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리뷰] 연극 ‘비밀경찰’

다양한 연극적 장치가 빚어낸 득과 실

2010-01-28     뉴스관리자

연극 ‘비밀경찰’은 산해진미로 가득한 진수성찬을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잔뜩 차려놓는다.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에서부터 꼭두각시극, 가면극, 종이인형극, 미국식 뮤직홀, 그리고 라이브 국악 연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극적 장치와 오브제들은 각각의 독립된 개체로 작용해 무대를 가득 메운다.

배우들의 신체연기는 풍성한 무대에 생기를 더한다. 마리오네트로 변신한 배우들은 몸에 대한 연극적 시도와 실험을 소신껏 밀고나간다. 허리를 뒤로 꺾고는 좌우로 고개를 빳빳하게 돌리는 모습이나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동작의 떨림을 계속 유지해나가는 모습은 놀랍다 못해 경악스럽다. 배우들은 공연이 진행되는 내내 사팔뜨기 눈을 만들거나 입가의 주름을 계속 유지하는 등의 행동을 통해 저마다의 인물을 고집스레 만들어나간다.

하지만 밥상차림이 너무 풍성한 탓일까. 각양각색의 장치들은 각각의 맛과 느낌으로 입안에서 한데 뒤엉켜버린다. 콜라주처럼 거칠게 붙여진 시각적 장치들은 국악의 선율을 타고 창극으로 이어져 해독하기 어려운 암호들을 생성해낸다. 노랫말과 대사의 불분명한 전달은 창극의 아름다운 노랫가락을 마음 편히 즐길 수 없는 불편으로 이어져 미국식 뮤직홀을 연출한 마지막 장면까지 계속된다. 또한 이는 배우 이외 여러 곳으로 분산되는 시선을 더 넓게 흩뿌려놓는 요소로 작용해 관객과의 소통을 방해한다.

후반부에 파출소장과 우체국장, 마을금고 지소장, 도서관 사서, 보건소장과 외국인 노동자, 로터리 클럽 회장과 부회장, 마을 원로회장 순으로 이어지는 각각의 독백 장면은 참신한 발상과 독특한 연출로 이목을 끌었던 앞장의 호흡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리게 진행돼 집중력의 분산을 우려케 한다. 느린 템포의 호흡은 대사의 무게감을 제대로 실어주지 못한 채 긴장감을 늦춘다.

이색적인 연극적 장치와 요소들은 각각의 독특한 정체성을 구현하는데 있어 여러 난관에 봉착한다. 진수성찬일수록 오히려 젓가락이 길을 잃고 헤매게 되는 터. 연극 ‘비밀경찰’은 배우들의 열연만큼이나 각각의 포인트를 좀 더 분명하고 선명하게 그려냈더라면 더욱 맛있는 조합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을 돌아가는 발걸음마다 아로새겨 놓았다. 그러나 이들의 새로운 시도는 여전히 머릿속에 강렬한 하나의 이미지로 남겨져 있었다.

[뉴스테이지=박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