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상품 '펑크'나면 항공료 피해 보상은 면책?

2010-03-09     차정원 기자

[소비자가만드는신문=차정원 기자] "여행을 다 망쳤으니 전체 경비를 보상해야 한다" "여행사가 어떻게 항공료까지 보상하나?"


해외 단체 여행 상품에 대한 피해 보상금에 비행기 표값을 넣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로 소비자와 여행사가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해외여행 상품에서 비행기 표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를 보상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매우 중요한 문제다.


문화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여행업체와 소비자와의 분쟁을 중재해 주는 여행정보센터도 업체의 손을 들어주어 소비자는 마지막 수단으로 법적 절차를 강구하고 있다.


서울시 잠실2동의 엄 모(여.29세)씨는 1월 29일 모두투어 상품인  시드니 체험일주 관광 상품을 200만원에 계약했다. 다른 여행사 상품보다 가격은 약간 비쌌지만 차별화된 교육체험 프로그램과 자유일정을 강조한 점에 끌렸다.

그러나 여행은 순조롭지 않았다. 2월 3일 들뜬 마음으로 시드니에 도착했지만 가이드가 바뀌었고 일정도 임의로 변경됐다.

관광 첫날인 4일. 가이드는 “3일차 일정을 오늘 시행하겠다”며 통보했다. 3일차 일정표에는 시드니 타워, 세인트 메리 대성당, 탑룩 농장 등 7곳을 방문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실제 방문한 곳은 탑룩 농장 단 한곳 뿐이었다. 그나마도 현장에 가이드가 동행하지 않아 체험프로그램은 생략됐고 엄 씨 일행은 50여명의 일본인 단체 관광객의 틈에 끼어 다녀야 했다.

첫날 정해진 일정도 다 소화하지 않은 채 가이드는 2시 30분에 관광을 종료했다. 숙소에 도착한 후 엄 씨가 “다른 곳은 왜 안 가느냐”고 항의하자 가이드는 전혀 몰랐다는 듯이 “일정이 더 있었냐”며 “나중에 가도록 하겠다”고 둘러댔다.


여행 둘째 날인 5일. 오후 2시에 예약되었다는 돌핀 크루즈가 현지에 도착한 뒤 3시 30분으로 변경돼 1시간 반 동안 기다려야 했다. 그나마 마치 직접 바다를 체험하는 것처럼 광고된 내용과는 달리 단순 유람에 불과했다. 이후 포도 농장에서는 ‘와이너리 포도 농장 체험 및 산책’이라고 일정표에 기재 된 것과 달리 실제 산책은 불가능했다.

관광 첫날과 일정이 교체된 6일에는 예상치 않은 악천후가 발생했다. 심한 안개 때문에 경관을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블루마운틴, 시드니 타워 등의 일정은 엉망이 됐다. 악천후야 어쩔 수 없는 일이라지만 가이드가 임의로 일정을 변경하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피해였다. 이후 그동안 빠진 일정을 무리하게 끼워 넣어 1시간으로 예정됐던 자유시간이 20분 밖에 주어지지 않는 등 모든 일정이 수박 겉핥기식으로 진행됐다.

관광 마지막 날인 7일 엄 씨는 그동안 일방적으로 생략된 일정을 조목조목 따지며 쌓였던 불만을 토로했다. 가이드는 “내 일정에는 그런 것 없었다”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결국 생략된 곳을 그날 방문하기로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엄 씨가 업체에 항의하자 며칠 후 총 경비 200만원중 비행기 표 값 150만원을 제한 50만원 중 절반인 25만원을 배상해 주겠다는 답변이 왔다. 엄 씨는 “비행기 타려고 호주에 간 건 아니지 않느냐”며 항의해 봤지만 업체는 더 이상은 어렵다며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모두투어 관계자는 "악천후로 인해 부득이하게 일정이 변경된 점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제안했다"며 "비행기 표값까지 보상하라는 엄 씨의 요구는 무리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해당 가이드는 경력 10년차인 베테랑인데 일정 변경시 여행자의 동의를 얻지 않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여행 상품의 낮은 마진율을 고려했을 때 최대한 배려해 보상해 준 것이며 이 같은 결정은 여행정보센터의 중재안을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행정보센터의 여행불편처리센터 관계자는 "쌍방의 입장을 고려했을때 25만원 선의 보상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보상 수준에 수긍하지 못한다면 법적인 절차를 밟는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엄 씨는 “이같은 해명에 수긍하지 않고 끝까지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유람선 영수증. 가이드 몫까지 계산됐지만 동행하지 않았다.