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하나금융 한 배 탈까? '대등합병론' 급부상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우리금융의 민영화가 하나은행과의 대등합병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란 추측이 난무하면서 금융권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 진동수 위원장이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올해 상반기 내에 확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힘에 따라 매각방식 등을 놓고 금융권 내에서 여러 시나리오가 제기됐다. 현재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되는 것은 우리금융 지분과 하나금융의 지분을 맞교환하는 대등합병.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우리금융의 매각가는 7조원대로 이를 인수할 만한 대상자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간 M&A 의사를 밝혀온 하나금융과 자연스럽게 합병되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하지만 우리금융과 하나금융 측은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측도 "증권가에서 나온 얘기일 뿐 여러 가능성을 놓고 검토 중"이라며 아직까지는 단지 ‘루머’일뿐이라고 일축했다. 우리금융 민영화 향방은 아직 개봉 전이지만 이를 지켜보는 금융권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우리․하나 대등합병 유력? 루머?
총자산 321조원에 달하는 우리금융은 국내 은행 간 인수 경쟁의 '핵'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정부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은 66%, 이 중 블록세일 등으로 처리가 가능한 소수지분을 제외한 경영권과 관련한 지배 지분 '50%+1주' 매각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금융위원회 진동수 위원장은 최근 올해 상반기에 우리금융 매각방식을 확정, 정부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 66% 가운데 50% 초과 지분은 빨리 블록세일을 통해 매각하고 지배지분은 합병이나 분산 매각 등 여러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융권이 추정하는 우리금융의 지배지분 가치는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포함하면 7조원 대. 대형매물을 선 뜻 인수할 대상자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다른 금융지주회사와 우리금융의 주식을 맞교환하는 '대등합병' 방안이 떠올랐다.
대등 합병 대상은 당연히 하나금융과 KB금융, 신한금융 등 시중은행 3곳. 그러나 KB금융과 신한금융과 합병할 경우 '덩치'가 너무 커지는 문제가 있다. 결국 하나금융과의 합병이 시장을 황금분할해 견제와 경쟁이 가능할 것이란 점에서 가장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그간 하나금융은 우리금융과의 인수․합병(M&A)에 큰 관심을 표명해왔다. 하나금융의 시가총액은 7조123억원으로 우리금융을 매각하기에는 규모나 자금 면에서 어렵지만 '대등합병' 방식이라면 해볼만 하다는 관측이다.
정부는 금융사간 합병할 경우 시장점유율과 영업력이 좋아져 투자가치가 커진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지만 시장점유율 75%를 넘어서게 되면 독과점 등의 문제를 불러올 수 있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KB(331조 원)와 우리지주(321조 원)를 합병할 경우 자산 규모가 652조 원에 이르고 신한(311조 원)과 우리지주가 합병하더라도 639조 원에 달해 사실상 독과점 논란을 불러 올 수 있기 때문. 사실상 하나금융을 제외하고는 독과점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특혜시비'가 일고 있다.
금융사간 대등합병, 독과점, 특혜시비..첩첩산중
그러나 정작 우리금융과 하나금융 측은 대등합병과 관련해 "어떤 것도 논의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지분 66% 보유)가 결정할 사안으로 은행에서 언급할 내용은 아닌 것 같다"며 "블록세일이나 자사주매입 방식 등 어떤 방식으로 매각이 될지 우리도 궁금하다"고 난색을 표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정부는 우리은행에 대한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취지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는데 양 금융사 간에 구체적으로 논의된 내용은 없다"며 "현재 나돌고 있는 우리금융과의 대등합병설은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일 뿐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 아직 정부로부터 제안 받은 것도 없고 특혜시비도 근거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정부도 우리금융 민영화에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하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진동수 위원장이 밝힌 대로 우리 금융 매각방식과 관련해 여러 가능성을 놓고 검토 중인데 상반기쯤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며 "KB나 신한 등은 인수에 관심이 없고 남은 건 하나금융이니까 시장에서 루머가 떠도는 것 아니겠냐"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우리금융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 금융정리부 관계자도 "우리금융 지배지분 매각을 합병으로 할지 분산매각 할지 등을 놓고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M&A 빅뱅의 신호탄이 될 우리금융 매각관련 시나리오가 시장을 뜨겁게 달구는 가운데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의 대등합병이 현실화될지, 아니면 제3의 인수 전쟁이 벌어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