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상품이 '애물단지'..교환.환불 규정에 콧방귀

2010-03-08     백진주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백진주 기자] 제품의 중요기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하자로 인정하지 않거나 AS를 지연하는 일부 업체들의 고압적인 자세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스마트 폰의 터치기능 오류를 하자로 인정하지 않고 ‘14일 이내 교환 및 환불’ 기준을 억지 적용해 이용자를 골탕 먹이는가 하면 보일러의 미작동 이유를 찾지 못해 엄동설한에 생고생을 해야 하는 등 피해사례도 각양각색이다.

내솥이 들어가지 않는 전기밥솥은 버리지도 사용하지도 못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내솥과 ‘따로국밥’인 전기밥솥

서울 면목5동의 윤 모(33세.여)씨는 2008년 8월경 30여만원에 구입한 부방테크론의 리홈 전기밥솥으로 인해 지난 1년여 동안 속을 끓여야 했다.

구입 직후 하자로 인해 동일 제품으로 교환받았지만 두 번째 역시 내솥이 말썽이었다. 전원을 넣어 내부에 온기가 있을 경우 내솥이 밥솥으로 들어갔지만 온기가 없을 경우 들어가지 않았다. AS센터로 문의하자 계속 사용하면 개선이 되는 문제라고 간단히 답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고 밥이 있든 없든 늘 전원을 연결해 두거나 사용 직전 내부 바닥의 스프링을 밥그릇 등으로 눌러 내부 온도를 높이는 등의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지난 2월 설 명절을 앞두고 많은 음식준비로 오랜만에 리홈 밥솥을 사용하기 위해 내부 열을 높이기 위해 밥그릇을 올려놨다. 5분도 지나지 않아 타는 냄새에 밥솥을 들어다보니 내부 바닥이 전부 녹아 있었다.

수리비용으로 5만1천원을 청구 받은 윤 씨가 고객센터로 “하자 제품을 두고 요금을 청구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따져 묻자 상담원은 "문제가 있었다면 처음부터 수리를 받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후사정을 설명하자 상담원은 “고무패킹을 1년 이상 교체하지 않으면 증기가 쉽게 빠져나가 내솥이 안 들어갈 수 있다”는 엉뚱한 설명을 늘어놨다. 윤 씨는 “처음부터 발생한 문제로 사용기간과는 무관한 문제다. 또 압력밥솥으로 지은 밥을 보온하는 용도로만 간간히 이용해 왔다”고 반박했지만 소용없었다.

윤 씨는 “내솥 수리 이후 고무패킹을 교체하지 않았지만 사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억지주장만 반복하는 업체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분개했다.

이에 대해 부광테크론 관계자는 “"제품자체에는 하자가 없었다. 제품 고장으로 AS가 접수 됐을 때 내솥에 대한 이야기도 처음 들은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고객이 불편함을 느끼셨다고 해 수리비를 환불처리했다"고 덧붙였다. 고무패킹과 관련한 안내에 대해서는 "상담원이 잘못 안내한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 터치기능 안 되는 스마트폰?

부산 우1동의 주 모(남.26세)씨는 작년 12월 15일 아이폰을 개통하고, 일주일 후 기기발열현상 및 간헐적인 터치기능 오류 등의 기기 이상을 발견했다. 곧바로 대리점과 애플샵을 통해 기기를 체크했고 이후 정상적으로 작동해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날 다시 터치기능에 이상이 생겨 대리점을 재방문했다.

대리점 측은 ‘본사에 접수해야 기기 교환이 가능하다’고 안내해 휴대폰을 맡기도 돌아왔다. 며칠 후 대리점의 연락을 받고 방문하자 ‘개통 15일째라 새 기기로 교환이 불가하다’며 리퍼폰으로의 교환으로 말을 바꿨다.

주 씨는 구입 직후 문제가 생긴 것도 속상한 데 중고폰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아 새 제품으로 교환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하지만 주 씨의 요구는 거절됐고 결국 대리점 측과 ‘6개월간 기본료를 면제’로 어렵게 합의했다.

현재 주 씨는 터치 기능에 이상이 생길 때마다 아이폰을 초기화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있다.

주 씨는 “스마트폰의 가장 기본적인 터치기능에 오류가 생겼음에도 아무런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기막혀했다.

▶ 작동하지 않는 보일러 탓에 한 겨울에 ‘덜덜’

인천 남동구 구월3동의 김 모(남.50)씨는 작년 12월 15일 K보일러를 설치했다. 당일 저녁 보일러를 가동하자 오작동 신호가 들어왔다. 늦은 시간이라 시공업체와 통화로 응급조치를 했으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이후 며칠 동안 시공 업체 기사가 방문해 배선 점검, 밸브조절 등 시도 했으나 모두 허사였다. 결국 5일 후인 20일경 방문한 본사 소속 기사는 “제품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며 임시 조치를 했고 보일러는 그날 밤 다시 고장이 나 온 식구가 추위에 떨어야 했다.

새로 구입한 제품의 연이은 고장에 참지 못한 김 씨는 제품 교환을 요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수리를 반복했고 그때마다 냉골에서 생고생을 했다.

24일 순환 펌프 교체 후 정상 작동이 되고 있으나 언제 다시 고장이 날지 몰라 불안한 상황. 김 씨는 "새로 산 제품의 고장으로 열흘간 기사들만 들락거리며 문제 해결은 지연됐고 추위에 고생하고 스트레스 역시 최고조였다"며 "교환은 물론 손해 배상까지 받고 싶은 심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K사 관계자는 “제품 설치 시 부주의로 오작동을 일으켰다”며 “소비자 분쟁해결 기준에 따라 동일 하자 3회시 교환 및 환불이 가능해 다시 한 번 문제가 발생할 시 반드시 교환 처리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