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빨래’

서울살이의 비타민!

2010-01-27     뉴스관리자
[포토리뷰] 롤러코스터를 타듯 급한 경사길 끝에 달과 가까운 동네가 있다. 그 길이 힘겨운지, 벽에 아무렇게나 붙은 이삿짐센터 스티커도 한숨을 토해내고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의 눈길과 손길을 탔을까. 스티커의 가장자리가 보풀처럼 일어나있다. 그 벽 옆으로, 시골에서는 볼 수 없는 반지하방 혹은 옥탑방들이 조밀하게 모여 있다. 작은 방들이 껴안고 있는 마당에 서울살이가 고달픈 사람들의 빨래가 한창이다. 빨래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싸한 인생의 파도냄새가 난다. 거친 파도에 농익어 가는 과부 희정엄마와 그 파도가 이마에 화석처럼 굳어진 할머니가 빨래를 맞잡고 있다. 그 앞으로 아직 굳은살이 없어, 인생의 파도가 마냥 아프기만 강원도 아가씨가 서 있다.

집주인인 할머니는 억척스럽다. 전기계량기가 빨리 돌아간다고 방문을 쾅쾅 두드리고, 세든 사람을 찾아온 손님의 똥값까지 받아낸다. 그런 할머니에게도 자신이 평생을 돌봐야 하는 아픈 딸이 있다. 방값이 밀리고, 찾아오는 애인도 있는 희정엄마는 주인 할머니와 곧잘 싸운다. 그러나 그녀는 주인할머니의 아픈 딸을 업고 병원으로 뛰는 인간미를 지니고 있다. 서점 점원인 나영은 부당해고를 당하는 선배 편을 들다가 창고정리로 밀려난다. 귀가길 나영은 그동안 힘들었던 감정의 물꼬가 터져 엉엉 울어버린다. 마당에서 빨래를 하던 할머니와 희정엄마는 서럽게 우는 나영의 마음을 토닥토닥 달래준다. 이들은 사는 게 힘들 때면 빨래를 한다.

“얼룩 같은 어제를 지우고 먼지 같은 오늘을 털어내고” 세제 냄새가 폴폴 나고, 비누방울이 방울방울 날린다. 이들의 빨래를 보고 있으면, 찰랑찰랑 물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찌든 마음이 맑고 경쾌한 넘버에 살살 헹궈질 때면, 꾀죄죄한 땟물이 쑥 빠지는 것 같다. 뮤지컬 ‘빨래’는 사회적으로 낮은 곳에 있는 타향인들의 고단한 한숨을 잘 그리고 있다. 극의 초반부터 ‘서울살이 몇 핸가요’라고 속삭이는 넘버는 가사에 고단한 서울살이를 담아 관객의 공감을 자아낸다. 몽골에서 온 노동자 솔롱고의 사연, 할머니의 딸에 대한 아픈 마음, 나영이 겪은 직장에서의 부당한 대우 등 이어진 사건은 관객을 울기직전까지 몰고 간다. 답답하고, 아픈 현실에 대한 공감으로 관객의 감정을 정점으로 끌어올린 극은 빨래를 통해 관객의 마음을 정화시킨다. “얼룩 같은 슬픔일랑 빨아 헹궈버리고, 먼지 같은 걱정일랑 털어 날려”주는 뮤지컬 ‘빨래’ 덕분에 관객은 “잘 다려진 내일을 걸치고 오늘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서울살이의 고단한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내일을 살아갈 힘을 주는 뮤지컬 ‘빨래’는 학전그린소극장에서 오픈런으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정은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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