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오배족' '청년실신' '언프렌드'그리고'혼수취업'

2010-02-08     유성용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 서울의 한 유명 K대 학생인 유 모(여.25세)씨는 다가오는 설 연휴를 포기하고 아르바이트에 매진할 생각이다. 평소 시급의 1.5배를 받을 수 있기 때문. 이들은 ‘점오배족’이라 불린다.

대학가에서는 요즘 ‘청년실신’이란 신조어가 등장해 유행하고 있다. 졸업 후 실업자 또는 빌린 학자금을 상환하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뜻.

지난해 경제불황으로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대폭 줄이면서 청년구직자들이  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갖가지 ‘실업 신조어’들이 생겨나고 있다.

신조어들은 비싼 등록금을 내고 어렵사리 학교생활을 마치지만 결국 취업난으로 또 다른 시련을 겪어야하는 청년구직자들의 심경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등록금 1천만원 시대... 알바로 부족한 학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는 학생들은  ‘알부자족’이다. 재산이 많음을 뜻하는 단어 ‘부자(富者)’를 교묘히 비꼬았다.

비싼 등록금은 ‘점오배기’ 외에도 두 달 남짓 방학기간을 강남 유흥가에서 일자리를 구한다는 뜻으로 ‘단기임대’라는 용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직업을 묻는 질문에 “홈퍼니에서 일합니다”라는 자조 섞인 답변도 들려온다. ‘홈퍼니’는 홈(Home)과 컴퍼니(Company)를 결합한 말로 집에서 취업 원서접수에 매진하고 있음을 뜻한다.

극심한 취업난으로 졸업을 계속 미루는 이들은 ‘모라토리엄(Moratorium)족’이라 불린다. 비슷한 말로  ‘학교라는 둥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는 뜻의 ‘둥지족’이 있다.

취업이 대학생활의 최대 목표가 되면서 필요하게 되면 온라인에서 친구를 찾고 목적이 달성되면 관계를 끊는다는 ‘언프렌드(unfriend)’도 유행이다.

지방 구직자들만의 신조어도 생겨났다. 지방에서 취업 때문에 상경해 구직활동을 하는 이들은 ‘서울족’, 서울에서 진행되는 면접에 참여하기 위해 가격이 싼 KTX 동반석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KTX풀족’이다. 공채시즌이 되면 주요 취업 커뮤니티에 ‘KTX풀’ 모집 글이 넘쳐난다.

이외  취업이 대학생들의 목을 죈다는 ‘목찌’, 직장을 혼수로 여기는 ‘혼수취업’ 등도 젊은이들의 우울한 자화상을 반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