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는 의사들 '병원 가기 정말 무섭다'

다른 사람의 약 처방ㆍ수술- 진료 잘못 하고도 실수 인정 안해

2007-05-29     백상진 기자
병원과 의사들이 생사람을 잡는 경우도 많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과 한국소비자원 등에는 의료서비스 불만ㆍ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제보가 줄을 잇고 있다.

의사가 수술과 진료를 잘못해 환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히는 극단적인 사례도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사람의 약을 처방하고, 교통사고 피해자 가족에게 병원비를 재촉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병원은 의사들의 잘못이나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의료지식이 부족하고 사고입증이 어려운 소비자들만 이래저래 피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의 사례를 소개한다.

#사례1=회사원 김대희(34·부산 연제구 거제동)씨 어머니는 지난해 8월쯤 경남 마산 C병원에서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집이 밀양이고, 근처에서 이 병원이 디스크 전문병원이라고 소개를 받았던 것이다. 병원에서도 수술을 받는 편이 좋겠다고 권유했다.

수술 후 어머니의 몸에서 골수가 다른 사람에 비해 몇 배 이상으로 많이 나왔으나 병원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이 수술이 잘 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차도를 보이지 않았다. 퇴원 후 정기적으로 찾아가 정기검진을 받았는데, 병원 측은 환자분의 연세가 많아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고만 할 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계속 고통을 호소해 지난 1일 다시 C병원에 입원시켰다. MRI촬영 등 각종 진단을 받았지만 수술이 잘되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5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를 받지못했다.

다른 병원으로 옮겨서 다시 MRI촬영 등 기본적인 검사를 하니 수술 후 고정장치 없이 심만 두 개 박아 놓아 수술부위 주변에 염증이 많이 번져 고통이 심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C병원에 다시 찾아가 담당의사와 상담을 하니 “우리병원에서도 염증으로 인한 통증인줄 알고 있었다. 경과를 좀 더 지켜본뒤 수술을 하려고 했다. 고정심 제거 수술을 무료로 해드릴테니 그렇게 하자. 5~6번 수술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김 씨는 “환자를 무슨 마루타 다루 듯한다”며 “그렇게 골병을 들인 병원에서 다시 수술을 받고 싶은 환자가 어디 있겠느냐”고 항의했다.

이에 대해 C병원 관계자는 “수술이나 진료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환자의 고통은 염증 때문이다. 염증이 오는 이유는 여러가지지만 이 환자의 경우 예후가 좋았기 때문에 병원 감염사례로 보여진다. 이런 일들이 전국 어느 병원이건 발생하지 않느냐.

저희 병원에서 고정심 제거수술을 하자고 했는데 ‘신뢰가 안간다’고 보호자들이 어필한 적이 있다. 다른 병원에서 이야기를 듣고 문제를 제기한 것같다”고 말했다.

#사례2=소비자 봉선근 씨는 지난 3월 26일 산모가 진통이 와서 서울 K병원 분만실에 입원시켰다. 제법 이름 있는 큰 병원이었다.

양수가 모자란 상태였고, 산모의 진통이 올 때마다 태아의 심박수가 현저히 떨어져 응급수술을 하기로 담당주치의와 상담을 했다. 오후 3시가 넘어서 제왕절개수술에 들어갔다.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담당 주치의가 내려와 수술을 하면서 아기가 메스에 베였다는 말을 전해주었다. 너무 놀랐지만 수술중에 있을 수 있는 일이고 병원 측이 모든 것을 알아서 해준다는 말을 한 치의 의심없이 믿었다.

수술실에서 나온 아기는 오른 쪽 눈꼬리 옆으로 1.5cm정도 칼에 베어 피가 났다. 성형외과의사는 2mm정도 깊이로 베었으며, 봉합하는 편이 좋다고해 상처부위를 10바늘 꿰맸다.

실랑이 끝에 진료및 치료비부담확인서를 발급받고 퇴원한 뒤 얼마 전 피부과를 다녀왔다. 피부과 전문의는 상처 흉터가 아이의 성장과 함께 더 커질 것이고, 수술을 하려면 10~15년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봉 씨는 “다른 곳도 아니고 얼굴에 칼자국이 난 상태를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도 아프고, 그로 인해 아기가 받아야 할 상처를 생각하면 화가 난다”며 “이름값도 못하는 병원측에 손해배상청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사례3=소비자 정순옥 씨는 지난해 말 인천시 연수구 둔촌동의 한 성형외과에서 눈꺼풀 주름절개술을 받았다.

