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좋은 개살구 서민금융의 딜레마
‘서민을 위한 무담보․무보증 신용소액대출’ ‘고금리 채무의 저금리 전환대출’... 최근 정부와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저소득층과 저신용자들에 대한 서민금융 지원이 늘고 있지만 실상 빚좋은 개살구라는 원성이 자자하다.
신용불량자나 개인파산자들은 아예 기회조차 없고 지원 자격이 너무 까다로워 정작 수혜를 받는 사람이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반면, 무분별한 서민대출이 더 많은 신용불량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부업체 의존률이 월등히 높은 상황에서 정책적 대안없이 퍼주기식의 ‘서민금융’ 지원은 오히려 서민경제파탄과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서민금융 활성화를 위해서는 서민대출 확대가 불가피하지만 한정된 재원과 대출자들의 신용리스크 문제 등 형평성 안배가 걸림돌로 남아 있다. 현재 추진 중인 미소금융과 신용회복기금의 초라한 성과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고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금융소외계층으로 분류되는 저소득층은 700~800만명. 이들의 상당수는 법정이자율 연 49% 이상의 살인적 금리에도 불구하고 대부업체를 이용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등록대부업체 7천826개(전체 1만5천723개)에서 143만1천656명이 5조1천576억원을 대출받았다. 무등록 대부업체까지 합하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출범한 미소금융의 경우 1월 15일 현재 1만3천400명의 방문자 가운데 실제 대출자는 0.2%인 24명에 불과했고 그마저 500만원의 소액대출에 그쳤다. 또한 출범한지 1년째를 맞고 있는 신용회복기금은 채무조정(연체자의 채권 매입)의 경우 총 75만 건을 매입했으나 홍보부족 등으로 7만6천명만이 채무조정을 완료했고 전환대출(대부업체 채무를 보증을 통해 연 12% 은행대출로 전환)도 지난해 말까지 1만8천400명으로 당초 목표인 24만명의 7.7%에 불과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서민금융기관의 서민금융 강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 운영과 중소기업청 및 신용보증재단을 통해 정부가 직접 보증하는 생계형 대출상품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서민금융’은 그간 정치적 수단 등으로 악용되어 왔던 것도 사실. 진정한 ‘서민금융’은 선심성이 아니라 이자 부담 경감과 개인 신용회복지원 등 실질적 대책어어야 한다. 일회성에 그칠 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계소득증가와 일자리 창출 등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것만이 딜레마를 푸는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