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4연임 확정적.. 금융계 최장수 CEO

2010-02-23     임민희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이 사실상 유력한 가운데 최고경영자(CEO)와 의장직은 분리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신한지주는 오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라 회장의 연임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라 회장은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4번째 연임에 성공하는 최장수 CEO가 된다. 또한 금융당국이 권고한 사외이사 개선안을 반영해 정관을 변경할 것으로 보여 CEO와 이사회 의장 분리, 사외이사 교체 등이 이뤄질 전망이다.

신한지주에 이어 다른 금융사들도 이사회와 주주총회 일정을 확정하고 있어 향후 금융권 판도변화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라응찬 회장 연임 26일 사실상 확정, 후폭풍은?


신한지주는 이사회에서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사외이사제도 모범규준'을 반영한 정관변경과 신임 사외이사후보 추천, 주주총회 일정 등을 결정한다. 특히, 올해 3월 임기가 만료되는 라 회장이 신임 등기이사 후보 명단에 포함될 경우 사실상 재연임으로 봐야 한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현재 신한지주 내부 등기이사는 라 회장과 신상훈 지주 사장, 이백순 은행장 등 3명이다.

사실 라 회장의 연임 가능성은 오래전부터 점쳐졌다. 라 회장은 1991년 은행장에 취임한 이래 2001년 지주 회장 등 20년 동안 CEO로 지내며 리더십과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일본계 주주들로부터 절대적인 신임을 얻고 있다. 내실성장과 해외시장진출 등 글로벌그룹으로의 도약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점에서 라 회장을 대신할 인물이 없다는 게 주주들의  시각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CEO의 장기집권과 사외이사 독립성 상실 등 금융사의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 '사외이사 개선' 칼날을 빼든 상황에서 라 회장의 재연임이 신한지주에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때문에 라 회장이 연임은 하되 새로운 인물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26일 이사회에서 정관변경과 사외이사 후보추천 등이 논의되는데 3월말 주주총회에서 라 회장의 연임과 의장 겸직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이라면서 "라 회장이 신한지주 등기이사 후보로 다시 추천될 경우 연임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라 회장 연임은 물론 신임 이사 선임과 관련해 현재 12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류시열 세종 고문과 필립 레이닉스 BNP파리바 서울지점장이 선임된 지 5년을 넘겨 교체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타지주사와 달리 사외이사 임기는 1년으로 매년 선임(연임 포함)을 해왔는데  5년 이상이 된 류시열 고문과 BNP파리바의 후임 인선을 준비 중이다. 다른 사외이사들도 개인적인 사정에 따라 사의를 표명할 경우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CEO와 의장 분리, 사외이사 교체 가닥
 
신한지주는 물론 타금융사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라 회장과 함께 14년째 장수 CEO 자리를 지켜온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 역시 임기 1년을 남겨둔 상황에서 이사회 의장 겸임 여부를 주총에서 결정해야 한다.

하나지주는 3월 9일 이사회를 열고 정관변경과 주주배당, 주총 일정 등을 논의한다. 하나지주 관계자는 "겸직에 대한 논의는 3월 말 주총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5년 임기 제한에 지주 이사들은 해당사항이 없고 은행은 3명이 해당되는데 소급적용이 안 된다는 얘기가 있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역시 CEO와 이사회 의장직을 겸직하고 있는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선택도 주목된다. 이 회장은 2008년 6월 취임해 2011년 6월 임기가 만료된다. 우리지주는 3월 2일 이사회를 열고 정관배정, 신임이사 선임, 주주배당 등에 대해 논의하며 26일 주총에서 이를 확정할 예정이다. 

우리지주 관계자는 "주총에서 논의될 사안"이라며 "사외이사 인선과 관련해 회장과 의장(사외이사), 이사 3인 등으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인선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사퇴의사를 밝힌 이사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KB 차기회장 인선 파행과 종합검사 등으로 곤욕을 치렀던 KB금융지주도 체제정비에 착수했다. KB지주의 경우 김한 이사와 변보경 이사, 조담 의장이 사퇴의사를 밝혀 인선이 진행되고 있다. 강정원 대표이사 회장대행과 강찬수, 김치수, 임석식, 함상문 이사 등 5인으로 이뤄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사추위)와 사외이사후보인선자문단을 구성해 현재 10명의 후보에 대한 검토 작업이 진행 중이다.

KB지주 관계자는 "사추위에서 사외이사 후보들을 추천, 안건을 올리면 3월 26일 정기주총에서 결정된다"며 "우선 사외이사들을 선임해 이사회를 정상화시킨 후에야 차기 회장 선임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이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전혀 들은 바 없다"고 일축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