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대출권유 주의보..낚이면 수천만원 빚더미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대출회사 직원을 사칭한 한 대학생이 10여명의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주겠다고 접근, 은행에서 필요이상의 대출을 받도록 해 1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 대학생은 경찰에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지만 대출금액을 변제할 수단이 없어 수천만원의 빚더미에 앉은 피해자들만 발을 구르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사연을 공개한 전남 완도군에 사는 박 모(남.26세)씨는 500만원을 빌리려다 졸지에 1천만원의 빚을 떠안게 됐다. 광주에 소재한 모 대학교 4학년생인 박 씨는 지난해 학부학생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활동비 등으로 자금이 필요해 친구를 통해 대출을 받았다.
친구를 통해 알게 된 최 모 씨는 동년배로 직장과 대학교를 같이 다니고 있었고 대출회사에서 일한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박 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3번에 걸쳐 500만원을 대출받았다. 대학생에겐 큰돈이었지만 아르바이트를 하고 집에서 보내 주는 용돈을 아껴 쓰면 충분히 갚을 수 있을 거란 생각했다.
박 씨는 지난해 3월 20일 최 씨에게 100만원의 대출을 신청했다. 당시 최 씨는 어려운 집안사정과 돈을 벌면서 대학교를 다녀야 하는 심적 고충을 토로, 대출금액이 많을수록 자신의 실적이 올라가니 300만원을 대출해 달라고 부탁했다. 물론, 대출금이 나오면 바로 나머지 200만원은 최 씨가 떠안아 바로 되갚겠다고 약속했다.
대출에 필요한 서류라는 말에 가족관계증명서, 재학증명서, 등본, 초본 등 모든 서류를 건네주었고 대출회사에서 서류심사 중 걸려오는 모든 전화는 최 씨가 직접 통화했다. 박 씨는 최 씨의 안내로 부산솔로몬 저축은행에 300만원의 대출을 신청, 100만원은 받고, 수수료 및 선이자를 제외한 나머지 180만원을 최 씨에게 송금했다.
2009년 4월 17일에는 200만원 대출을 신청했으나 최 씨는 또 다시 300만원 대출을 부탁했다. 같은 방식으로 솔로몬 저축은행에 300만원 대출금을 신청해 200만원은 받고 수수료 및 선이자를 제외한 80만원을 최 씨에게 송금했다.
6월 30일에도 200만원의 대출을 신청하자 500만원을 신청해 달라고 말했다. 최 씨의 거듭된 요구에 부담을 느꼈지만 그를 믿고 참앤씨 상호저축은행에서 500만원을 대출, 2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300만원을 최 씨에게 송금했다.
하지만 최 씨는 박 씨가 송금했던 돈을 갚지 않고 있다가 고려 상호저축은행에서 박 씨 명의로 500만원을 대출 받아 솔로몬 저축은행의 대출금을 갚았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올해 1월 9일. 또 다른 피해자인 친구로부터 연락을 받고 나서다. 최 씨가 대출회사 직원을 사칭해 박 씨를 비롯한 16명에게 동일한 수법으로 1억원 상당의 피해를 입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최 씨는 개인정보를 도용해 박 씨 등 16명의 연락처를 자신의 휴대폰 번호로 바꿔 대출회사로부터 오는 모든 전화를 차단했다. 연 40%의 대출이자를 내야 하는 박 씨는 500만원이 아닌 1천만원의 빚 독촉에 시달리면서 월 30만원, 연 400만원의 이자를 꼼짝없이 물게 됐다.
박 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지난 1월 18일 광주북부경찰서에 최 씨를 사기혐의로 고발했다. 하지만 최 씨는 자신의 범행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대출금을 변제할 능력이 안 돼 대출금은 고스란히 피해자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박 씨는 어려운 집안형편으로 지난해 학자금 대출을 받은 상태에서 1천만원의 고금리 대출 빚까지 떠안게 돼 휴학을 생각 중이다.
그는 "최 씨에게 모든 서류를 넘긴 것은 잘못이지만 16명의 연락처가 모두 한 사람 휴대폰으로 되어 있는 등 금융기관에서 어떻게 개인정보 변경에 대해 아무 의심도 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답답해했다.
이에 대해 고려 상호저축은행 측은 "현재 관할경찰서에서 사기 건으로 접수돼 수사 중인 사안이라 말하기 조심스럽다"고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개인정보 변경은 고객이 직접 내방하지 않아도 전화상으로 주민등록번호 등 신분확인이 되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참앤씨 상호저축은행 관계자는 "대학생신용대출은 인터넷대출로 공인인증서를 보고 주민등록번호, 집 주소, 전화번호 등을 확인해 일치하면 대출이 나간다. 이 건의 경우 박 씨가 최 씨에게 공인인증서나 인감증명서까지 줬으니까 승인이 났을 텐데 대면을 하는 게 아니니까 본인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개인정보 변경 소홀 주장에 대해 "휴대전화 번호는 고객이 휴대폰 번호, 고객 승인번호, 통신사를 입력하면 통신사 쪽에 본인 게 맞는지 확인한 후 인증해 준다. 중간에 번호를 변경하려면 다시 인증을 받아야 하고 타인의 번호를 입력할 경우 인증오류가 뜬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다수의 대출자의 휴대폰 번호가 한 사람 앞으로 되어 있는데 대해서는 "대출자들의 거래지점이 각기 다를 경우 이를 알 수 있는 네트워크가 조성되지 않아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학생 신용대출과 직장인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등은 인터넷을 통해 대출이 이뤄지고 있어 명의도용에 대한 위험성이 지적돼 왔다.
한편, 수사를 진행 중인 광주북부경찰서 경제1팀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인데 최 씨가 대부분 혐의를 인정해 곧 종결할 생각"이라며 "피해액이 1억원 상당인데 최 씨가 학생이라 변제할 능력이 안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