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25t 트럭과 마티즈가 추돌하면…
최악의 가상 시나리오 호남선 터널안에서 '실현'
2007-06-02 뉴스관리자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무섭게 치솟아 터널 밖으로 몸만 간신히 빠져 나왔습니다"
2일 낮 차량 화재가 발생한 전남 장성군 북이면 호남고속도로 호남터널 하행선을 지나던 윤모(39)씨는 끔찍했던 사고 순간을 떠올리며 몸서리쳤다.
윤씨가 터널 안에 들어선 뒤 출구를 얼마 남기지 않은 순간 자신의 승용차 바로 앞에서 비상등을 켜고 가던 25t 카고 트럭이 앞서 가던 마티즈 승용차를 들이 받았다.
커다란 충돌음이 들렸고 깜짝 놀란 윤씨는 차를 급정거한 사이 사고 차량에서 불길이 솟았다.
윤씨는 차에서 내려 마침 차에 싣고 다니던 휴대 소화기를 꺼내 다른 운전자 3-4명과 함께 불을 끄려 했지만 삽시간에 거세진 불길로 몸을 피할 수 밖에 없었다.
곧이어 2-3차례 폭발음이 들려 왔다.터널 안은 곧바로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암흑 천지로 변했다.
이미 검은 연기는 터널 안을 뒤덮은 상태였고, 터널 내부는 순식간에 공포의 도가니로 아수라장이 됐다.
터널 벽면을 따라 50여m 간격으로 소화기가 비치돼 있었지만 어둠과 화재로 발생한 검은 연기때문에 무용지물이었다.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가 들려 오고 사람들이 터널 양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터널에 진입했던 150여 대의 차량에 타고 있던 운전자와 승객들도 차를 버리고 터널 반대편으로 피신, 마음을 졸이며 소방차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사고가 발생한 지 불과 20여분만에 일어난 암흑 속 공포였다.
주말을 맞아 고향에 가던 이모(45)씨는 "폭발음이 들리면서 '불이야' 라는 소리를 듣곤 차를 버리고 피신했다"며 "정전으로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아 무조건 터널 바깥 쪽으로 들어오는 빛만 보고 달렸다"고 아찔했던 순간을 기억했다.
이날 화재는 출동한 소방대원에 의해 30여분만에 진화돼 터널 안에 차를 버리고 황급히 대피했던 사람들은 다행히 2시간이 지난 뒤 다시 차를 몰고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연기가 빠진 터널 안에는 25t 카고 트럭과 마티즈 승용차 등 3대가 완전히 불에 타 앙상한 뼈대만 남긴 채 나뒹굴었고 터널 벽은 새까맣게 그을리고 벽면 타일은 열기로 모조리 떨어져 나가 포화가 지나간 전쟁터와 다름 아니었다.
한편 이날 사고로 마티즈에 타고 있던 윤모(46.여)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되고 다른 차량 승객 박모(35)씨 등 4명도 부상을 입어 짧은 시간에 인명이 다치는 터널 사고의 공포를 다시 한번 실감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