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전산개발팀장 자살로 금감원 또 '관치' 곤욕

2010-02-17     임민희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최근 국민은행 전산개발팀장 A씨(47)가 숨진 채 발견돼 사인을 놓고 금융감독원의 '과잉검사' 등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A씨는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5일 오전 9시경 서울 서강대교 남단 한강둔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를 놓고 업계 일각에서는 A씨가 사망한 시점이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대한 금감원의 종합검사가 종료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무리한 검사'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A씨가 4개월여 전부터 통합전상망 구축작업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져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담당 경찰서는 A씨가 금감원에 불려가 조사를 받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 같다는 주변동료의 진술에 따라 A씨의 죽음과 금감원의 종합검사 연관성 여부를 추가조사 중에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16일부터 23일까지 KB금융 부서장급 12명의 개인 컴퓨터를 봉인하고 카자흐스탄 BCC은행 투자내역서, 차세대 전산센터 자료 확보 등 고강도 사전검사를 벌였다.

이후 올해 1월 14일부터 한달동안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42명의 검사역을 투입해 종합검사를 진행하면서 보복검사 등 관치논란이 일었다. 금감원은 국민은행의 새 통합전산망 구축과정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치논란에 이어 과잉검사 논란이 불거지자 금감원은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사태진화에 나섰다.

금감원 은행서비스총괄국 오승원 팀장은 "국민은행 IT부문은 2월 2일까지 따로 검사를 진행했는데 고인이 해당부서의 주무팀장이니까 고인을 통해 통상적인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겠느냐"며 "담당부서에 확인한 결과 IT부문 검사과정에서 고인과 관련된 확인서나 문답서 작성 등 제재 절차를 진행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고인을 금감원으로 불러 조사한 사실도 없음을 분명히 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경찰조사가 진행 중이라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 관계자는 "진상을 파악 중"이라며 "금감원에서는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조사를 벌인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장례를 마치고 17일 발인을 치렀다. 현재 자살로 추정되고 있지만 정확한 사인은 경찰조사가 끝나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