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놈놈’보다 무섭다, 무대 위 ‘년년년!’
좋은 여자, 나쁜 여자, 이상한 여자
2010-01-28 뉴스관리자
‘프랑스를 구하라’는 신의 음성을 들었던 잔 다르크, 세상을 유혹했던 클레오파트라, 영화 ‘원초적 본능’의 샤론스톤, 복수의 화신 금자씨, 신라 최초의 여왕 선덕 등. 남자의 영웅기보다 매혹적인 것이 여자의 드라마다. 남자보다 무서운 것도 여자다. 남자에게는 힘이 있지만 여자에게는 한恨이 있기 때문이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하지 않았나. 세상에는 다양한 여자가 있다. 그래서 무대 위에는 다양한 여성 캐릭터가 있다. 이유 없이 나쁘고 이유 없이 이상한 여자가 없듯, 무대 위의 인물들도 이유 없이 나쁘고 이유 없이 이상하지 않다. 어쩌면 상투적이고 식상할지 모르나 매력적인 그녀들을 모았다. 좋은 여자, 나쁜 여자, 이상한 여자!
- 우리가 살아내지 못할 삶을 견디었던, 좋은 여자

[뮤지컬 ‘모차르트!’의 난넬] 속 터진다. 이 여인의 바보 같은 삶이 답답하다. 왜 착한 여자들은 이렇게 다 안쓰러울까. 난넬은 모차르트의 누나로 한없는 희생을 베푼다. 결혼 지참금을 다 써버린 동생으로 인해 결국 결혼에도 실패한다. 허랑방탕한 모차르트를 찾아가 옷을 발가벗겨 거리로 내쫓아도 시원찮을 판에 난넬은 동생을 이해한다. 인생을 동생 볼프강 중심으로 살았던 난넬. 난넬 같은 딸보다는 언니, 혹은 엄마를 원할 만큼 그녀는 가족에게 위안을 주는 인물이다. 또한 난넬은 방황하는 모차르트와 그에게 실망하는 아버지 레오폴드 사이에서 둘의 관계를 유지시키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들은 난넬로 인해 가족의 형태를 유지한다. 희생으로 인해 위안과 따뜻함을 전해준 좋은 여자가 난넬이다.
- 그 독(毒)까지 이해하게 만들어버리는, 나쁜 여자

[뮤지컬 ‘선덕여왕’의 미실] 이제 그녀는 영웅이다. 아름다운 미모와 뛰어난 두뇌로 나라를 휘저었던 매혹적 여성. 그녀의 스케일은 남자도 엄두내지 못할 만큼 넓다. 미실의 음모는 그녀가 똑똑한 만큼 위험하다. 그만큼 부담도 크다. 그러나 미실은 대담하다. 미실을 이토록 독하게 만든 것은 바로 그녀의 설움이자 아픔. 뮤지컬 ‘선덕여왕’의 미실은 엄청난 카리스마로 무대를 압도한다. 의상 역시 파격적이고 섹시하다. 그렇게 찬란했던 그녀가 마지막에는 작은 칼로 스스로를 찌르며 초라하게 생을 마감한다. 그때 그녀 옆에 있었던 것은 아들이라 제대로 불러보지 못했던 비담. 미실이 꿈꿨던 세상은 그녀의 목숨과 함께 한순간에 사라져버린다. 바람처럼 지나가버린 그녀의 생이 쓸쓸하다.
- 당신들의 삶이 진정한 블랙유머, 이상한 여자

[뮤지컬 ‘헤드윅’의 헤드윅] 남자와 여자, 그 경계에 서 있는 인물로 정체성이 불분명하다.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헤드윅. 완전히 부서져버리지도 못한 삶을 어두운 그림자처럼 무겁게 이고 다닌다. 그리고 상처투성인 자신의 삶을 노래한다. 그런 헤드윅을 보며 관객들은 마음으로 위로한다. 당신은 아름답다고, 빛나는 헤드윅이라고. 학대와 배신, 조롱과 비웃음으로 채워진 그녀의 삶에 관객들은 환호한다. 긴 가발을 늘어뜨리고 두꺼운 화장에 짧은 치마를 입은 당신의 이름은 헤드윅! 우리는 당신에게 반했다. 그리고 열광한다.
[뉴스테이지=이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