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꺽~꿀꺽~'..쇼핑몰 마구 개설해 '수금' 뒤 폐쇄
[소비자가만드는신문=차정원 기자] 국내 인터넷 쇼핑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매일 수십 개의 인터넷 쇼핑몰이 생기고 사리지는 등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혼란스런 시기를 틈타 소비자를 기망하는 악덕 쇼핑몰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소비자들의 각별의 주의가 요구된다.
이들 쇼핑몰들의 기만적 방식도 가지가지. 물건이 배송되지 않아 소비자가 환불을 요청하면 허위 배송을 통보하거나 무작정 기다려달라며 시간만 끌며 세월을 보내기도 한다. 여러 개의 쇼핑몰을 차려두고 대금을 갈취한 후 일시에 폐쇄하는 과감함을 보이기도 했다.
쇼핑몰에 의한 피해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나 사이버수사대를 통해 법적 대응이 가능하지만 가해자를 검거하더라도 피해액이 적거나 가해자가 지급 능력이 없는 경우 사실상 피해액을 보상 받는 경우가 드물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는 속어처럼 문제가 있는 쇼핑몰들은 구설수에 오르기 마련이라 사전에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각 관할 지자체가 운영하는 전자상거래센터의 쇼핑몰 정보를 확인한 후 거래하는 것이 안전하다”며 “피해 제보가 많은 쇼핑몰들을 사전에 파악해 조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 온라인쇼핑몰 소비자감시단 등은 악덕 쇼핑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는 지난 2004년부터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한 달 이상 배송 및 환불, 청약철회지연 등의 불만이 10건 이상 접수된 쇼핑몰을 ‘소비자피해업체’란에 등록하여 상호, 주소 및 제보건수를 공개하고 있다. 작년 한해에는 롤리샵(570건), 브랜드큐(191건), 놀러와(89건) 등의 쇼핑몰이 최상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온라인쇼핑몰소비자 감시단은 홈페이지 상에 사업자 정보가 불확실하고 배송이나 결제관련 문제를 일으키는 사이트를 ‘사기의심쇼핑몰’로 분류하여 사이트명과 처리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와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온라인 쇼핑몰 정보 검색창을 제공해 소비자가 쇼핑몰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 피해자들의 공동 대응 사이트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대표 사이트인 더치트(www.thecheat.co.kr)는 사기 쇼핑몰들의 피해사례 공유를 통한 재발방지 및 피해자간 공동대응을 목적으로 2006년 1월부터 활동을 시작해 현재 하루 평균 10만 명 이상의 방문자들이 찾고 있다. 공동대응 뿐만 아니라 관련 소식과 법률 자문까지 제공, 악덕 쇼핑몰 근절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 “물건 보냈으니 기다려~” 허위 통보
서울시 아현동의 전 모(남.32세)씨는 지난해 12월 10일 운동화 전문 인터넷 쇼핑몰 브랜드큐에서 스니커 ‘뉴발란스’를 10만 5천원에 주문했다.
며칠 후 배송이 늦어져 걱정이 된 전 씨가 문의하자 담당자는 “12월 15일까지 송장 입력이 되지 않으면 익일 일괄 환불처리 하겠다”며 안심시켰다. 하지만 환불은 되지 않았고 홈페이지에 남긴 문의 글에는 답글조차 달리지 않았다.
20여일 후 업체가 일방적으로 “물품을 발송했다”는 문자와 메일을 보내 와 전 씨는 울분을 삼키고 물품을 기다렸다. 하지만 카드값이 결제되는 한달 후까지 제품은 도착되지 않았다. 전 씨는 매일 아침 전화통과 씨름했지만 허사였다.
‘혹시 먹튀몰에 당했나’하는 걱정에 상호로 인터넷 검색을 해본 전 씨는 경악했다. 뉴스와 카페 등 검색창 전면을 장식하는 모든 글들이 업체에 대한 항의성, 경고성 글로 도배돼 있던 것. 더 이상 상황을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한 전 씨는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취재팀과도 연결되지 않았다. 경찰이 내사를 벌였으나 ‘업주의 사기 의도가 없는 단순 업무 과부하로 발생된 사태’라는 진단이 나왔다.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줬지만 고의성이 없기 때문에 혐의가 없다는 것. 업주는 관련 공지사항을 홈페이지에 게시했고 밀린 환불 건을 처리 중에 있다.