그런데 수술 후 지금까지 햇빛을 보면 눈이 뒤집히는 듯하고, 속눈썹 안쪽 살이 육안으로 보여서 매우 추한 상태다. 여기에 왼쪽 눈꺼풀 몽고점이 시작되는 부분에 7mm가량 옹이와 같은 흉터자국까지 남았다.

4월 16일 두 군데의 다른 성형외과를 찾아가 상담을 하고, 17일 수술을 받은 병원으로 갔다. 의사는 “내 실수를 인정한다. 내가 실수한 부분을 책임지겠다. 몽고점 위쪽 두 군데를 매몰법으로 잡아주겠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흉터 부위에 주사(화상 후 생긴 흉터를 완화해주는 주사)를 한 대 놔주고 한 달 후에 오라고 약속을 잡아주었다.

5월 18일 약속시간에 병원을 방문했다. 의사와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의사는 아무 하자가 없다고 우겼다. 또 지난 달 자신이 재수술 해주기로 한 적도 없다고 잡아뗐다.

정 씨는 “이렇게 거짓말을 하며 그동안 스트레스 위에 참담한 고통을 더해주었다”며 "다시는 그 의사로부터 재수술을 받지 않겠다”고 하소연했다.

#사례4=소비자 천경희 씨는 6개월전 신문광고를 보고 지난 1월 15일 서울 강남에 있는 Y의원을 방문했다.

상담결과 눈 밑의 주름에 칼을 대지않고 고출력레이저로 90% 이상 완치할 수 있다고 해서 지방제거수술을 받았다.

일 주일 후에 거즈를 떼고 한 달간 주당 4만원씩을 내고 관리를 받았다. 석 달이 되면 아기 피부처럼 깨끗해진다고 해서 참고 10번 이상을 받았다.

그동안 화장을 해도 흉측해서 얼굴을 들고 밖에 다닐 수가 없었고, 병원만 갔다가 오면 머리가 지근지근 아팠다.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위장장애로 위 내시경검사까지 받았다. 잇몸에 염증까지 생겨 치아도 뽑았다.

14주가 지났는데도 얼굴에 주름과 가장자리에 색소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천 씨는 “자신감을 가지고 살려고 눈 밑주름을 시술받았는데 멍에만 남아버렸다”고 고발했다.

#사례5=소비자 정경훈 씨의 3살짜리 아이는 최근 코감기로 H이비인후과에서 4번째 약을 처방받았다.

그런데 아이가 약만 먹으면 비몽사몽하다가 골아떨어졌다. 5월 20일 병원에 가서 지난 17일 처방해준 약의 용량이 너무 많은 것이 아니냐고 물어봤다.

의사는 황당하게도 아이가 17일 병원에 온 적이 없다고 하는 것이었다. 할 수 없이 간호원한테 이리저리 확인해보니까 이름이 똑같은 다른 아이의 차트로 처방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약 봉투에도 정○○/남/8세라고 되어있었다.

정 씨는 “일반 사람들이 잘 모른다고 실수를 시인하지 않고 끝까지 둘러대는 병원의 행위를 용서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사례6=소비자 이미숙 씨의 아버지는 얼마전 교통사고로 한 신경외과에서 뇌 봉합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병원은 아버지를 입원시켜주지 않고 보험사에 전화해 해결하라고 했다.

보험사는 퇴원하라고 했다. 난감했다. 할 수 없이 남동생이 무슨 서명을 하고 겨우 입원시켰다.

더 기분 나빴던 일은 보험사로부터 지불보증이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이 보호자를 속여 병원비를 내라고 재촉했던 것이다. 이 씨 가족이 이 사실을 밝혀내자 병원측은 전산착오라고 핑계를 댔다.

또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일주일 넘게 대소변을 보던 이 씨의 아버지는 뇌 속에 고여 있던 피를 뽑아내는 수술을 받은 후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중환자가 되었다. 진료하던 의사와 간호사도 세 번이나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