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비극의 씨앗은 '소비자 불만'방치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우린 렉서스를 타고 있다. 가속페달이 전혀 움직이지 않고 걸려있다. 지금 120마일(193km)로 달리고 있다.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는다. 교차로가 가까워지고 있다. 잡아. 잡아. 제발. 제발”이라는 남자의 다급한 음성이 최근 유튜브에 공개됐다.
지난해 8월 도요타의 렉서스를 타고 가다 사고를 당한 미국 경찰관 일가족의 다급한 목소리다. 결국 그 다급한 목소리의 주인공들은 모두 사망했고 이들의 죽음이 세기적인 도요타 리콜사태의 시발점이 됐다.
도요타는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가속페달 문제로 캠리 등 8개 차종에 대해 1천만대 리콜을 발표했다. 최첨단 기술력을 자랑하며 소비자들의 추앙을 받아 왔던 도요타가 일순간 추락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소비자의 사소한 불만을 간과한 대가가 결국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의 운명을 가른 셈이다. 일단 도요타의 비극이 우리나라 자동차업계에는 하나의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해외 언론들도 이번 도요타 사태의 최대 수혜자로 현대·기아차를 꼽고 있다. 현대 기아차 또한 표정관리에 들어갔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그러나 이 같은 비극이 유독 도요타만의 것일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언제 어디서 유사한 사태에 직면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고개를 든다.
불안한 노사관계와 현지 생산 확대 등의 경영 상황이 도요타와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하청 구조 문제에서는 도요타 보다 더한 불안요인을 갖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듯싶다.
1차 2차 3차로 이어지는 하청구조는 비용 쥐어짜기 ‘무한도전’이나 마찬가지 상황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소비자에 대한 인식이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과 인터넷 포털 등에는 자동차를 이용하면서 겪는 불만과 고발이 연일 터지고 있지만 속 시원히 해결됐다는 낭보는 거의 들을 수 없다. 소비자 불만에 과연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생산라인에서도 품질과 성능을 점검할 수 있지만 가장 정확한 진단은 실제 차를 운전하는 소비자 불만에서 찾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번 도요타 사태가 소비자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이고 불만 해결에 진지하게 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