한편, 전 씨가 택배사에 확인 해 본 결과 작년 말에 보냈다던 물품은 배송은 하지 않고 송장 번호만 기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 환불 안 해주고 “‘먹튀’몰 아니야~”
작년 11월 10일경 패션·잡화 용품을 판매해 온 인터넷 쇼핑몰 비비붐 역시 소비자 피해 제보가 이어지는 곳. 피해자들은 ‘비비붐 쇼핑몰 고발(www.cafe.naver.com/sueviviboom)’(지난 29일 회원수 69명) 카페를 만들어 공동 대응을 시작했다.
▲ '비비붐 쇼핑몰 고발'카페
대구시 상인동의 김 모(여.27세)씨는 지난11월 18일 비비붐 사이트(www.viviboom.co.kr)에서 9만9천800원에 어그부츠를 구매했다. 그러나 입금 후 열흘이 지났을 무렵 ‘물건이 더 이상 입고되지 않으니 환불해 주겠다’는 메일을 받았다. 김 씨는 계좌번호를 알렸지만, 사이트 운영자는 그 뒤로 연락이 되지 않았다.
김 씨는 “12월에 사이트까지 폐쇄되고 나니 먹튀 몰인가 의심스러워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제보하게 됐다. 동일한 피해자가 더 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주시 충효동의 박 모(여.25세)씨의 사정도 마찬가지 지난해 11월 8일에 물건을 구매했으나 배송되지 않았고 수차례의 환불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서울시 구의동의 이 모(여.22세)씨는 지난해말 어그부츠 비용으로 지불했던 9만9천800원을 환불받는데 두 달이 넘는 시간을 허비했다.
이에 대해 비비붐 사이트 관계자는 “먹튀 몰은 아니다. 지금도 환불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문제가 불거진 건 세관에 상품이 압수되면서 입고가 안됐기 때문이다. 안내 메일을 다 보내드렸으나 회사 내부사정 때문에 환불이 지연됐다. 운영진 간의 마찰로 인해 사이트도 폐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이트 관계자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환불 지연에 대해 피해 제보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어 피해자 까페는 경찰에 수사 착수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편, 해당 업체는 정상 운영되는 온라인쇼핑몰 비비붐(www.viviboom.com)과 동일한 상호 명을 사용, 고의로 혼동을 유발시켰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 3억 기만극 벌이고 “돈 없으니 배째”
안산시 이동의 윤 모(여.31)씨는 지난해 11월3일 온라인쇼핑몰 ‘럭스헐리웃’에서 가방 2개를 40만원에 구입했다. 다음날 배송관련 문의를 하기위해 사이트를 다시 찾은 윤 씨는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사이트는 이미 폐쇄돼 있었고 인터넷에 피해 소비자들의 하소연이 줄을 잇고 있었다.
특히 윤 씨가 이용한 쇼핑몰 사업자는 3개 정도의 다른 쇼핑몰을 개설해 동일한 수법으로 기만극을 벌여 피해자만 300명이 넘고 피해 금액도 3억 원 정도란 사실을 알게 됐다.
윤 씨는 “시간이 갈수록 피해자가 늘고 있다. 뉴스 등 언론매체를 통해 이런 사실을 종종 접했지만 막상 당사자가 되고 나니 갑갑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같은 달 말경 윤 씨와 다른 피해자들은 공동 대응 카페를 만들었으며 가해자의 사업장이 있는 부산경찰서에 신고했다. 올해 1월초 경찰이 가해자 검거에 성공했으나 가해자의 통장에 잔고가 없어 보상을 받지 못했다.
지난달 29일 윤 씨는 “거액을 사기 치고도 잡혔을 땐 빈털터리라는 말에 할 말을 잃었다”며 “보상을 받기 위해선 법원 소송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그 과정이 복잡해 카페 회원 모두 적극적인 대응을 꺼려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대표사진 = 서울시 전자상거래 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