스와이엔에미알와이, 자선을 베푸는, 자비로운. 사실, 이 세 여자는 각각 자신의 방식으로 서로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서로가 절실했던 이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용서하고 있었다. “그건 내가 선택한 거야. 엄마를 사랑하는 존재가 되기로.” 표현이 서투르나 화해의 손을 내밀게 하는 ‘자비로운 보살핌’이 사막에 꽃이 필 때부터 서로를 아우르고 있었다.
[뉴스테이지=이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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