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품이 새 것으로 둔갑 .."에이~실수야~미안"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이민재 기자] 제값주고 막 구입한 상품이 당연히 새 것일 거란 생각은 위험하다. 이미 다른 사람의 손을 거쳤거나 오래된 제품일 경우도 있기 때문.
최근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는 새로 산 제품이 중고이거나 재고품이었다는 소비자 피해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단종 된 전기난로를 신상품인 것처럼 판매하거나 홈쇼핑에서 부츠 2켤레를 구입했지만 모두 헌 제품인 배송되는 등 천태만상이다. 또 중고제품이라 교환을 받았지만 처음 것보다 상태가 더 심각한 제품을 보내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그나마 사용 전 중고제품임을 확인하면 다행이다. 모르고 사용할 경우 중고제품임을 증명하기 어려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게 된다.
업체의 '양심불량'이 의심되지만 대부분 단순실수만을 주장하며 사건을 덮기에 급급해 소비자들의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구매제품 모두 중고 “미안 실수야”
부산 감전1동의 김 모(여.30세)씨는 지난 21일 GS홈쇼핑에서 롱부츠 2켤레를 주문했다. 검은색과 갈색 각 1개 씩, 2켤레를 31만8천원에 구입했다. 하지만 며칠 후 도저히 새 상품이라 보기 힘든 엉터리 부츠가 배달됐다.
검은색 부츠는 뒷굽에 긁힌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고 바닥면은 누군가 착용했는지 심하게 닳아 있었다. 갈색부츠도 검은색과 마찬가지로 바닥부분이 심하게 훼손돼 있었으며 뒤꿈치 쪽 가죽이 긁혀서 뜯겨져있기까지 했다.
화가 난 서 씨가 GS홈쇼핑에 항의하며 교환을 요구하자 “3일 정도 후에 제조업체에서 연락을 줄 것”이라고 안내했다.
서 씨는 “확인절차 없이 허접한 제품을 판매한 후 무조건 기다리라는 무책임함에 기가 찬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마지막 찬스’라는 쇼핑호스트의 설명에 웃음만 나온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GS홈쇼핑 관계자는 “제조업체에 확인해보니 배송과정에서 혼선을 겪어 잘못배송 됐다. 소비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새 상품으로 교환해 줬다”고 해명했다.
◆5년 묵은 전기난로가 신상품?
서울 장지동의 이 모(여.34세)씨는 지난해 12월 19일 가전제품 전문 대리점인 LG하이랜드에서 할인행사 중인 정가 100만원 상당의 볼케이노 코리아 신제품 온풍기를 65만원에 구입했다.
며칠 후 온풍기를 청소하던 이 씨는 제조일자가 2003년이란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신제품인줄 알고 구입했던 터라 화가 나 당장 교환을 요구했다.
하지만 대리점 측은 “중간업체에서 박스 채 받아와 몰랐다. 중고는 아니니 이상 없으면 그냥 써라. AS는 확실히 해주겠다”고 퉁명스럽게 안내했다.
대리점의 제안을 거절하며 교환을 강하게 요구하자 “신제품으로 교환하려면 7만원을 달라” 고 요구했다.
이 씨는 “분명 재고인줄 알면서 판 게 틀림없다. 신제품인줄 알고 판매했으면 교환제품도 가격이 똑같아야 하는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LG하이랜드 관계자는 “2009년식 신제품으로 교환해주려다 보니 7만원의 비용이 추가됐다. 5~10만원의 보상비를 제안했지만 소비자가 거절했다”고 해명했다.
'신제품인줄 알고 팔았으면 교환해주려는 제품도 가격이 같아야 하는 거 아니냐?'는 질문에는 대답을 회피했다.
한편 제조사인 볼케노 코리아 관계자는 “판매자가 소비자를 기망해 남은 재고품을 판매한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가 구매한 DW제품은 2004년도에 단종 된 제품이라”고 덧붙였다.
◆"때에 찌들고 먼지 쌓였지만 새 제품이야"
서울 중구의 한 모(여.36세)씨는 지난해 5월 2년 전 구입한 일월매트의 온도조절기가 고장 나 수리를 의뢰했다.
4만원을 내면 새 온도조절기로 교환해준다는 안내를 받고 의심 없이 입금했다. 하지만 이틀 후 도착한 제품은 때에 찌들고, 먼지가 끼어 있어 누가 봐도 중고제품으로 보였다. 사용설명서도 없었다.
회사 측에 항의해 교환을 받았지만 처음 것보다 상태가 더 심각한 제품을 보내왔다. 까만 때와 먼지가 잔뜩 끼어있고 지저분한 줄에 긁힌 자국까지 선명했다. 오히려 2년간 사용한 조절기가 훨씬 깨끗할 지경이었다. 이번에도 사용설명서는 없었다.
화가 난 한 씨에게 일월 관계자는 “죄송한 실수지만, 새 제품은 맞다”고 설명하면서도 한 번 더 교환해 주겠다고 선심을 썼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제품은 사용설명서까지 첨부된 새 제품이었다.
한 씨는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중고 같은 제품을 끝까지 새 제품이라 우기니 말이 안 나온다. 2번이나 교환하고 나서야 하얗고 멀쩡한 새 조절기를 보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월매트 관계자는 “출시된 지 오래된 모델이라 관리가 안 돼 조절기 보관상태가 잘못됐던 것으로 판단되나 새 제품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품설명서 누락에 대해 “30여 가지가 넘는 제품을 몇 년씩 적재하는데 무리가 있어 오래된 카탈로그 보유가 어렵다. 고객이 사용하는 모델의 조절기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하고 이와 호환되는 신형제품으로 보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